▲ 여래입상은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가운데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살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주며, 햇빛의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과 표정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볼 수 있으며,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서 있어 햇볕을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마애불이 새겨진 돌이 80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비바람이 정면으로 들이치지 않아 미학적으로 우수함은 물론 과학적 치밀함에도 감탄을 자아낸다고 한다.
반가상이 조각된 이례적인 이 삼존상은 법화경에 나오는 현재의 석가, 미래의 미륵, 과거를 표현한 제화갈라보살(提和竭羅菩薩)로 추정된다 하는데, 동지 때를 맞춰 일부러 찾아온 발걸음이건만 초불자여선지 오늘도 그런 미학적인 행운은 햇살이 도와주지 않아 그늘진 미륵반가사유상의 그늘진 얼굴로만 만족해야 했다.
발견 당시 큰 마누라 작은 마누라라고 표현했다는 시골 농부의 순박한 말처럼 여래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보살입상, 왼쪽의 반가사유상의 조각이 돌부처도 등을 돌린다는 시앗(?)이건만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 시공을 초월한 탓인지 너무도 친근하게 다가선다.
아쉬운 미소를 뒤로하고 다시 비탈 돌계단을 내려와 길을 더듬는다.
▲ 아라메길
백제 불교가 중국으로부터 도래될 때 거쳤을 법한 가야산 아래 내포 길을, 최근 서산시에서‘아라 메’라는 이름으로 둘레 길로 개발하여 트래킹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는 길을 따른다. 바다의 고유어인‘아라’와 산의 우리말인‘메’를 합친 말로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특색을 갖춘 자연을 나타내는 친환경 길 이름이다.
지난여름 숲 터널을 이뤘던 용현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자 우리 조계사에서 마애삼존불 성역화와 더불어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사적 제316호로 지정된 보원사지가 나타난다.
보원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 고려 초에 이르러 중창된 웅장한 규모의 사찰이었으나, 고려 말 이후 억불 정책에 의해 조선 초에 폐사되어 창건연대와 소멸 시기는 기록된 문헌이 없어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한다.
최치원(崔致遠)이 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에 따르면, 화엄사·해인사 등과 더불어 신라 10산의 10사찰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