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늦더위와 오락 가락 하는 비 때문인지 오늘은 안내를 받는 새신도가 많지 않았다. ‘ '도량을 돌다보면 모여지겠지‘하는 기대로 안내를 시작하였다.
*궁금해요! 조계사 새新가족
지금 이대로가 행복한 건 부처님 가피지요!
제주도에서 올라온 고희숙 보살이 처음 인연을 맺은 절은 제주도 용화정사였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친한 언니 남편이 세상을 떠나 49재에 참석하게 된 곳이다. 그 인연으로 계속 절에 다니고 있다며 사연을 밝힌 고희숙 보살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고희숙 보살의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엿보였다.
오늘은 대학생 딸이 약대 편입 시험을 보는 날이라고 밝힌 고희숙 보살. 딸을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어느 절에 갈까?’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하던 중, 4년 전 서울에 왔다가 조계사 현판을 본 일이 기억난 보살은 발걸음을 조계사로 돌렸다. 법문을 듣고 돌아가려는 찰나, 새신도 안내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관심이 생겨 자리를 잡고 앉아서 듣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안내를 받게 되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그동안에는 항상 군대 가 있는 아들 걱정, 서울에 혼자 살고 있는 딸 걱정으로 나를 위한 기도는 뒷전이었어요.”
오늘 안내를 받은 뒤, 그동안 절에 다니면서 자식 잘 되라는 마음만 앞섰지 부처님 법 공부를 할 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서울에 오면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보살에게 조계사는 지방에 사는 분들이 서울에 오면 많이 들리는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더 이상 나쁜 일이 생기지 않고 지금 만큼만 살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라며 소박하게 대답한 고희숙 보살은 “그런데 딸이 오늘 시험을 잘 봐 꼭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소원이 욕심이지요?”라고 농담도 했다.
자식 걱정으로 마음 편치 않게 살았던 자신이지만, 다른 걱정 없이 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모두 부처님 가피가 아니겠느냐는 고희숙 보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할 생각도 안 했는데 앞으로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불교공부를 꼭 하겠어요.”라며 다짐하는 표정이 아주 진지하였다. 부디 그 마음 변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자, 서울에 올 때마다 꼭 조계사를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