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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온기를 나누는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

  • 입력 2012.11.27
  • 수정 2024.11.27

 

 

▲ (왼쪽부터) 조계사 일자리나눔터 팀장 보리화 보살, 부팀장 연화궁 보살

지난 10월 조계사에는 아주 특별한 사업 하나가 문을 열었다. 바로 종로구청 산하 ‘종로구일자리플러스센터’와 조계사가 사업 협약을 맺고 발족한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이다.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벌써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으며 취업을 원하는 사람 중 5명이나 취업을 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청년실업은 물론 노년실업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의 소식은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신적인 위안뿐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불교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시작한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는 올해로 도심포교 100주년을 맞은 조계사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다. 종교란 사람에게 있어 의지가 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직업이란 생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일자리 나눔터가 문을 연 이후 조계사 신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또한 일자리 나눔터는 포교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절에 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던 사람들 중에서 용기를 내어 일자리 나눔터를 찾은 이들도 꽤 있었다. ‘사찰’이란 부처님이 계신 지극히 어려운 장소라는 고정관념에 비하여 일자리 나눔터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처님 앞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마음이 있어도 선뜻 절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 나눔터’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식이었던 셈이다.

모두를 위한 발원기도로 하루일과를 시작
일자리 나눔터를 이끌고 있는 보리화 보살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방법을 찾기 위해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나눔터에서 활동하는 모든 팀원들은 날마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과 인연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조계사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8년이 넘는 보리화 보살은 일자리 나눔터 사업을 맡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훨씬 간절한 기도를 하고 또 의욕이 샘솟는다고 말한다.

▲ 첫 번째로 조계사 일자리나눔터를 통해 취직한 여진 보살

인연의 씨앗이 모여 꽃을 피우다
이날 인터뷰에는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를 통해 취업을 한 여진 보살이 함께 했다. 격주 휴무인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그녀는 조계사와 일자리 나눔터와의 만남이 참으로 운명 같았다고 말한다. 모태 신앙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여진 보살은 8년 전, 우연히 취재차 갔던 화계사에서 현각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난 후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든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불법의 가르침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내며 타인과 환경에 대하여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삶에 대하여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던 그녀는 문득 조계사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연히도 그날은 일자리 나눔터가 문을 연 첫 날이었다. 그날 조계사 일자리 나눔터를 방문한 그녀는 보리화 보살에게 자신의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며 불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두 사람은 함께 인터넷으로 불교 관련 구인란을 찾았고 한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 주에 면접을 보았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신기한 체험이었다.

불자들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노력
보리화 보살은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쁘고 뿌듯한 마음 이상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또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일자리 나눔터를 시작하기 전에는 업무 협약을 맺은 종로구청에 구직신청자 목록을 전달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상담을 통해 많은 불자들이 ‘불교’와 관련된 일을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 관련 직업들이 체계적으로 소개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한 직업 상담이 아닌 마음의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상담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를 공유하다 보니 종로구청에서 주는 정보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일자리 나눔터의 식구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매주 회의를 할 때마다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그러면 아이디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할 길도 멀지만 다른 사람의 직업을 찾아주기 위해 발 벗고 뛰는 것을 진정으로 즐거워하며 미소를 짓는 일자리 나눔터 식구들의 얼굴에는 희망의 빛이 가득하다.

▲ (왼쪽부터) 보리화 보살, 여진 보살,연화궁 보살, 글쓴이 조민기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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