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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지회 총무 최영주(정진화)

  • 입력 2012.12.31
  • 수정 2024.11.30

조계사의 새로운 100년 ‘우리동네 조계사’가 이끈다 

 

▲ 금천구 지회 총무 최영주(정진화)

부처님께 떼쓰듯 올리는 기도, “금천구 잘되게 해주세요!”
‘우리동네 조계사’의 31개 지회마다 제각기 특징이 있다. 회원이 많아 활성화된 지회가 있는가 하면, 회원 수는 적으나 화합이 잘되고 애경사를 잘 챙겨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지회가 있다. 또는 학구열이 높아 기본교리과정이나 불교대학에 등록한 회원들이 많은 지회도 있고, 후원금이 줄을 이어 즐거운 고민을 하는 지회도 보았다. 각 지회의 지역적 특성이나 회원들의 연령대 등에 따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지회가 있다. 비록 지회장 대신 총무가 이끌고 있지만, 이 금천구 지회의 꿈틀거림에는 묘한 따뜻함이 있다. 자신을 ‘내성적이지만 활달하고 재밌는 성격’이라고 소개하는 정진화 최영주(59) 총무의 유쾌함 때문이다.
8년 전 기본교리(43기)과정과 천수경, 금강경 강좌 등을 수료하고 조계사 신도가 되기 전까지, 최 총무는 ‘귀가 얇아 이 절 저 절 다 다니는’ 불자였다. 서울 삼선동이 고향이라 어릴 때 외할머니를 따라 보문사 탑공승방을 주로 다녔고, 조계사는 사월초파일에 도선사와 더불어 세 개 절을 꼽을 때 잠깐씩 들른 적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절에 가실 때면 3일 전부터 비린 것을 안 드셨고 목욕재계하고는 꼭 새벽 첫 차를 타셨어요. 법당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계곡 물로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으셨죠. 큰 보시를 해도 절대 남에게 안 알리셨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외할머니를 따라 다닌 덕분에 그에게 부처님은 무척 가깝고 친근한 존재였다. 지금도 기도할 때는 부처님과 주로 ‘대화’를 나눈단다.
“요즘은 기도할 때마다 협박(?) 겸 떼를 써요. ‘금천구 잘되게 해주세요. 아니면 다시는 부처님 안 뵙고 싶을 거예요.’라고.”

어려울 때 잘하면 더 빛나는 법
“금천구 지회는, 정말 잘될 거예요. 잘할 자신도 있고요.”라며 해맑게 웃는 최영주 총무. 참석 인원이 열 명 정도에 불과한 침체기에 지회를 맡는 게 꺼려졌을 법도 한데, 정작 자신감이 넘친다.
“부처님 일인데 설마 안 봐주시겠어요? 잘될 때보다 잘 안 될 때 맡아서 잘되게 만들면 더 빛이 날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9월, 주변의 권유로 총무 소임을 맡기로 결심하고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수입이 줄어 걱정이었지만, ‘설마 부처님이…’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몇 달은 회원 명단을 파악하고 전화로 자주 안부를 물으면서 보냈다.
“메시지보다 직접 전화해서 알리는 게 효과가 커요. 그래서 자주 통화하려고 애쓰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제 특기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어요.”(웃음)
덕분에 휴대폰 요금이 거의 사업하는 사람 수준으로 나왔단다. “고맙다”는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올봄부터 기본교리와 경전 강좌 등을 수강하면서 지회를 활성화하기로 회원들과 다짐했다. 1월부터는 젊은 보살 2명이 새로 오기로 했다면서 기대에 차서 눈을 빛냈다.

가장 반갑고 힘이 되는 말 “고마워요”
그와 대화를 나누면 유쾌해진다. 그는 요즘 “보고싶어요”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금천구 지회 회원들과 통화하면서 애교 겸 아부 겸, 그 말을 자주 쓴다. 그런 그의 진심을 알기에 회원들은 “고맙다”라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해진다는 최 총무는 회원들에게 “절에 나오면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당부한다. 어디에 있든 달려가서 함께 밥도 먹고 수다도 떨겠다면서….
최 총무 성격은 원래 직설적이었다. 친구들이 ‘쏘가리’라는 별명을 붙였을 만큼 참지 않고 툭툭 쏘아붙였다. 그런 성격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해도 받고 남편과 부딪힐 때도 많았다. 그런데 사경을 하고 불교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니 어느 순간부터 남의 말이 예전처럼 고깝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와 집안 분위기가 봄날처럼 훈훈해졌단다.
“부처님 가피라고 믿어요. 교통사고 후유증도 부처님이 절대 쓰러지게 놔두시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요.”
조금은 떼쓰는 듯한 그의 믿음에 왠지 덩달아 힘이 솟는 느낌이다. 각오가 담긴 그의 다짐을 다시 되새겨보며 힘을 보태고 싶다.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 금천구 지회 파이팅!”

▲ 금천구 지회 총무 최영주(정진화)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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