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법문에서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선정과 고행의 양극단에서 벗어나 중도사상으로 불도를 이루신 부처님의 깨달음을 ‘보요경’을 인용하여 설명했다. ‘별을 보고 깨달았지만 깨달은 뒤에는 별이 아니더라’는 인성견오 오파비성(因星見悟 悟罷非星)와 ‘사물을 쫓아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정물도 아니더라’는 불축어물 불시무정(不逐於物 不是無情)의 의미를 되새겨 준 주지 도문 스님은 “일체 법을 다 알지만 일체 법에 물들지 않고, 물건을 보되 물건에 쫓지 않고, 그렇다고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했다.
주지 도문 스님은 “진정한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인연공덕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보고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종자를 각자의 마음에 심는 성도재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글 금강경을 독송하였다. 한문 금강경이 널리 독송되고 있으나, 경전의 사상적 깊이를 이해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말로 독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강경 독송을 끝으로 전반부 정진을 마무리한 사부대중은 따뜻한 차와 함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간편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가졌다.
▲ 한글 금강경을 독송하는 불자들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신도사업국장 법공 스님의 법문으로 후반부 용맹정진이 밤 11시 30분에 시작되었다. 법공 스님은 사성제 중 ‘고(苦)’와 ‘집(集)’에 대해 법문했다.
“부처님께서 연기법을 설하시기 전에 사성제의 운을 띄운 이유가 있다.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괴로움의 종류인 ‘생노병사’와 ‘애별리고’의 근본원인인 욕망과 탐착에 끝없이 집착하는 갈애를 멸해야 한다고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행복에도 고통에도 원인이 있다. 행복과 고통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이 만들기 때문에 나를 알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공 스님의 법문을 경청한 사부대중은 다시 한번 한글 금강경을 독송하였다.
기획국장 명조 스님은 사성제의 ‘멸(滅)’과 ‘도(道)’에 대해 설명하며 “화두 참선의 실전에 임함에 바른 믿음인 신심(信心)을 가지고, 인간 몸 받을 수 있는 대원(大願)을 세워서 부처님이 이루신 생사해탈을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분심(憤心)을 내고, 이 몸뚱아리의 실체인 나(我)에 의심(疑心)을 품으라.”고 말했다. 뒤이어 참선 수행에 들어갔다.
새벽 3시가 되자 호법국장 서송 스님의 집전 하에 어둠을 밝히는 마지막 힘을 내어 우리말 금강경을 독송했다. 서송 스님은 “삼천 대천세계를 칠보로 장식하는 공덕보다 부처님의 진리인 사구게를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주는 복덕이 더 크다.”는 법문으로 깨달음의 장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