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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단체 탐방- 소임본부 접수지원팀

  • 입력 2013.05.28
  • 수정 2024.11.19

마음에는 정성을, 얼굴에는 연꽃 웃음을


▲ 기도 접수하려는 불자들로 종무소가 붐비고 있다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조계사 경내는 환희에 찬 기다림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화사한 꽃들의 향기와 연등 하나하나의 염원들이 바람을 타고 일렁일 때마다 불자들의 얼굴에도 송이송이 연꽃이 피는 듯했다.

우리에게 진리로, 생명으로, 기쁨으로 늘 오시는 부처님. 온갖 생명들의 향기에 흠뻑 취한 중생들에게 이 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 깨어 있으라고, 깨어나 진리를 향해 걸어가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사월초파일 즈음의 절 마당에서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순간에 취해보고 싶다.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는 생명들의 향연과 연등에 수놓인 아름다운 염원에….

 

쾌적한 분위기와 친절한 웃음은 접수지원팀의 기본!

사중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소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종무행정 지원과 신도 신행활동을 돕는 신행 지원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자세히는 행정, 접수, 교육, 홍보, 기도, 민원 관리, 불사 등의 일이다. 어떤 소임이든 자원봉사자의 기본은 무릇 기도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상처받고 금세 지쳐서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원봉사자들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원력자로서 신행활동도 남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소임본부 접수지원팀(팀장 연화행 신봉식)이 봉사하는 곳은 종무소 1층, 일주문에서 가장 가까운 사무실이다. 신봉식 접수지원팀 팀장의 안내를 받고 들어가 보니 여느 절 종무소에 비해 세련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 10여 대를 반원형으로 둥그렇게 배열한 접수대에서는 접수지원팀 봉사자들이 직원들과 함께 한창 신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절에 볼일이 있는 신도들이 맨 처음 들르는 곳이 이곳입니다. 조계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우리 팀은 옷매무새나 얼굴 표정, 말투 등에 항상 더 신경을 씁니다. 신도들이 불쾌하면 기도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겠죠.”

접수지원팀이 하는 일은 종무소 접수팀을 도와 기도를 접수해서 축원카드를 올리고, 관련 사항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이다. 기도 종류도 많고 동참금까지 받아야 하니,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단다. 단순하긴 해도 기본으로 컴퓨터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기도 종류가 많아서 미리 숙지해야 할 내용도 적지 않다. 가끔 봉사자들이 조금 서툰 듯 보이면 가차 없이 무시하는 신도들도 있다. 그럴 때 초보 봉사자들은 크게 상처를 받는다. 이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일이 팀장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 불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는 접수지원팀
 

28명의 팀원, 요일별 7개조로 나눠 봉사

소임본부에 소속된 접수지원팀은 현재 총 28명이다. 지난 5월 초까지 25명이 활동해왔는데, 10기 자원봉사자 교육 수료생 3명이 새로 들어왔다. 6~7년 봉사한 고참 2명과 3~4년된 경력자가 신 팀장을 포함해서 5명이다. 원행화 박은희 총무를 비롯해서 경험 많은 그 팀원들과는 이제 눈빛만으로도 척척 손발이 맞는 사이가 되었다.

“알려진 바대로, 우리 절에서는 자원봉사를 하려면 기본교육(불교문화나 불교교리, 각 3개월 과정) 과정 이상을 수료해야 자격이 생겨요. 그래야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 교육을 받아야만 자원봉사를 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저희 팀원이 되려면 컴퓨터도 조금은 알아야 해요.”

그 때문에 접수지원팀 봉사자들은 주 연령층이 50대로, 다른 팀에 비해 젊은 축에 든다. 봉사는 일주일에 한 번, 요일별로 7개 조로 나누어 활동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당번은 주로 직장인이나 사업하는 팀원들이 담당한다. 현재 한 조가 3~4명씩인데 일손이 부족한 편이다. 적어도 전체 팀원이 50~60명 정도는 되어야 여유 있게 굴러갈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보통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5시경까지 접수대를 지키면 됩니다. 하지만 제일 바쁜 초하루나 큰 법회가 있는 날에는 당번을 비롯해서 추가 인원이 더 필요해요. 봉사도 아침 7시부터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2~3번씩 봉사하는 팀원도 있는데, 정말 존경할 만한 분들이죠. 기도하는 마음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기도 접수하려는 불자들이 많은 날,


마지막 주 월요일, 보수교육과 소통의 시간

샘물도 자꾸 퍼서 쓰기만 하면 언젠가는 마르는 법이다. 봉사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충전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쳐서 포기하거나 형식적인 봉사에 그치기 십상이다. 접수지원팀의 충전일은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3시다. 이날 약 1시간 반에 걸쳐 보수교육을 하고, 팀원들끼리 소통하는 시간도 갖는다. 80% 이상의 높은 참석률에서 알 수 있듯, 접수지원팀의 결속력과 성실성은 사중에서도 자주 칭찬받을 정도라고 한다. 신 팀장이 맡고부터 한 명도 그만둔 팀원이 없는 것도 이처럼 밝고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의 영향일 것이다.

작년 8월부터 팀장을 맡은 신 팀장은 회의 때마다 팀원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팀을 이끄는 자신의 최대 무기를 ‘애교’라고 밝힐 만큼, 자신이 힘들거나 지칠 때, 또는 팀원 누군가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의 필살 애교가 위력을 발휘한다. 봉사하는 자신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신도들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고, 그 기운이 신도들에게도 전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언제든 종무소 1층 접수처에 가면, 신도들을 향해 친절하게 웃는 멋쟁이 접수지원팀을 볼 수 있다.

 


[잠깐 인터뷰] 접수지원팀 신봉식(연화행) 팀장

 


▲ 접수지원팀 신봉식(연화생) 팀장


부처님은 제 편입니다!

신봉식 팀장은 웃음이 참 많은 사람이다. 외아들을 혼인시키고 분가시킨 뒤에 찾아온 우울증도 사실상 그 웃음으로 이겨냈다. 접수지원팀 일이 잃을 뻔한 웃음을 지켜주었다며, 그는 또 한번 활짝 웃는다. 그 웃음에는 주위를 즐겁게 하는 힘이 있다.

신 팀장은 이른바 배내 불자다. 어릴 때 그가 살던 청기와집에는 부처님을 모신 방이 따로 있었는데, 산중 스님들이 자주 묵어가곤 하셨다.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친정어머니 모습과 언니들과 절에 다니던 어릴 때 기억이 또렷하다.

2002년 하나뿐인 아들이 고3이 되자, 대학 입시 합격 발원기도를 하기 위해 혼자 조계사를 찾아왔다. 초파일 불자였던 그에게 조계사 신도들의 신행 모습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주지였던 지홍 스님의 ‘마음’ 법문에 마음이 열렸고, 그때부터 일복(회색 기도복)만 입고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렸다.

“아들이 재수하는 바람에 더 큰 공부가 되었어요. 법당에서만 하던 기도를 산에 오르면서도 하고 운전할 때나 걸을 때, 어디서든 남몰래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12년째 오롯이 아들을 위한 기도에만 매달렸던 그는 여러 번 가피를 느꼈다고 한다. 한번은 운전병으로 입대한 아들이 사성(四星) 장군의 차를 끌고 싶다기에 마음속으로 염원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운전하게 된 그 차의 번호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조계사 신도카드 번호와 네 자리가 똑같았던 것이다.

요즘 신 팀장은 며느리와 카톡으로 대화 나누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며칠 전 생일에는 며느리가 직접 차려준 생일상을 받았다며 행복해 했다. 자신의 시어머니가 했던 그대로,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한 결과, 근황을 찍은 사진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고부간이 되었다. 덕분에 자식을 새둥지로 떠나보낸 ‘빈둥지증후군’의 우울증도 이겨낼 수 있었다.

기도만 하면 뭐든 들어주신다면서 “부처님은 내 편!”이라고 외치는 그의 짓궂은 웃음에 주위가 환해진다. 자신의 일을 적극 지지하고 배려해 주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편하게 봉사할 수 있다는 신 팀장. 요즘 부쩍 자신이 복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확고해진다고 털어놓는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서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자식 기도에 내놓는 노보살님들을 보면서 마음공부를 많이 해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도 나고…. 평생 큰댁 조카들을 키우며 사셨는데 뇌수막염으로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면서 제가 모셨어요.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은 참 편하더군요. 그렇게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싶어요.”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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