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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 기원의 장

  • 입력 2014.04.26
  • 수정 2024.11.23

▲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 기원의 장

 

불기2558년 4월 26일 연등회는 세월호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 기원의 장’을 진행했다.

 

동국대에서 출발한 10만여 명의 불자들은 엄숙한 추모 분위기 속에서 행진했다.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백색 등과 무사귀환을 발원하는 장엄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들·딸 사랑 한다’, ‘기다리고 있을게’, ‘꼭 살아서 돌아와줘’ 등의 글귀가 적힌 장엄 등이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행렬을 마친 사부대중은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석가모니 정근을 하며 종각사거리 보신각 앞에 모였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을 비롯한 조계사 사부대중 1천여 명도 함께했다.

 

▲ 행렬을 마치고 종각 사거리에 모인 사부대중

 

연등행렬을 회향하는 밤 9시, 서울 보신각 앞 특별 법석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 기원의 장이 거행됐다. 조계종 전 문화부장 진명 스님의 사회와 인묵 스님의 집전으로 천도의식이 봉행되었다. 이어 거불·도량게·바라춤·청혼·수위단·진혼무·화청·정근·발원문·찬불가(연합합창단의 ‘고운님 잘 가소서’·‘빛으로 돌아오소서’) 순으로 진행됐다.

 

▲ 연합합창단이 찬불가를 부르고 있다

 

영가를 청해 넋을 달래는 진혼무가 박은하 국립국악원 지도단원의 애절한 춤사위로 이어지자, 모든 사람이 숨을 멈춘 듯 종각사거리가 고요함과 슬픔의 물결로 가득했다.

 

▲ 세월회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무

 

성신여대 3학년 박선연 불자가 발원문을 낭독하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많은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불자과 일반시민들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으며, 아미타불 정근을 하며 숙연한 분위기로 회향했다.

 

 


<발원문>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우리 부모, 형제, 친구, 아이들이 밝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빕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춥고 낯선 바다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 부모, 형제, 친구, 아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 합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 삶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생계의 무거운 짐을 들고 세월호 갑판에 올라선 직장인들, 고단한 돈벌이를 잠시 멈추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찾아 길을 나선 여행객들, 학생들을 끝까지 구하다 사고를 당한 승무원들을 위해기도 합니다.


진도 앞바다에서 갑자기 배가 바닷속으로 기울어질 때 얼마나 두려웠나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칠흑 같은 어둠과 비바람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나요.

그 불안을 그 두려움을 그 공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혀 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 말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참으로 무력하지만 그래도 기도를 올립니다.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한 인생, 아직 펼치지 못한 꿈을 떠올리며 조금 더 버텨주길 간절히 빌고 간절히 빕니다.

침몰하는 여객선 안에서 마지막까지 부처님의 모습을 보여준 당신들의 헌신과 살신성인을 기억하겠습니다. 친구를 살리려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준 아이에게 인간다움의 길을 배우겠습니다.


엄마! 미리 이야기해둘게. 엄마 사랑해!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생명을 중심에 두지 않고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을 중심에 둔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모두 참회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들의 탐진치를 씻어 내겠습니다. 중략...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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