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기타

붓다와 보살의 아름다운 동행

  • 입력 2014.05.09
  • 수정 2024.11.27

부처님 오신 날 기획특집

고향을 떠나 도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불자들은 조계사를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여법하게 지켜지도록 봉사하는 분들 덕분일 것이다. 불기 2558년 도심 포교 104주년을 맞아 지금 이 순간에도 조계사를 우리 모두의 사찰로, 마음의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대웅전과 극락전, 관음전과 만발식당에서 몸을 낮추어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보았다.

 

 

▲ 대웅전 관리팀 강상순(대길화) 팀장

 

부처님이 머무는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

대웅전 관리팀

조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이자 ‘큰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웅전 관리팀에 소속된 팀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일이 아무리 고되고 힘이 들어도 조계사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에서 봉사를 한다는 것 자체로 신심이 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계사 대웅전이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행동 하나 하나를 더욱 조심하게 된다.

 

각양각색의 갈등과 잔소리를 받아내야 하는

대웅전 봉사

지금은 많은 분들이 잘 따르는 편이지만 이른바 ‘자리’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도가 잘 이루어지는 명당자리’ 혹은 ‘나만의 자리’를 독차지하고자 하는 붙박이 보살님들의 텃세 때문이었다. 심지어 ‘자리 맡아두기’까지 하는 바람에 빈자리가 있어도 앉을 자리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봉사자들은 험악한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이 외에도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사하는 것을 부처님의 가피로 생각하는 팀원들의 자부심을 흔들리게 하는 사건사고는 날마다 일어난다.

조계사와 인연을 맺은 지 6년, 동대문구 지역대표를 거쳐 현재 대웅전 관리팀 팀장을 맡고 계신 강상순 대길화 보살에게 봉사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살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조계사 대웅전이라는 간판만 보고 봉사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얼마 안가서 회향을 하시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업장이 얼마나 많아서 이런 일을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대웅전에서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강단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기도나 의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도들의 잔소리에 상처 받고 위축되어 봉사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대웅전 봉사자의 경우 반드시 조계사 ‘기본교리’를 수료한 사람들 중 지원자를 뽑는다.

 

‘나’라는 자존심을 버릴수록 커지는

‘조계사 부처님’을 모신다는 자부심이 솟는다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는 천년고찰이 원찰인 지방 신도들이 서울로 성지순례를 오는 몇 안 되는 사찰 중 하나이다. 그래서 대웅전 봉사자들은 마지를 올리거나 불기를 정리하는 것을 비롯하며 허드렛일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하나하나 ‘정법에 맞게’, ‘모범이 되도록’ 여법하게 하고 있다.

주부이자 엄마이며 또 대웅전 관리소임을 맡고 있는 대길화 보살은 신중기도가 있는 초하루에는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난다. 봉사로 인해 가족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 불교를 지켜온 가장 든든한 힘이 바로 엄마 불자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길화 보살은 반대로 가족들의 이해가 가장 고맙고,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장 큰 가피라고 말한다. 아무리 부처님이 좋아도 가족의 이해가 없이는 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묻자 보살님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누구나 언제라도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고향 같은 곳이 필요하잖아요. 저에게는 조계사가 그랬어요. 또 대웅전은 부처님이 계신 집이라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어요.”

 


 

▲ 지장법회 봉행팀 권명희(해인성) 팀장

 

모든 존재의 극락왕생을 위한

지극한 정성

극락전 지장법회 봉양팀

지난 3월 20일 목요일, 관음전에서 조상천도재가 진행되었다. 천도를 신청한 사람은 조계사 지장법회에서 봉사를 맡고 있는 팀원들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장법회 봉행팀은 작년부터 조계사 화엄성중 기도와 방생법회 기도 외에 올해부터는 조상 천도재를 비롯하여 사중의 각종 제사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나의 조상을 천도하는 것처럼

여법한 제사를 위해 노력한다

세상을 떠난 조상들을 위한 제사는 전통과 불교를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이다. 그런 만큼 조계사에서 천도재를 지내는 제주들은 여법한 진행을 기대한다. 제사를 여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장법회 봉행팀 권명희 해인성 팀장은 팀원들이 직접 자신의 조상님의 천도를 지내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자신의 조상천도재를 직접 지내며 제사의식을 익히고 제주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예법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수십 년 봉사를 해온 베테랑 팀원들과 신규 팀원들은 스님의 집전 아래 과일을 쌓는 것부터 제사상을 차리는 것을 비롯하여 염불과 의식을 배우면서 천도재사를 지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규 팀원들을 위해 진행된 이번 천도재는 단순한 교육과 제사를 넘어 사회 환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장법회 봉행팀에서는 이번 천도재에 참여한 팀원들의 기도비와 기타 팀원들의 보시금을 더해 총 5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조계사 부처님을 부모님처럼 믿으며

발원을 모두 성취한 해인성 보살

 

올해 지장법회 봉행팀 팀장으로 임명된 해인성 보살은 영주시 불교청년회의 창단멤버이자 청년회장으로 1976년 조계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6년 해인성 보살은 서울로 상경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조계사를 고향처럼, 조계사 부처님을 부모님처럼 생각하며 이겨냈다.

“조계사 부처님이 나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였어요.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믿지 못한다 해도 부처님만은 믿겠다는 마음이었죠.”

 

그 시절에는 봉사보다 내 가족을 위한 기도가 먼저였다. 딸이 선화예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합격한 후 보살은 막연히 ‘법조인 사위’를 얻고 싶다는 발원을 하며 관욕 봉사를 했다. 관욕 봉사를 한 지 3년 째 되던 해 보살은 봉축 초 하루날 꽃 공양을 올리며 소원성취 7일 기도를 했다. 그 후 딸이 검사와 결혼을 하면서 보살님의 발원은 이루어졌다. 조계사 부처님의 큰 가피가 아닐 수 없었다.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아들은 본인의 바람대로 현지에 있는 국내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일을 하고 있다. 그 후 해인성 보살은 ‘내 가족’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할 것을 부처님과 약속하였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봉사는 부처님과의 약속

기쁜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

돌아가신 날짜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천도재의 특성 상 제주들이 출근을 하거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천도재는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재 이후 회사시간에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날이면 팀원들은 새벽 6시부터 나와서 제사를 준비한다. 현재 지장법회 봉행팀은 영가를 천도하는 제사를 비롯하여 조계사의 거의 모든 제사를 담당한다. 늘어난 소임 때문에 힘에 부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해인성 보살은 활짝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분도 아니고 부처님과 나와의 약속이잖아요. 바빠서 시간 맞춰 기도를 못 할 때에는 ‘부처님 오늘 제가 바쁩니다. 내일은 꼭 법당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하고 마음으로 이야기 합니다.”

 

아직까지는 노보살들이 많지만 사실 지장법회 봉행팀은 젊은 불자들이 동참하기에 매우 적합한 봉사이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예법을 배우고 신심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또 다른 장점은 오랜 역사만큼 정이 넘친다는 것이다. 다소 미숙하거나 잘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가족 같은 팀원들이 할머니나 이모처럼 친절하게 알려주고 또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배울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젊은 불자들과 지장법회를 함께하고 싶다는 해인성 보살의 발원을 부처님께서 들어주시기를 두 손 모아 함께 바라본다.

 

 

▲ 관음전 관리팀 정희영(도원심) 팀장

 

100분의 관세음보살님께 두 손 모아

가피를 발원하는 공간

관음전 관리팀

작년에 완공된 조계사 관음전에는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을 본존으로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33분의 관세음보살님이 더해져 총 100분의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도심포교 100년을 맞아 모셔온 100분의 관세음보살님들이다. 신도들과 스님들이 한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모셔온 100분의 관세음보살님은 도심포교의 100년 역사를 만들어 온 조계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100년을 상징한다.


기도하는 사람이 행복한 공간, 조계사 관음전

조계사 관음전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심 사찰에서는 만나기 힘든 조용함이다. 먼지 한 톨 찾아보기 힘들만큼 깨끗한 바닥에 관세음보살 42수 진언에 맞춰서 단정하게 놓여진 42개의 좌복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산사의 선방에 온 기분이 절로 든다. 얼마 전 관음전 관리팀 팀장으로 임명된 정희영 도원심 보살은 이곳에 기도를 하러 오는 모든 사람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일 아침저녁으로 관음전을 정리하고 청소한다.

“매일 아침 관음전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었어요. 100분의 관세음보살님을 뵈면 신심이 솟구쳐서 아침마다 108배를 하고 봉사를 시작합니다. 관음전에서 기도를 하시는 모든 분들이 저처럼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대웅전이나 극락전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역사도 짧지만 조계사 관음전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이다. 초는 봉사자들만 켤 수 있고, 향은 스님만이 켤 수 있다. 공양물은 관세음보살님이 계신 상단 대신 관음전 앞에 놓고 들어가야 한다. 방석을 접어서 사용하거나 자리를 미리 맡아두는 것은 금물이다. 간혹 공양물을 상단에 올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으로는 절실함을 이해하지만 규칙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처한다.

 

가족이 함께여서 더욱 감사한 봉사의 길

도원심 보살이 봉사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가족들의 묵묵한 지원이 있었다. 보살의 시어머니는 이북에서 내려오신 분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자 부처님 계신 곳을 친정으로 삼았다. 그리고 초파일이면 일주일 정도를 아예 절에 머물다시피 하며 봉사를 했다. 덕분에 음력 4월에 태어난 남편은 어린 시절 절에서 가져온 떡과 음식을 먹으며 생일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거사님은 도원심 보살이 철야기도를 하거나, 봉사 때문에 새벽에 나가는 일이 있어도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고 이해를 해준다. 정말 부처님 가피가 아닐 수 없다. 더 감사한 것은 두 딸이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받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두 딸은 나란히 기본교육 68기를 수료하고 교육관 화장실 불사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법화경을 수강하기도 했다.

도원심 보살은 온 가족이 함께 부처님을 믿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가장 큰 가피이자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직장인이나 아이들이 어린 경우 하루 종일 봉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도원심 보살은 하루 종일이 아니라 다만 몇 시간일지라도 마음을 낸 젊은 불자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 만발봉사팀 황경인(혜림) 팀장

 

날마다 만 번의 꽃이 피어나는 곳

만발봉사팀

만발 공양간은 조계사 교육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봉사 장소이자 부처님 오신 날에만 절에 오는 초파일 불자들도 넉넉하게 품어주는, 마치 부처님의 품과도 같은 공양간의 이름이다.

 

만발봉사는 올해 3월부터 ‘지역법회’에서 전담하기 시작했다. 지역 법회가 시작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조계사 지역법회가 활성화되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각 지역법회의 대표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포교를 해왔는지를 알려준다. 현재 만발봉사팀장으로 봉사를 하고 계신 황경인 혜림 보살에게 지역법회와 만발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역법회 회원들과 조계사를 이어주는 만발봉사

 

조계사에서 기본교육과 기본교리 그리고 불교대학 과정을 수료한 혜림 보살은 기본교육을 할 때부터 시작된 만발봉사가 좋아서 꾸준히 만발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 후 지역 법회가 출발할 때 개척멤버로 2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지역대표와 구역장을 맡아 포교에 힘을 써왔다. 그리고 구역장 소임을 회향하기로 결심한 날, 그녀는 스님과 지역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만발봉사팀장 소임을 맡게 되었다.

30개가 넘는 지역 중 한 달에 두 번을 자원한 곳도 있고 인원이 부족한 경우 2개 지역이 힘을 합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조계사에 와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화합을 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봉사는 회원들을 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고 어색함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개별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어도 소속단체나 소속 사찰이 없어 선뜻 다가오지 못했던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법회에서 만발봉사를 전담한지 한 달 만에 만발봉사를 통해 지역법회 회원이 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만발식당을 빛내주는 또 다른 봉사자는 바로 거사님들이다. 만발봉사를 지원하는 거사님들은 특히 교육과정을 수료중인 분들과 직장 때문에 주말 봉사를 신청하시는 분들이 있다. 공양간 일이 손에 익지는 않지만 일체 불평이나 불만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궂은일을 맡아주는 거사님들께 감사하여 다 같이 박수를 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붓다와 보살의 아름다운 동행

만약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보살’이라는 존재도 없었을지 모른다. 반대로 보살님들이 없었다면 부처님은 오래 전에 잊힌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붓다와 보살은 아름답고 미묘한 관계이다. 보살은 부처님을 사랑한다. 보살들은 부처님을 향한 사랑을 세상에 회향하는 것으로 더 큰 사랑을 만들어 간다.

조계사의 대웅전과 극락전, 관음전과 만발식당을 지키며 부처님의 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보살님들을 만나며 붓다와 보살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한없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부처님에 대한 사랑을 더욱 널리 보여주는 보살님들이 있기에 조계사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