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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도 전법을 위해 길로 나서야 할 때

  • 입력 2014.10.01
  • 수정 2024.11.27

조계사 안성 포교당 대원사 주지 혜곡 스님

▲ 조계사 안성 포교당 주지 혜곡 스님

 

아침저녁으로 옷깃이 여며질 만큼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9월 초, 안성 대원사를 찾았다. 조계사 포교당 1호 대원사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개나리길 16-15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던 참에 초대 주지 혜곡慧谷스님을 인터뷰하자는 제안에 선뜻 안성을 향해 길을 나섰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안성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약 5킬로미터 직진하니 대림동산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의 화살표 방향이 왼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나고, 맨 뒤쪽에 조계사 안성포교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곳 주지로 내려와 계신 혜곡 스님을 선불전 객실에서 만났다.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서 사중 분위기가 휑할 법도 한데, 스님의 환한 웃음 때문인지 오히려 정갈하고 여유롭다.

 

“여기 앉아서 마당을 거쳐 대웅전을 가만히 올려다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저 잔디밭 때문이에요. 힐링이 따로 없지요.”

 

약 1,300평의 대지에 대웅전을 비롯해서 삼성각, 지장전, 무설전요사채, 선불전식당, 템플스테이 숙소 등 다섯 동의 전각이 들어선 대원사는 도량 구석구석의 조경이며 단아한 소품 하나하나에서 공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도량 앞마당의 잔디밭을 특히 맘에 들어 하는 혜곡 스님은 마당을 바라보는 눈길에 담긴 염원을 살짝 드러내 보인다.

 

“저 잔디 잎 수만큼 신도들이 늘어나 대웅전과 마당을 꽉 채웠으면 좋겠어요.”

 

▲ 대원사 대웅전

 

항상 열려 있는

휴식 및 문화 공간으로

“대원사는 도심에 있고 고찰은 아니지만2010년 완공 전통 가람 형식에 입각해서 지어졌어요. 대웅전과 삼성각은 문짝만 빼고는 못을 한 개도 쓰지 않은 전통 목조건물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질 겁니다.”

수행자에게 수행 환경이 중요하듯, 불자들에게 기도 도량의 환경도 그에 못지않다. 전통사찰 형식의 가람은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므로 그런 의미에서 대원사는 기도하기에 썩 좋은 도량이다. 

혜곡 스님은 더불어 불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언제라도 가족과 함께 와서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도량을 구상 중이다. 잔디밭에서 선요가나 명상을 하고, 어린이들은 다칠 걱정 없이 맘껏 뛰어놀고, 더 어린 꼬마들은 유모차에 탄 채 책 한 권 손에 든 엄마와 산책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선불전 큰방에서는 천연염색도 가르치고, 사찰음식 강좌도 열리고….

“1주일 단위의 프로그램을 짜서 불자들이 무조건 자주 찾아오게 할 생각입니다. 이런 일 저런 일로 자주 들러야 부처님 공부도 제대로 하고, 그래야 포교가 되죠.”

혜곡 스님의 구상은 신선하고 의욕도 넘치는데, 사실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안성지역에는 이미 칠장사, 석남사, 청량사 등 고찰이 적지 않은 데다가, 미리내를 비롯해서 유명한 천주교 성지가 많고 그런 만큼 천주교 세가 강하다. 더구나 ‘이웃끼리 친해지는 데 십 년 걸린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인 지역 주민들의 성향도 포교의 어려움을 한 술 보탠다.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지난 7월 이후, 초하루 신중기도를 비롯해서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 한 달에 세 번씩 기도법회를 열었는데, 동참자가 가장 많았던 때가 80명 정도였다.

다행히 공도읍이 안성시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사는 중심가로서, 근처에 아파트촌이 있고 평택지역 등이 차로 약 15분 정도에 오갈 수 있다는 점이 포교의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다.   

 

▲ 대원사 지장전 지장보살

 

봉안당 1,000불 모신 지장도량,

삼분정근 등 1인 3~4역

조계사 사회국장 소임을 맡은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안성포교당 인수 문제로 서울과 안성을 오가기 시작한 스님은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나자 바로 주지로 임명을 받았다. 처음 한 달간은 조계사에서 파견 온 기획국 직원과 둘이 밥도 직접 지어 먹고, 청소도 하면서 고생이 무척 심했다. 지금은 사무장과 공양주, 스님 이렇게 셋이 대원사 살림을 맡고 있다. 

스님은 이곳에 내려온 뒤 줄곧 삼분정근을 하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의 하루 세 번 기도정근에다, 지장전 봉안당 기도, 신도 상담, 조계사 종무회의 참석 등, 1인 4역으로도 부족하다. 건강을 타고났다고 자부하는 스님으로서도 지칠 때가 없지 않다.

대원사의 특색은 뭐니뭐니해도 납골을 모신 지장전에 있다. 국토의 여러 여건상 화장문화가 확산되면서 납골당의 수요 또한 느는 추세여서 비교적 넓은 터를 갖고 있는 불교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기도 하다.

어산작법 전수자인 혜곡 스님에게 영가를 보내고 유골을 안치하는 의식 하나하나는 수행이며 공부이기도 하기에 그만큼 정성과 격식을 갖추지 않을 수 없다. 

“한 영가를 봉안당에 여법하게 모시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려요. 정문에서 부처님께 고하고 지장전에 제사를 모시고 다시 고하고 봉안하는 절차가 그 정도예요. 애통한 유가족들 마음도 헤아려서 정성껏 모시는 게 도리죠.”

지장전 봉안당을 중심으로 안성지역의 포교 일선에 서게 될 혜곡 스님으로서는 본사인 조계사와 연계해서 대원사를 지장도량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목표와 더불어 조계사 포교당 1호로서 좋은 전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고백한다.

 

 

1차 목표는 거사법회

도심포교당과 지역 말사를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혜곡 스님은 안성포교당 개원 첫 목표를 거사법회 중심의 거사회 조직으로 정했다. 거사회를 조직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신도회를 결성하고, 차츰 합창단 등 단체 하나하나를 만들어감으로써 신도회의 틀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거사법회는 주중 평일 저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살았던 혜곡 스님이 불교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다른 사람의 차에서 범망경 테이프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큰 충격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 큰 사고의 범위와 세계관, 철학관에 놀랐다. 얼마 뒤 금강경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금강경의 핵심인 ‘사구게’ 내용에 또 한번 놀란 스님은 마침내 출가를 결심했다.

당시 승승장구하던 직장생활과 주변을 3개월 만에 정리하고, 설악산 봉정암에서 새벽까지 3천 배를 마친 스님은 그것으로 속세와 인연을 정리했다. 어머니와 형제들이 1년간 계속 찾아왔지만 스님은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협박(?)으로 발길을 끊게 했다.  

“출가할 때 결심이 ‘전법’이었어요. 저처럼 불법을 못 만나 뒤늦게 발심하는 일이 없도록 포교해야겠다고 원을 세웠어요. 5년간 어산작법을 공부한 것도 그 때문이었죠. 승려라면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고 그래야 포교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뿐 아니다. 불교학 박사학위수료는 기본이고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혜곡 스님이 포교 원력을 실천하기 위해 딴 자격증은 불교상담심리사1급, 보육교사, 선요가 및 종이접기, 가배블록쌓기 강사 등 분야도 다양하다. 대학원, 어산 등의 모든 학비는 법회 지도교사나 부전 등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이토록 눈물겹게 공부하면서 스님이 터득한 건 ‘공부는 어렵게 해야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니, 그만큼 치열하게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 대원사 전경

 

이웃과 손잡고 오라

혜곡 스님이 출가하고 나서 절대 빠뜨리지 않고 해온 일은 방생이다. 어디서 어떤 소임을 살든 매월 초하루에서 초삼일 사이에 방생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계절에 맞게 겨울이면 바다나 산 방생산짐승 곡물 주기을 하고, 지역에 맞게 미꾸라지, 붕어, 치어 등을 방생하면서 생명존중을 몸소 실천했다. 중생을 제도하기 전에 미물부터 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부처님 당시에 우기가 되면 수행처를 옮겨 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안거에 들어갔어요. 길을 다니다가 벌레나 곤충들을 밟아 죽이게 될까봐 그런 거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방생에는 그런 마음이 깔려 있어요. 불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지요.”

혜곡 스님은 어린이법회나 유아법회, 청소년법회 등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주변 여건상 이뤄지긴 쉽지 않겠지만 직접 찾아다니면서라도 꼭 해보고 싶다. 아직 대부분의 불자들은 스님들이 속세로 나가 찾아다니며 포교하거나 길거리에 나서는 걸 불편해 한다. 스님은 그런 인식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가자도 법상에만 앉아 있어서는 안 되고 찾아다니며 포교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절에 혼자 나오지 말고 이웃의 손을 잡고 나오세요. 주변의 작은 절도 돌아보고, 지역 포교에도 관심을 가져야 불교가 살아남습니다.”

조계사 안성지역 신도들에게 당부하는 혜곡 스님의 말씀에 앞으로 스님이 걸어가려는 길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안성지역 불자들이여! 길거리에서 혹 스님을 뵙거든 간절히 합장하고 스스로 마음을 내어 기꺼이 전법의 길에 함께 하시기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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