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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일곱 걸음의 꽃 (2)

  • 입력 2014.11.02
  • 수정 2024.11.27

[인터뷰] 황미숙 감독님과 오창익 주연배우

▲ 황미숙 감독님(좌)과 '붓다'역의 오창익 배우(우)

 

다음은 안무/예술감독인 황미숙 감독님과의 인터뷰.


기자 연화심: 살풀이 같은 전통춤이 아닌 현대무용극의 해석이 이채로웠습니다. 깨달은 분 ‘붓다’의 어떤 면을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황미숙(보련화)단장님: ‘붓다’는 신이 아닌 인간이셨습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왕자로 태어나 생로병사를 느끼고 괴로워하고 인간적인 고뇌를 통해 선정에 들고 마침내 깨닫게 되는 그 과정을 통해 초심자였던 저 또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화심: 초심자라고 하기에는 무용극의 깊이와 이해도에 너무나 큰 울림이 있습니다. 초발심자의 열정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무용단 이름이 ‘파사’인데요, 불교용어 ‘파사현정’에서 따온 것인가요?

 

▲ 황미숙(보련화)단장님

 

황미숙(보련화)단장님: 신기하게도 ‘파사’라는 이름을 지을 때에 전 불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에 입문하게 되고, 불교색채를 띄는 공연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여러 불자께서도 그런 말씀을 해 주셔서 아마도 부처님께서 저를 이끌어 주신 것 같습니다.

 

연화심: 청년 불자가 절을 다니면 기특하게도, 혹은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무용단 내에 불자가 있나요?

 

황미숙(보련화)단장님: 불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웃음) 하지만 공사구분을 하고 철저히 역할 분석을 통해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단원들이기에 원활한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생애’ 책도 열심히 보고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많은 노력을 요하는 과정이었지요.

 

연화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경우를 보면 종교를 막론한 베스트셀러로 대형뮤지컬로서 손색없는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고 예수 자체를 영웅화시켜 괴리감 없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렸는데요, ‘붓다’ 역시 우리의 스파이더맨, 배트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황미숙(보련화)단장님: 우리도 수행하고 정진하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는 신이 아닌 인간적인 ‘붓다’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2대 붓다로 분해준 오창익 무용수는 정말 놀라우리만치 살도 많이 뺐고 고행에 들어선 붓다의 모습을 구현했는데요. ‘붓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표현을 잘 해주어 부처님께서 시절인연으로 오창익 무용수와 만나게 해 주신 것 같답니다.

 

연화심: 문화예술계에 불교문화 공연이 많이 기획되지 않습니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없고, 공급이 없으니 또 수요가 없는 순환구조인데요. 이렇게 좋은 공연 기획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 또 찾아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황미숙(보련화)단장님: 청년 불자가 많이 오셔서 자리를 채워 주면 그만큼 힘을 받을 것이고 좋은 기획과 공연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붓다'역의 오창익 배우

 

사인회를 마친 주인공 ‘붓다(오창익)’ 와 더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궁금했던 건 주인공의 종교였다. 물어보니 불교가 아닌 개신교라고 했다. 공사를 구분하여 예술작품을 표현함에 있어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부처님의 생애를 읽으며 인간적인 부처님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공연, 마지막 무대라 그랬을까. 춤을 추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그 마음이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인가, 눈물 흘린 여법우들이 있었다.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교리공부에 게을렀다. 알고 있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불자가 한 명도 없는 무용단의 불교색채 가득한 공연을 보고 나와 얼마나 안일하게 살아왔는지 반성했다. 울림이 가득한 코끝 시리게 차갑던 감동을 준 공연이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 부끄러움은 삼 일 후 눈 녹듯 없어지겠지. 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불교 서적을 쉬엄쉬엄 읽는 것을 좋아하니 다행이다. 공부하기 좋은 계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금강경 한 줄이라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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