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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이끌고 후배는 뒤따르니 어느새 하나가 되다

  • 입력 2014.12.01
  • 수정 2024.11.27

조계사불교대학 총동문회 제5대 조재연 회장과 임원들

▲ 11월 14일 생전예수재 회향에 봉사한 불교대학동문회

 

참선이든 기도든, 수행을 하려면 필요한 기본 조건이 몇 가지 있다. 물론 첫째도 둘째도 마음가짐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도나 참선하기에 좋은 장소와 삿된 길로 빠지지 않게 이끌어줄 스승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옛 스님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함께 수행할 좋은 도반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공부는 이미 반은 이룬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번 12월호를 끝으로 ‘우리 사이 도반 사이’ 연재를 마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석가(釋迦)족 마을인 샤카라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이다. 늘 곁에서 수발을 들던 아난다가 문득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참다운 벗을 사귀고 착한 벗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도(道)의 절반을 이룬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아난다여. 우리가 참다운 벗을 사귀고 착한 벗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도의 절반을 이룬 것이 아니라 그 전부이니라. 좋은 벗을 사귀는 수행자는 성스러운 여덟 가지의  도를 닦고 그것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략- ”

(《잡아함경》 제27권 15 〈선지식〉 중에서)

 

 

선후배를 넘어 도반으로,

공부도 함께 활동도 더불어

‘도반과 함께하는 금강경 일만 독송 일일법회’(이하 금강경 독송법회) 입재식이 있던 지난 8월 25일, 대웅전 앞마당에 일찍부터 나와 금강경 독송 동참 신도들을 안내하는 봉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웅전에 좌복을 깔고 정리하는 일부터 신행수첩을 나눠주고 확인하는 일까지, 조직적으로 한몸처럼 움직였다. 더 특이한 건 다른 봉사팀에 비해 거사들의 수가 많은 데다가, 서로 “○○선배님!”, “○○후배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금강경 독송법회 봉사를 맡아 기도 접수를 받고, 입재식 날부터 80여 일째 매일(오후 4시 반~7시 반) 대웅전을 지키면서 봉사도 하고 독송에 동참도 하는 이들이 바로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회장 묵암 조재연) 제5대 임원들이다. 조재연 회장(52학번)과 2명의 부회장(보희 송지오, 하안심 윤현심), 그리고 9개 부서(총무, 재무, 교육, 홍보, 신행, 문화, 포교, 봉사, 기획)의 부장과 차장 등 50여 명, 이들이 이달의 도반이다.

 

▲ 회장 묵암 조재연

 

“저희 조계사 불교대학 총동문회는 선후배 관계가 아주 분명해요. 나이보다 학번을 먼저 따릅니다. 하지만 폭넓게 보면 도반이죠. 부처님 법을 함께 공부하고 봉사하면서 실천하는 벗으로서, 회장인 저를 비롯해서 우리 임원들은 한 달에 최소한 두 번 이상은 만나는 아주 가까운 도반입니다.”

 

총동문회원의 수는 3천여  명, 그 가운데 회비를 내고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은 3백여 명 정도로, 49~56학번이 주축이라고 한다. 

조계사 불교대학 학생회장 출신인 조 회장이 제5대 총동문회장을 맡은 건 올해 1월, 임기가 2년이니 이 도반들은 지난 1년을 함께해왔고 앞으로 함께할 날도 1년 정도가 남아 있다.

임원단의 실무진들은 회장과 동기이거나 1~3년 후배들(52~55학번, 입학한 해의 불기를 기준으로, 뒤의 두 숫자가 학번. 현재 1학년이 58학번)이어서 이들 사이에 선후배 서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나 아래의 개념인 위계라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의 질서일 뿐이다. 함께 공부하고 봉사도 하는 사이에 어느덧 인연 두터운 도반이 된 것이다.

 


도모하는 일 많은 만큼 부담도 커져


▲ 총무부장 호연 김경숙

 

이 도반들은 도모하는 일이 많다. 도모하는 일의 규모도 크기도 하지만, 총동문회 살림은 물론 조계사와 개개인의 발전도 추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도모하는 일이 많다는 건 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고, 더불어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매달 둘째 번 금요일 저녁 7시, 극락전에서 총동문회 정기법회가 열린다. 요즘은 큰스님을 초청해서 경전이나 교리 등 한 가지 주제로 2~3차례 연이어 법문을 듣는다. 좀더 깊고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서 기획한 것인데, 입소문이 나서 일반 불자들도 많이 참석한다.

“정기법회 1주일 전 금요일에 임원회의를 열어요. 그때 총동문회의 여러 가지 행사와 활동 내용을 의논하고, 봉사 일정이나 사중의 전달사항도 공유하죠.” (총무부장 호연 김경숙) 


총동문회가 규모가 큰 단체이다 보니 9개 부서의 활동도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각각 성지순례와 사찰순례를 담당한 신행부와 문화부는 차장만도 10명과 6명이나 된다. 총동문회 인터넷 카페 관리를 비롯해서 홍보와 광고를 담당한 홍보부도 차장이 6명인데, 필요와 부서별 특성에 맞게 인원을 배치하는 것은 전임 선배들에게 배우고 물려받은 융통성이다.

이 임원진 가운데 자문위원단은 모두 4대 임원들(회장단과 부장단)로 구성되었는데, 조 회장의 발의로 5대 회장단에서 처음 도입해서 여러 모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보통의 조직에서는 새 임원과 전 임원들이 물과 기름처럼 잘 화합하지 못하기 일쑤인데, 이들은 사뭇 다르다. 

 

 

▲ 홍보차장 수월행 김석자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에요. 전 임원분들끼리 잘 뭉치는 것도 보기 좋고, 저희들을 얼마나 성심껏 가르쳐주고 이끌어주시는지,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합니다. 저희들도 차기 임원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홍보차장 수월행 김석자)

 

 

 

2년간의 공부는 기본,

3천 배는 필수

이 도반들은 최소한 2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3천 배를 두 번은 해낸 사람들이다. 조계사 불교대학은 44학번 재학 때부터 1년에 한 번씩 3천 배를 하는 학사 일정이 잡혀 있다. 이 행사를 위해 학생들은 한 달 반 전부터 몸과 마음을 준비한다. 학생회 신행부에서 주도하는 행사여서 학생회 임원들은 절을 3천 번 하는 건 기본이고, 접수도 받고 죽비를 치면서 집전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심이 단단해지고, 성취감과 함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게 그들의 체험담이다. 본디 불교대학 중심의 행사였는데 조계사 신도와 일반 불자 등 동참자들이 늘어나 지금은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도반으로서 올해 처음 참석한 공식행사는 3월에 있었던 임원 워크숍이다. 자신들이 주인공이면서 진행자이기도 했던 이 행사를 시작으로 사중의 ‘부처님오신날’은 빼고도, 봄과 가을에 가는 사찰순례, 가을 동문회 체육대회, 연말 동문의 밤(송년법회) 등 자체의 큰 행사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포교차장 광명월 신경주

 

대웅전 청소 등의 사중 봉사를 비롯해서 종로노인복지관(혜화동 소재) 등 부설기관 봉사도 큰 공부거리여서 도반들 스스로 조계사 불교대학 동문임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전에 교육국에서 봉사한 적이 있다는 광명월 신경주(53학번) 포교차장은 “몸 공부,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도량에서 좋은 도반들까지 만났으니 정말 복 받은 일”이라며 기꺼워했다.

 

도반 속의

참 좋은 도반들

이 도반들 가운데 조재연 회장과 수월행 김석자(54학번) 홍보차장은 부부다. 두 사람은 얼마 전에야 비로소 부부임을 밝혔는데, 지난 6년간 동창들한테까지 비밀로 한 건 남들이 알면 불편해 할 것 같아서였다. 재밌는 건 남편이 동문회장 후보로 추천받자 가장 크게 반대한 사람이 부인 수월행 보살이었다. 남편에게 불교대학 입학을 권했을 만큼 남편이 불교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단다.

 

 

▲ 총무차장 연화심 백승금

 

그런데 당사자가 홍보차장을 맡은 이유는 뭘까? 조용히 앉아 있던 연화심 백승금(55학번) 총무차장이 입을 열었다.


“저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40년 지기인데, 수월행이 홍보차장 안 맡으면 저도 총무차장 안 하겠다고 협박(?)했어요.”   

 

부처님 마당에서 40년 우정을 꽃 피우는 두 친구 사이를, 남편을 “묵암 선배”라 부르고 부인을 “보살님”이라 부르는 게 입버릇이 된 이 부부 사이를 ‘도반’보다 더 어울리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난다여, 사람들은 나(붓다)를 좋은 친구로 사귐으로써 병든 몸으로부터 해탈하고, 늙어가야 할 몸으로부터 해탈하고, 죽어야 할 몸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다. 아난다여, 좋은 우정으로 좋은 친구와 교류한다는 것은 이렇게 수행의 절반이 아니라 전부인 것이다.”

 

도반, 참 청량하면서 깨어 있게 하는 말이다.

 

▲ 생전예수재 회향 봉사

 

▲ 생전예수재 회향 봉사

 

▲ 금강경 일만독송 일일법회

 

 

▲ 금강경 일만독송 일일법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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