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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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동지팥죽 나눔 행사
▲ 12월 18일 영등포역 쪽방촌에서 동지팥죽 나눔 행사가 있었다.
불기 2558(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영등포역 쪽방촌에서 동지팥죽 나눔 행사가 열렸다.
눈이 내린 뒤라 도로는 빙판길이었다. 모자와 목도리 그리고 장갑으로 완전무장을 했음에도 신발과 옷 속으로 한파가 느껴졌다. 쪽방촌 도우미 분들과 조계사 신도들은 추위를 몸으로 이겨내며 나눔의 마음으로 쪽방촌 이웃들께 드릴 팥죽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날 밤에 설치한 가스에 불을 지폈는데 가스통이 얼어있었다. 펄펄 끓는 물로 가스통을 녹이며 팥죽을 끓여야 했다. 준비한 팥과 새알심으로 맛있는 팥죽을 만들기 위해 봉사자들은 쉴 새 없이 솥을 저었다.
하얀 김 속에 계신 서송 스님은 마치 신선 같았다. 팥죽 500인분이 대형 솥에서 펄펄 끓어 넘쳤다. 팥죽 거품이 동글동글 터질 때마다 문수동자의 노래가 들렸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面上無瞋供養具 口裏無瞋吐妙香
면상무진공양구 구리무진토묘향
心裏無瞋是珍寶 無染無垢是眞常
심리무진시진보 무염무구시진상
- 문수동자게(文殊童子偈)
팥죽 나눔 행사는 11시 반에 시작함에도 팥죽을 기다리는 줄은 10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섰다. 쪽방촌 주민들은 1시간 넘게 기다리면서도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서송 스님은 한시도 쉬지 않고 솥을 저으며 맛있는 동지팥죽을 끓이느라 애썼고 권역장 대표들과 각 지역 대표들은 배식하느라 진땀이었다. 한 그릇의 팥죽에 사랑과 감사가 오가는 순간이었다.
11시 반과 12시에 두 번의 배식이 있었다. 시원한 동치미가 따뜻한 팥죽과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더했다. 냄비와 반찬통을 들고 온 분들께는 큰솥에서 바로 떠다 주었다. 걸음이 불편한 몸에도 줄을 서서 맛있는 팥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에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냄비로 받아간 팥죽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쪽방촌 주민도 있었다. 몸이 불편해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까지 챙기는 마음이 있어서 쪽방촌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두 솥을 비우자 오후 1시가 훌쩍 넘었다.
봉사를 함께한 쪽방촌 도우미 분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반찬을 나눠주는 봉사를 25년간 해오고 있다. 봉사자들은 조계사 신도분들께 쪽방촌을 안내해주었다. 미로 같은 좁은 입구로 들어가자 1평도 안 되는 쪽방이 가득했다. 그 쪽방도 매달 월세가 있었다. 삶이 고달픈 분들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작은 선행(善行)은 복보(福報)가 없다 하여 가벼이 알아서는 안 된다. 물방울은 아주 작지만 차츰, 큰 그릇까지도 채우는 것처럼 선행도 점점 늘어 가면 작은 것이 큰 것을 이루게 되는 까닭이다.
-법집요송경(法集要頌經)
*동지팥죽 나눔 행사 스케치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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