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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일곱 살의 부처님, 동자승을 만나다

  • 입력 2016.07.01
  • 수정 2024.11.28

▲ 좌측부터 원공 원형 원밀 원융 원영 원욱 원찬 원경 원응 원휴 스님

 

모든 아이들은 아름답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볼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어느 새 성큼 자란 아이들은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쓰면서 온갖 말썽을 피운다. 어느 아이에게나 찾아오는 귀여움과 반항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이 시기를 우리는 ‘미운 일곱 살’이라고 부른다. 이 미운 일곱 살의 개구쟁이 남자아이 열 명이 한 곳에 모여 장장 보름이라는 시간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보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이 어려운 일을 조계사에서는 매년 진행하고 있다. 바로 동자승 단기출가 ‘보리수 새싹학교’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동자승 생활을 마치고 일곱 살 어린 아이로 돌아간 지 한 달 후, 동자스님 9분의 부모님들과 지도 법사를 맡은 혜철스님 그리고 보리수 새싹학교의 선생님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보리수 새싹학교를 소개합니다 

 

환계식 후 한 달, 승복을 벗은 아이들은 서로 반가워하며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금 자랐지만 여전히 짧은 머리카락만이 단기출가를 했던 흔적으로 남아있을 뿐 여느 일곱 살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엄마들과 아빠들의 대화도 끊이지 않았다. 보름 동안 몸도 마음도 쑥 성장해서 돌아온 아이들이 얼마나 의젓했는지 그리고 그 의젓함이 얼마나 빨리 원상복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동자승으로 지낸 15일의 시간이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걱정과 달리 아이들 대부분이 놀랄 정도로 적응을 잘 했다. 오히려 집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은 모습에 서운했다는 부모님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아이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3년부터 동자승 단기출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온 동국대학교 불교아동연구소의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오랜 노하우가 있었다. 불교에 기초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보리수 새싹학교의 선생님들은 지도법사 혜철 스님 외에 유아교육기관 현장교사 경력을 지닌 석사 이상의 교사 3명과 전담 연구원 1명, 불자 보조교사 1명으로 구성된 드림팀이다.

 

이 드림팀은 15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의 성향과 습관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되 모두와 어울려 지내는 규칙과 방법’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는 놀랍다. 환계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후 편식하던 아이는 ‘음식을 소중히 생각하며 감사히 먹는 습관’을, 외동이어서 독점욕이 강하던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려하는 마음’을, 분노조절이 어렵던 아이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에 부모님들이 더 놀라워한다. 물론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다. 생활환경이 바뀌면 예전의 습관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다만 아이가 자신의 주장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동자승을 경험하면서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돌이켜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모님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주변 가까운 사찰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아이가 청소년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 (왼쪽부터)지도법사_혜철 스님, 지도교사_박부숙 선생님, 지도교사_원응스님어머니, 원경스님 어머니, 원찬스님 어미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리수 새싹학교의 책임을 맡고 계신 혜철 스님의 전화기에는 환계식 후 동자스님들의 부모님이 보낸 감사의 문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보름동안 키워주시면서 많은 걸 가르쳐 주셨구나 했습니다. 스스로 자비심과 이해심을 가지기로 했다며 잠들었습니다. 스님을 볼 수 없고 부처님 노래도 들을 수 없고 스님 옷도 입을 수 없어서 슬퍼 잠깐 눈물이 났었다고 하네요.”

원융스님(7세) 어머니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차분해지고 식사 때 바르지 않았던 자세가 고쳐졌어요. 아이가 15일 동안 조계사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어요. 모든 분들의 공과 가르침이 다 묻어나오네요.”

원응스님(7세) 어머니

 

“스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동자승 프로그램이 단순히 행사만 많이 뛰는 게 아니라 아이의 심성도 잡아주는걸 확실히 느꼈어요. 따뜻한 보살핌과 가르침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누가 머리를 보고 빡빡이라고 했는데 자기는 부처님 머리했다고 하네요. 자존감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영스님(7세) 어머니

 

“음식을 편식하지 않고 잘 먹어요. 특히 된장찌개를 못 먹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한참 웃었습니다.”

원행스님(7세) 어머니

 

“밥 먹을 때 항상 깨끗하게 먹지 않아서 한소리씩 했는데 요즘은 밥풀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는답니다. 마지막에 국을 조금 떠서 밥그릇의 밥풀까지 싹 비우고 정리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답니다. 유치원에서 머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씩씩하게 잘 다녀오고 친구들이 빡빡이라고 놀려도 태연하게 대처하네요. 한참 말 안 듣고 장난치는 아이들 데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찬스님(7세) 어머니

 

 

▲ (왼쪽부터)원욱스님 어머니, 원향스님 어머니, 원공스님 어머니, 원공스님 아버지

 

우리 엄마 아빠가 달라졌어요

 

달라진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부모님들이 또한 성큼 자라서 돌아온 아이를 통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외동 특유의 독점욕으로 처음에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힘들어하던 원욱스님은 환계식 후 일상으로 돌아간 뒤 유치원에서 지적 받는 일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마음과 행동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보냈던 어머니는 전보다 잘 먹고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는 아들을 보면서 틈틈이 기도와 명상을 통해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원행스님은 2014년 조계사 동자승 단기출가를 했던 일교스님의 동생이었다. 형제의 어머니는 암 수술과 투병을 하며 오랜 시간을 아픈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였을까. 형제는 유난히 애틋한 우애를 자랑했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격리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잘 적응하여 의젓한 모습으로 환계식을 마친 원행스님을 보면서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오래 전 당뇨를 앓았던 친정 엄마와 닮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형제에게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아프고 피곤한 엄마의 모습보다는 밝고 잘 안아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삼형제 중 둘째인 원공스님은 형과 동생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나눠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원공스님은 누구보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칭찬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늘 참고 양보하며 의젓하게 행동해온 습관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신 스님과 선생님들을 통해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찾았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둘째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엄마, 아빠는 원공스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번 동자승 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던 원찬스님은 아토피 때문에 걱정했던 엄마의 염려와 달리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한 집에서는 채소를 잘 먹지 않았는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야채를 골고루 먹게 되었다. 항상 형을 의식하며 다툼이 잦았으나 환계식 후 일주일 동안 형과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것이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

 

원휴스님의 경우 아이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엄마가 훨씬 힘들어했다. 아들을 조계사로 보낸 뒤 108배를 시작한 어머니는 지금까지 절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애착 때문에 자신이 아들을 너무 과보호했음을 알아차렸다. 어머니의 알아차림은 서먹했던 아들과 아빠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원휴스님은 동자승 프로그램에 적응을 하면서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발군의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단기출가 기간 동안 부쩍 성장한 것을 인정하면서 아들과 남편의 사이가 좋아진 것을 가장 고마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도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자신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 어쩌면 더 큰 수확인지도 모른다.

 

 

▲ (왼쪽부터)원융스님 아버지, 원영스님 어머니, 원휴스님 어머니

 

내년에 오실 미래의 부처님들께


올해로 2년 째 조계사 보리수 새싹학교를 이끌고 계신 혜철스님께 동자승 단기출가의 의의에 대하여 여쭤보았다. 스님은 절이나 부처님을 모르던 아이들 마음속에 스님들이 친근해지고 부처님이라는 한 점의 불씨가 심어져 자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스님과 선생님의 손이 몸에 닿는 것조차 거부했던 원밀스님이 조금씩 마음을 열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다. 환계식을 마치고 일주일 훌쩍 지난 후, 주말 유아법회에 온 원밀스님이 조계사 마당에서 나를 보자마자 ‘지도법사 스님! 혜철스님’하고 외치며 먼저 달려와 안긴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다. 15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가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일생에 한 번 이런 체험을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조계사와 스님들, 선생님들을 믿고 보름동안 아이들을 맡겨 주신 부모님들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모든 과정을 잘 따라준 아이들에게 가장 고맙다. 보리수 새싹학교를 졸업한 동자스님들이 앞으로도 부처님의 가피 속에 건강하고 밝게 성장하길 기도한다. 신나고 즐거운 얼굴로 조계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벌써 내년에 만나게 될 예비 동자스님들이 기다려진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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