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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이주민 돕기 캠페인, 기금 전달식

  • 입력 2016.12.29
  • 수정 2024.11.21

 

▲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12월 1일 몽골 출신 어유나(가명·46)씨에게 ‘이주민 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 기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날 어유나씨를 대신해 참석한 지인에게 기금을 전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12월 29일 몽골 출신 어유나(가명·46)씨에게 ‘이주민 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 기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조계사와 법보신문은 2015년 ‘이주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업무협약(MOU)을 맺고 매월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들을 돕고 있다.

 

어유나(가명·46)씨는 한국에 온 지 12년, 전화 상담원으로서 경력이 10년이 다됐다. 밝은 목소리로 몽골 이주민들과 만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아픔을 갖고 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가슴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 그 아들은 그녀 삶의 이유다.

 

2004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홀로 키우던 아들의 양육비와 편찮으신 친정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었다. 2년이 지나자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고 한국 정착의 경험으로 타국에서의 적응이 결코 쉽지 않을 몽골 이주민들을 돕고 싶었다. 이주민 상담원이 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고 마침내 2006년 상담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여름방학 때마다 한국에 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완전히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어를 공부하며 대학 준비를 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나누지 못한 모자간의 정을 듬뿍 나누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성실하고 속 깊은 아들은 농구를 유난히 좋아했다. 농구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한국에 와서도 곧잘 대회에 나가곤 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들의 경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는 아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아 2012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번듯하게 합격했다.

 

대학에 들어가 더 큰 꿈을 펼칠 아들을 생각하며 설레이는 나날을 보낸 것도 잠시, 악몽 같은 그 일이 벌어졌다. 합격통지를 받은 보름 후 아들은 지인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전봇대를 들이박아 목이 부러졌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제6경추신경 이하 완전마비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가슴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팔을 움직이는 신경도 다쳐 손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운전을 했던 지인은 무면허였고 탑승했던 차량은 보험에 들지 않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사고 후 외손주를 끔찍이 아끼던 친정 어머니는 충격으로 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후유장애등급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어 장애관련 복지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손가락을 쓸 수 없으며 가슴 아래로는 감각이 없어서 방광에 구멍을 뚫어 호스로 소변을 받아낸다. 2시간 간격으로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욕창이 생길 위험이 있어서 항상 옆에서 누군가 돌봐줘야 한다. 

 

“아들은 대부분 누워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4번 35종류의 약을 먹고 온몸이 경직되는 고통을 잠시나마 없애기 위해 매일 진통주사를 맞습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고요. 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농구를 할 것이라는 일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열심히 재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7번의 수술과 4년간의 재활, 신경 치료에 아들과 함께 살려고 모아놓은 전세금을 쏟아부었지만 병원비는 점점 늘어갔다. 통장의 잔고는 이미 마이너스, 지인에게 빌려 병원비를 내고 집도 없어 얹혀 살고 있다. 일상의 편안함은 잊은 지 오래다. 그녀를 정말 괴롭히는 건 자책감이다.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무너진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아들이 아닌 자신에게 사고가 일어났기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자신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굳게 마음먹고 병원에서 직장으로 출퇴근하며 간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출퇴근 시간은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다. 직장에서는 다른 이주민을 상담하느라, 병원에서는 아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참았던 울음을 지하철에서 흘리곤 했다. 자신의 처지도 힘겨운데 다른 사람을 위해 상담해주고 나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상담을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저도 힘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제 소원은 딱 하나에요.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아들녀석 농구시합에 한 번도 가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돼요. 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농구하는 것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요. 제게도 그런 기적이 찾아오겠지요?”

 

그를 위한 한국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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