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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이주민 돕기 캠페인, 기금 전달식

  • 입력 2017.02.28
  • 수정 2024.11.16

 

▲ 조계사와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2월28일 베트남 출신 라훈훵(33)씨에게 300만원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거동을 할 수 없는 라훈훵씨를 대신해 사촌 누나 레티 하이씨가 참석했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2월28일 베트남 출신 라훈훵(33)씨에게 ‘이주민 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 기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조계사와 법보신문은 2015년 ‘이주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업무협약(MOU)을 맺고 매월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들을 돕고 있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 라훈훵은 2012년 한국에 왔다. 4남매의 막내였던 그는 유달리 효심이 깊었다. 다른 형제는 모두 분가했지만 그만은 부모님 곁에 남아 농사일을 도우며 살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도 분가하지 않고 부모님을 부양하며 살았다. 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부양해야 할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던 아이. 여섯 식구의 입이 온전히 그에게 달렸다. 베트남에서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을 돕는 것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신혼의 단꿈이 깨기도 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가 취업한 곳은 경남 밀양의 홍미나리 농장. 하루에 10시간 이상 농사일을 하며 주말도 없이 일하고 받는 돈은 고작 130만원.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베트남으로 보냈다. 그러기를 꼬박 4년째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나 비자갱신 차 베트남에 다녀왔다. 갓난 아이었던 아들은 어느새 세 살배기 꼬마가 되어있었다. 잠깐이었지만 고향의 품은 따뜻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위쪽이 자꾸 아프다 말했지만 큰일이 아닌 듯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수입은 한국에서의 벌이가 전부인지라 6명의 생활비로도 빠듯한 돈을 병원비로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를 고향에 두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둘째 출산 소식을 들었다.

 

기쁨도 잠시, 위가 아프다던 아내는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말기였다. 신혼생활을 누릴 틈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며 지냈던 아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위가 아프다며 배를 만지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 생생했다. 병원비 걱정에 아내를 배려하지 못했던 자신과 넉넉치 못한 벌이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생떼같은 자식이 둘이었다. 둘째 녀석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눈앞이 막막했다. 아무리 아끼고 아껴 고향에 돈을 보낸다고 해도 아내의 병원비까지 더해지면 지금의 수입만으로는 부족할 것이 뻔했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그저 부모님과 네 가족이 배고프지 않게만 살 수 있길 바란 것이었다. 그것조차 욕심이었을까?

 

라훈훵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망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곳으로의 취업은 보장되지 않았다. 그나마 안정적인 농장일을 포기하는 모험을 하느니 더 열심히 일해 월급을 높이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불행은 좀처럼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2017년 새해를 맞아 베트남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비자도 연장해야 됐고 지금이 아니면 아내를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한국에 있던 사촌형과 만나 고향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일에 치여 만나지 못했던 친구, 사촌들을 만나고 가족들을 위한 선물도 구입했다. 잠시나마 고향에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들떠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내일이면 베트남으로 돌아가 태어난 후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던 둘째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아픈 몸으로 가족을 돌봤을 아내에 대한 애틋함도 더해졌다.

 

1월2일 새벽 고향에 갈 설렘으로 사촌형은 동생을 깨웠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라훈훵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동생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119에 신고를 하고 계속 동생을 흔들었다.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동생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정지로 인한 무호흡과 의식불명. 응급차가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행히 라훈훵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40분간 산소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뇌는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현재 라훈훵은 허열성 저산소 뇌병증으로 혼수상태다. 흔히 말하는 식물인간이다. 저체온요법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아들을 돌보기 위해 베트남에서 아버지가 입국했으나 베트남에 남아있는 가족들도 걱정스럽다. 당장 가족들의 생활비도, 아내의 병원비도, 라훈훵의 병원비도 쌓여가고 있다.

 

그를 위한 한국 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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