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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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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 입재 봉행

  • 입력 2017.06.18
  • 수정 2024.11.27

▲ 조계사는 6월 18일 생전예수재 입재를 봉행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이신 수암 스님께서 법어를 내렸다.

 

올해 윤년 윤 5월을 맞아 조계사는 6월 18일 생전예수재 입재를 봉행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이신 수암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법어를 내렸다.


저는 항시 기억하는 게송이 하나 있습니다.

 

“콧구멍 없는 소가 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삼천세계가 내 집임을 알았다.

6월 연암산 내리는 길에

야인은 일 없이 태평가를 부른다.“

 

‘중이 시주물을 먹고 방일하면 죽어 소가 되어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된다.’는 얘기에서 나왔습니다. 놀고먹으면 소가 된다는 얘기인데 앞 구절은 일을 안 하면 지옥에 간다 하고, 뒤에는 일하지 말고 놀고먹어라 합니다.

 

이 뜻을 잘 해석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먹고살기 힘들었고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주는 데도 없었습니다. 하루 일 안하면 하루 굶어야 하는 어려운 시절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품앗이를 하면서 너 집 내 집 없이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학문이 발달하고 정보가 교류하다 보니 이제는 배움이 부족해서 근심하는 일이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배운 게 없어서 더불어 함께 살았다면 지금은 너무 똑똑해서 혼자만 사는 시대입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내 집 울타리 높이 쌓고 풍족하게 살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풍족한 것이 극락에 가까워지고 있는 징조일까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참고 살아야 했습니다. 육바라밀 중 인내가 적용됐습니다. 요즘엔 ‘왜 참아’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삽니다.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세상을 나 혼자 소유하려 합니다. 어떻게 내 것도 아닌데 소유하려고 하는 것인지요.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반야심경에서 ‘모든 것은 공하다.’라고 했습니다. 먹고사는 생존이 중요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체하지 않는 걸 소유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존이라는 미명 아래 집착하고 욕망함으로써 스스로가 없는 고통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덥습니다. 힘들죠. 하지만 더워서 고통스러운 게 아닙니다. 더위는 하나의 조건일 뿐입니다. 그것이 절대 기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덥다, 덥다’하며 더위를 붙잡고 있습니다. 더위는 손님처럼 왔으니까 갈 때도 손님처럼 갈 것입니다. 언젠가는 갈 놈입니다. 이처럼 순간순간 다가오는 즐거움, 괴로움 등 모든 것은 다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부여잡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은 어디서 오는가. 참선을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반쪽입니다. 염불하고 참선하는 것은 자기성찰일 뿐입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좌복 위에 있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보리수 아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은 부처인지, 그냥 수행자인지, 길 가던 나그네가 지쳐서 앉아있는 건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녹야원으로 제자를 찾아가서 법문하셨을 때 비로소 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깨달음은 거기에 있습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그저 아라한일 뿐입니다. 자기성찰만 있고 세상과의 소통이 없는 상태입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났을 때 바로소 부처님인 것입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거기에 있습니다. 불자님들은 나누고 베풀고 사랑해야 합니다. 나누지 않는 사람에게는 복이 가지 않습니다. 땀 흘리는 도반에게 물 한잔 건네고, 방석 깔아주는 등 나를 비우고 한없이 베풀다 보면 무한한 복이 올 것입니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깨달음이 되어야 합니다.

 

▲ 생전예수재에 동참한 신도님들은 흠전(欠錢)에 소원을 적어서 공양올렸다. 경전을 읽고 흠전을 보시해 전생 명부전에 진 빚을 갚아 업장소멸과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생전예수재에 동참한 신도님들은 흠전(欠錢)에 소원을 적어서 공양올렸다. 경전을 읽고 흠전을 보시해 전생 명부전에 진 빚을 갚아 업장소멸과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생전예수재란 ‘생전生前에 미리預 닦는修 재齋’ 의식으로, 죽은 뒤에 행할 불사(佛事)를 살아 있을 당시에 미리 닦아 사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따르는 의식이자 수행이다.

 

다음 생전예수재 초재는 음력 윤5월 초하루인 24일(토)에 봉행하며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께서 법문할 예정이다. 생전예수재 회향일인 7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대웅전에서 봉행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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