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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봉사하며 선근공덕 쌓아가는 조계사 청년 불자

  • 입력 2017.09.10
  • 수정 2024.11.27

 

 조계사 청년회 직지사 생명살림기도 법회 봉사활동 스케치


9월 10일, 김천 황악산 직지사는 조계사 생명살림기도 법회를 위해 동참한 수 천 명의 불자들로 북적였다. ‘살생을 금 한다’는 부처님의 계율을 실천하면서 더불어 가족의 건강, 사회의 건강 등을 서원하며 공덕을 쌓으려는 이들이다. 사부대중이 원만하게 서원할 수 있도록 조계사 청년회 또한 나섰다. 생명살림기도 법회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들에게 ‘방생’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날, 청년 불자들의 방생 봉사활동 시작은 직지사의 새벽예불을 올리는 것에서부터 이뤄졌다.

 


조계사 하안거 해제 생명살림기도 법회 봉행

4500명 신도들의 방생 의식 위해 나선 조계사 청년회



▲ 직지사 대웅전 앞 누각에서 새벽예불을 올리고 있는 청년 불자

 

9월 10일 새벽 4시, 사찰에서의 하루를 알리는 도량석이 시작되기도 전이다. 컴컴한 어둠을 뚫고 청년 불자들이 직지사 한 가운데에 자리한 누각에 모여 앉았다. 대웅전의 석가모니부처님을 마주보고서다. 도량석이 끝나고 사물 소리가 울렸다. 세상의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법고, 범종, 목어, 운판 소리가 차례대로 울린다. 목어 소리가 유독 귓전에 맴돌았다. 이날은 바로 치어를 자연으로 놓아주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부처님의 가피로 치어방생 의식이 여법해질 수 있도록 새벽예불을 하는 내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조계사는 동안거, 하안거 해제에 맞춰서 전국 각지의 사찰을 방문해 생명살림기도 법회(이하 법회)를 연다. 자비와 선을 베푸는 불교 의식 중 하나인 방생을 위해서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은 “방생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적극적인 선행을 함으로써 삼라만상의 덕을 갚는 불교적인 의식”이라며 “방생은 생명의 빛이요, 거룩한 덕행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하나인 불살생과 같은 맥락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공덕이다”고 방생의 의미를 되짚었다.  

 

불살생을 실천하고 나아가서 공덕을 쌓기 위해 법회에 동참하는 신도들의 수만 해도 4500명이 넘는다. 신도들 모두가 원만하게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계사 청년회는 조계사 종무원을 도와 질서유지‧행사보조‧안전확보 등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120여 명의 청년 불자들이 마음을 내서 이번 법회 봉사에 참여했다. 행사장 곳곳마다 청년 불자들의 손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행사장, 방생장, 공양간, 주차장 등 행사장 곳곳에서 봉사,

신도들이 생명 살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 더 큰 공덕 쌓는 청년 불자들

 


▲ 신도들이 착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봉사자

 


▲ 신도들이 착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봉사자

 

오전 9시, 신도들을 가득 채운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청년 불자들은 행사장팀, 방생팀, 공양팀, 주차장팀으로 나뉘어 신도들을 맞이할 채비를 벌써 마쳤다. 대규모 인원이 동참하기 때문에 동선이 흐트러진다거나 안전상에 문제가 생기면 큰 사고로 번질 수가 있다. 봉사자들이 한 시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임해야 하는 이유다.

만덕전 앞 행사장에는 좌석이 빼곡하게 마련돼 있었다. 행사장 봉사팀은 신도들이 자리에 착석하도록 돕는다. 물밀 듯이 쏟아지는 신도들을 차례차례 착석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는 게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빈 자리,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지 않느냐’ ‘지역 사람들이랑 같이 앉아야 하니 앞으로 가겠다’며 볼멘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하지만 청년 불자들은 친절하게 설명하며 질서정연하게 착석할 수 있도록 신도들을 설득했다. 동참자들 중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한 노보살들이다. 행여라도 이들이 불편해하거나 다치지는 않을까 손을 꼭 붙잡고 안내를 하는 봉사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 시간가량 지나자 신도들이 모두 행사장에 착석했고 본격적으로 법회가 시작됐다. 행사팀은 이제야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원하건데, 풀려난 뒤에는 다시 마구니에게 먹히거나 그물에 걸리지 말고, 마음 놓고 자유롭게 오래 살다가, 목숨이 다한 뒤에는 삼보의 힘과 보승여래의 자비한 원력에 힘입어, 저 도리천에 나거나 인간계에 나서 계율을 지키고 선행을 닦아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하여 원대로 극락세계에 태어날지어다. 오늘 방생하는 선근을 지은 제자들은 보리의 행과 원이 더욱 늘어가며 고통받는 중생들을 내 몸처럼 구제하고, 이러한 인연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하며 아미타불과 여러 성현들을 뵈옵고 무생법인을 얻으며, 한없는 세계에 분신을 나타내어 많은 중생을 제도하여 다함께 깨달을 지어다.” -방생 기도문 중 발췌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사부대중의 기도가 끝나자 방생 의식이 시작됐다. 사부대중은 차례차례 줄을 지어 직지사 앞 개천으로 향했다. 이번엔 방생팀 봉사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치어방생을 위해 준비된 물고기는 5만 5000마리다. 토종 물고기 메기와 붕어 치어가 신도들의 손에 의해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간다. 봉사자들은 신도들이 치어방생을 할 수 있도록 어린 물고기들을 바가지에 담아줬다. 이러저리 튀어나가는 물고기들이 다치지 않도록 사투(?)를 벌이는 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 물고기들이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세요. 더 큰 물고기나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나무관세음보살.” 

 

노보살, 청년, 학생,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어린 물고기들을 개천에 놓아줬다. 사람의 손에서 벗어난 물고기들은 개천을 유유히 헤엄쳤다. 치어방생 의식에 처음 참여한 인천의 한 신도는 “바가지에 담겨져 있던 물고기들을 풀어줄 때 희열감을 느꼈다”며 “부처님 법을 접하고 나서 이렇게 뿌듯했던 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고 기뻐했다.

 

▲ 자연으로 돌려보낼 치어를 신도들에게 건네는 봉사자


방생을 마친 신도들은 질서유지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공양간으로 향했다. 신도들의 허기를 달래줄 메뉴는 비빔밥과 오이냉국, 바나나였다. 이곳에서도 봉사자들은 쓰레기를 정리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공양을 마치고 자율참배를 하려는 신도들에게 직지사 곳곳의 길을 안내하는 역할도 봉사자들의 몫이다.


대웅전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온 한 신도는 청년회 조끼를 입은 봉사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방생 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는 그는 “청년회 법우들이 순발력 있게 봉사를 해줘서 너무 좋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의식을 치르는데 사고 하나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청년회) 덕분이다. 청년회가 있으니 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3시, 4500명의 신도들을 태운 120여 대의 버스가 직지사를 모두 떠났다. 그제야 청년회 법우들의 봉사활동도 끝이 났다. 차량 질서 유지를 마치고 휴식 공간으로 돌아온 주차장팀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법회를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또한 숨길 수 없었다.

 

방생 법회 봉사활동에 2년 째 참여하고 있는 김가영 법우(청년회 참선수행부)는 “매 번 방생 법회에 참여할 때마다 수 천 명의 신도들이 안전하게 행사를 치룰 수 있도록 봉사를 한다”며 “‘일’이 아닌 ‘봉사’를 하면서 자비를 나누고 덕을 쌓는 시간으로 여긴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우리 절 청년회가 최고다’ ‘아이고, 수고 한다’며 기특하게 생각해주시는 보살님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청년회 지도법사스님들과 봉사활동을 마친 법우들의 단체사진

 

<범망경>에는 방생을 ‘생명을 죽이지 말고, 죽어가는 생명은 구호해 줌으로써 고통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기록돼 있다. 방생이 불교의 자비심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법 중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회 지도법사 스님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생명을 살려줄 수 있는 인연 자리가 거의 없다. 그런데 방생을 통해 그 마음을 행하는 것”이라며 “신도들이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청년회 법우들을 통해서 느꼈다. 나를 통해서 타인이 또 다른 생명을 살려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처가 돼 가는 길이 아닌가”라며 방생 봉사활동에 대한 의미를 짚어주셨다.


방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신도들의 표정에는 행복감과 즐거움이 넘치는 듯 보였다. 황악산 자락이 포근하게 펼쳐진 직지사에 찾아 대자연과 호흡하고, 또 다른 생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그들의 마음 또한 정화되지 않았을까. 이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봉사한 청년 불자들에게는 분명 선근 공덕을 쌓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서원해본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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