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도량에서 일궈가는 다섯 가족의 참행복
어린이·청소년지원팀 김령아·김대수 부부와 세 남매 ▲ 지난 8월 17일 조계사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기도(월정사)에 동참한 김령아·김대수 부부와 도연·동훈·동완 남매. 한 찬불가 가사처럼 봄날에는 향기가 있어야 하고 여름에는 그늘이 있어야 하며 가을에는 달빛이 그윽해야 계절의 맛, 자연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가을과 달빛,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멋진 시 한 수 떠오를 것 같은 환상의 조합이다. 어떤 풍경도 달빛 아래에서는 아름답지 않을 재간이 없으니, 달빛이 부리는 신통이 아닐까 싶다. 가을 정서가 물씬 풍기는 〈달빛을 켜요〉 캠페인을 보면서 우리 마음속 달빛이 환히 켜진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았다. 봉사하면서 만난조계사청년회 커플 충청도 산골, 괴산 출신의 김대수(진인, 44) 불자와 서울 토박이 김령아(대각심, 41) 불자. 2003년 초에 조계사청년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해 12월에 혼인해서 딸 도연(서강초 4)과 두 아들 동훈(서강초 2), 동완(6)을 낳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알콩달콩 총천연색 삶을 살고 있다. 부부 중에 먼저 조계사와 인연을 맺은 이는 부인 대각심 보살이다. 조계사 중고등부법회에 다녔고, 청년회도 180기로 190기인 남편 진인 거사보다 10기나 빠른 선배다. 대각심 보살은 외할머니와 이모가 스님인 외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절에 자주 다녔다. 스물다섯 살 때 청년회 활동을 시작해서 조계사청년회 사무장을 지냈고, 줄곧 청년회 동아리 길상풍물원에서 장구재비로 활동했다.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첫딸 동연이를 임신했을 때도 장구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둘째를 가져 만삭일 때 부산에서 열린 대한불교청년회 전국대회에 참석, 주위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저희는 봉사활동 가서 처음 만났어요. 2003년 당시 ‘싸리비’라고, 청년회 선정부의 봉사 동아리가 있었는데 제가 팀장이었어요. 노스님이 버려진 아기들을 키우는 불광동 한 절로 봉사를 다녔는데, 거기서 다른 부서 소속인 아내를 만난 거죠.” 조계사청년회 특성상 부서가 다르면 서로 얼굴을 알기 힘든데, 문화부(대각심)와 선정부(진인)였던 두 사람이 봉사 장소에서 알게 되었으니, 봉사로 쌓은 공덕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년회에서 ‘싸리비 팀장 김대수’라는 이름을 익히 들었던 대각심 보살은 야무진 눈매로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그의 성품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진인 거사 또한 예쁘고 활달한 대각심에게 호감을 느꼈다. 둘은 그렇게 사귀기 시작했으나 혼례식을 올리기까지 두세 번 예식장을 취소하는 등, 처가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사윗감이 사업상 지방 출장을 자주 다녀야 한다는 걸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이다. ▲ 김대수(왼쪽) 김령아(가운데) 부부와 딸 김도연(오른쪽) ▲ 2011년 동자승 동훈·2013년 동자승 동완. 달빛 같은 자녀들과 함께하는부부의 주말 평탄하게 자란 아내에 비해 남편 진인 거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홀로 상경, 트럭 기사 조수를 비롯해서 외항선 선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고생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그때를 상상해보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가슴이 아프다는 대각심 보살.“성공하기 전에는 고향에 안 내려가겠다고 마음 먹고 2년 동안 집에 연락도 안 하고 한 번도 안 갔대요. 남편은 의지가 강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아요. 여행을 가도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저와는 좀 달라요.”결혼 10주년이었던 작년,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할 때 둘은 그런 성격 차이 때문에 조금 토닥거리기도 했지만 큰소리까지 나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과 숙소 등을 미리 확인하고 늘 메모하는 남편 덕분에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여행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이 집안에는 조계사유아·어린이법회 회원이 세 명, 어린이합창단 단원이 두 명(위로 동연과 동훈)이나 있다. 막내 동완이도 조금 더 크면 합창을 시킬 생각인데, 합창단은 토요일 아침 10시에 우쿨렐레 강습으로 시작해서 합창 연습까지 마치면 오후 3시가 되어야 끝난다. 그 사이에 부모들(어린이·청소년지원팀)은 만발식당에서 아이들 점심을 준비한다.유아·어린이법회가 있는 일요일은 온 가족이 조계사로 총출동한다. 특히 큰딸 동연이는 유아법회 창립 초기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현재 어린이법회까지 8년째 다니고 있다. 아이들 셋과 부부는 별일이 없는 한, 이렇게 토요일과 일요일을 꼬박 조계사에서 함께 보낸다. 한편, 어린이법회 고참 부모로서 부부가 아쉬운 소회를 조심스레 털어놓는다.“절에 아이들 놀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조용조용 숨죽이며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오. 더불어서 기다리는 부모들에게도 기도나 명상, 휴식할 수 있는 장소와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절마당에서 마음도 몸도무럭무럭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사교육을 받는 시대다. 이들 부부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 세 아이 모두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늘 같다. 공부에 찌들지 않고 부처님 품에서 흙 밟고 놀이도 하면서 기도소리, 노랫소리 들으며 자라는 것, 심성이 바르고 고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부부의 교육관이다. 다행히 조계사 중고등부 학생들을 보면 자신들의 생각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단다. 남들을 도우면서 더불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자녀들에 대한 부부의 바람이다. 지난 2011년 부처님오신날 즈음, 동자승이 된 동훈이가 명동성당에서 추기경 품에 정겹게 안겨 있는 사진이 주요 신문에 큼직하게 실린 일이 있다. 종교 간의 화합을 상징하는 그 한 장의 사진은 여기저기에 언론 매체에 다투어 실렸는데, 스스로 추기경 품에 덥석 안긴 동훈이의 그런 아이다운 천진함을 이 부부는 무엇보다 귀히 생각한다. 막내 동완이도 작년에 동자승 체험 ‘보리수학교 1기’에 동참해서 재밌고 뜻 깊은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보리수학교는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프로그램을 진행,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했다고 한다.“전에는 아이들이 좀 힘들어 했어요. 보리수학교로 바뀌면서 적응기간 2주간은 집에서 다니게 해서 부모와 떨어지는 연습을 시켰는데, 적절했던 것 같아요. 단기출가 3주간도 아이들에게 맞게 새벽예불을 없애는 등 바람직하게 바뀌어서 한 번 더 하고 싶어할 만큼 아이들 반응이 좋았어요.” ‘싸리비’와 ‘소나무회’의따뜻한 나눔 조계사청년회 선정부 소속 봉사 동아리 ‘싸리비’로 봉사를 시작한 진인 거사는 지금도 직장(국회도서관 근무) 직원 봉사모임인 ‘국회소나무회’를 통해 기부와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팀장으로 활동했던 싸리비 시절, 절 안에서 하는 봉사는 신행활동이므로 기본으로 해야 하고, 봉사활동은 종교를 초월해서 절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었다. 인터넷 카페 ‘싸리비’를 통해 종교나 종단과 관계없이 봉사에 뜻을 둔 40~50명이 모여 이웃 종교단체인 구세군회관, 연세사회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터, 단양 구인사 등 여러 곳에 봉사를 다녔다.“한 달에 3~4회 봉사를 다녔어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지하철역에서 ‘공공질서 지키기’ 등의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죠. 그때 봉사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교리 공부 못지않게 봉사가 가치관이나 인생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부처님의 자비심을 실천하는 길이라는 것을요. 제가 앞만 보면서 달렸던 청년시절, 돈을 벌어도 뭔가 헛헛해서 조계사를 찾았던 것처럼, 봉사로 채워지는 것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죠.”그때의 발심이 그에게 평생의 지침이 된 듯하다. 매달 정기적으로 여러 곳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한 달에 한 번 기독교계 복지시설 양평 ‘로뎀의 집’ 장애우들을 찾아가 목욕과 청소를 돕거나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등 그 일을 이어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동연과 동훈, 동완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진인 거사와 대각심 보살 부부.비록 금강경, 천수경을 달달 외우거나 무릎이 닳는 간절한 기도는 없다 해도 현재에 감사하고 주위 인연에 고마워하며, 가난하고 아픈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한다면 그것 또한 마음 속 달빛을 켜는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 생명살림기도 서대문구 5호차 인솔자 진인 거사. ▲ 생명살림기도에 동참한 동훈 ▲ 치어를 방생하고 있는 대각심 보살과 큰딸 동연. ▲ 세정건을 목에 건 막내 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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