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밖으로 나온 석인스님의 서화
4월 봄이라고는 하지만. 황사탓인지 찬 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오후 석인스님을 뵈러 불일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께서 선서화전을 하신다기에 찾아뵈러갔습니다. 선서화? 낯선 단어에 여기저기 뒤지기를 여러 번, 큰 스님들의 깨달음을 위한 참선의 방편이며, 묵으로 그린 연꽃이나 달마의 그림이라는 간단한 지식만을 갖고 스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스님을 뵙기 전 간단히 스님의 그림을 보았습니다.선서화는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접할 기회가 적고, 설령 접한다 하더라도 그 뜻을 헤아리기가 너무나 난해하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본 스님의 작품에서는 편안한 느낌과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새의 모습에서 친근한 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작품을 감상하면서 스님 작품의 대부분의 주제가 되고 있는 ‘가릉빈가’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또한,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이 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들을 갖고 스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석인스님의 첫인상은 갓 산에서 내려오신 스님,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보아오던 수염으로 얼굴을 덮은 스님, 편안하고 언제나 모든 것을 다 받아주실 것 같은 미소를 갖고 계신 스님 모습 그대로셨습니다. 그 분의 눈빛이 너무도 맑아 마치 어린 아이의 눈빛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일 궁금한 ‘가릉빈가’를 여쭈어보았습니다.보신불이 창건한 극락정토에서 탄생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항상 법문을 설하는 가릉빈가 새의 모습을 스님이 독창적으로 탄생시킨 것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우리는 스님의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설법을 전하는 자유롭고 활기찬 가릉빈가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전하는 설법, 그 설법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또한, 스님의 말씀 가운데 “내안에 있는 것을 비우면 받아들여진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우리들 자신을 비우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모습을 꾸짖는 듯 했습니다. 정작 받아들이려는 준비로 우리는 우리 내면에 갖고 있는 헛된 욕망과 탐욕을 먼저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스님께 “이 작품들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계신 작품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드렸다. 누구나 그렇듯 스님이 당연히 한 작품 골라주실 것이라 생각 했는데, 저의 실수였다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스님은 스님이 세상에 내 놓은 작품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한 것이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도, 덜 애착이 가는 것도 없이 다 똑같다고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한 자신이 순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변화하는 선서화를 보여주시겠다는 스님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바람은 있으나, 봄이기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찾아간 석인스님의 선서화전에서 봄처럼 따듯한 마음을 갖고 계신 인연을 만나게 되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또한, 설법을 전하는 가릉빈가의 모습을 보면서 스님이 보여주신 거대한 깨달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전시회였습니다.이 전시회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조금이나마 스님의 뜻이 전달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불교적 깨달음을 단출한 그림과 몇 자의 글로 찍어내는 선서화는 직관이 내려앉은 아름다움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대중과 아직은 덜 친숙한 선서화지만, 한번쯤 감상 하면서 무릉빈가의 설법을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인스님은 이번이 세 번째 전시회입니다. 1,2회는 전북에서 하셨고 처음으로 서울 법련사 내에 불일 미술관에서 4월 26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스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전시회에 들르신다면 꼭 한번 스님을 뵙고 오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비추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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