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혹은 성자가 된 주리반특
- KBS 교향악단과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KBS홀 협연 -중학교 2학년 소녀의 점퍼색은 물빛이었고, 소녀의 아버지는 어두운 밤색 양복을 입었다. 소녀는 수행평가를 몹시 걱정하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버지를 압박했고, 아버지는 소녀에게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맑은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완강했다. KBS홀 2층의 A46 좌석의 주변은 좁아서 주변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나눔’을 주제로 하는 제 138회 KBS FM콘서트홀은 그런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발달장애아 연주단 · 지휘 박성호)의 연주는 2부에 있었다. <경기병 서곡>.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말발굽소리를 연주하였고, 선율 속의 말들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음표와 함께 초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말들의 호흡은 건강했다. 발달장애아들의 서정은 가장 깊게 간직하고 있었던 맑은 마음자리에서 솟구쳤다. 그 서정은 서늘한 샘물이었다. ▲ 이한결 학생(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트럼펫)한결(방산고 1)이는 맨 뒷줄 큰 북 앞에서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그의 음색은 아름다웠고, 박자는 정확했다. 한결이의 꿈은 음대 진학이다. 그리고 유명한 트럼펫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그의 학교 친구 권준성(방산고 1)은 “한결이는 항상 시간을 잘 지키고, 어떤 일이라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반복 연습하는 집중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한결은 우리 반에서 제일 모범적인 학생입니다.”라고 귀띔한다. 송파구에 있는 방산고등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의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최성원(사회자·테너) : “무엇이든 비정상적으로 빠른 세상에 이들의 발달은 조금 느릴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 발달장애우들이 오히려 정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단 하나의 곡이라도 천 번을 연습하여 오늘처럼 감동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불경에 나오는 주리반특은 요즘 식으로 판단하면 일종의 발달장애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께서 제시한 ‘청소’를 끝없이 반복하여 깨달음을 얻고 위대한 아라한이 되었다. 불자들도 반야심경과 천수경 등을 수없이 암송하고 또 암송한다. 그러고 보면 불교는 각종 심리적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과 방법론의 기반을 튼튼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그 방편은 다각적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영화 <미션>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에서 오보에 연주는 김윤성(성수고 1)이 맡았다. “난 여기 이곳에서 꿈을 보았네. 난 여기 이곳에서 꿈을 찾았네~”가 그것의 한글 가사이다. 사회자는 음악이 그들의 자폐를 열고 있다고 했으나, 오히려 그들 발달장애아들이 세상의 자폐를 감동으로 열고 있었다. 오보에를 연주하는 윤성이는 무대 위에서 즐거운 표정이었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칭얼대던 옆 좌석 중학생 소녀의 눈매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마지막 음악은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KBS 교향악단의 숙련된 소리와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미숙한 소리는 서로들에게 스며서 서로를 적셨다. 세련은 미숙으로 인해 순수했고, 미숙은 숙련으로 인해 아름다웠다. 빨간 넥타이(발달장애아)와 노타이(KBS 교향악단)은 그렇게 하나이면서 둘이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아니었다. 그냥 아름다움일 뿐이었고, 그냥 무한한 감동일 뿐이었다. 평등상의 이상은 이 땅에 그렇게 열렸다.그들이 마지막 앵콜곡은 <헝가리안 춤곡 5번>. 밖으로 나오니 여의도공원에서는 소쩍새가 멀리 울었다. 그러나 가슴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로 흘러넘쳤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2006 년에 창단하였고, 42명의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주소는 http://orchestra.heart-heart.org/이며, 전화는 02) 430-200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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