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화두 - 생활포교(生活布敎)
법정스님사진에 합장 삼배하시는 어머니 ▲ 법정스님“아범! 우편함에 가서 신문 좀 갖다 주시게. 왜요? 뭐 보실 기사라도 있으세요? 그 왜 있잖여! 부처님신문, 불교신문 말여!” 팔순이 다 되신 나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배달되는 불교신문 매니아시다. 신문이 배달되는 날이면 첫머리 머릿기사 제목부터 마지막 광고의 한 다락까지 오전 내내 대 여섯 번은 읽으시고 점심을 드시는 둥, 마시는 둥, 불편한 노구를 이끄시고 노인정으로 가시어 요즘 일어나는 불가의 소식들을 일목요연하게 동료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일장 연설로 이건 이러면 안 되는데 저건, 암 그렇지, 논평까지 하시다 하루를 보내고 오신다.어머니가 이렇게 불교신문 애독자가 되신 이유는 작년 삼월이었던가, 어머니는 허리가 불편하시어 세 번씩이나 수술을 받으셨는데, 두 번째 수술 때 잘못되어 아예 일어나 앉지도 못하시고 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아 국가에서 간호 도우미까지 지원받는 지경에 이르러 거의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고 계셨었고, 그런 와중에 심심하고 무료하면 보라고 간병인이 가져다준 불교신문에 마침, 법정스님 입적 기사가 일면 톱으로 기재된 것을 접하시고 “애고, 아범! 나도 저 양반 따라서 극락왕생하고 싶소. 정말 우리나라에 큰 별이 지셨네. 큰 별이 지셨어.”하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다 신문을 접고 또 접어 머리맡에 개켜 두었다가 몸이 괴롭거나 잡념이 생기면 신문을 펼쳐 법정스님 사진에 합장, 삼배를 올리고, 기사를 읽고 또 읽으시며 마음을 추스르시곤 하셨는데, 어째든 그 후, 어머니의 얼굴에는 편안함이 찾아왔고 기력이 회복되어 세 번째 수술까지 받으시고 허리가 낳아, 이제는 불교신문 매니아가 되시어 노인정, 동네 문화센터까지 진출, 불교 홍보대사가 되셨다.어머니는 간혹, 신문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시면 여지없이 나를 부르시어 질문을 하곤 하시었는데 불교신자가 아니었던 나는 답변이 궁색하여 쩔쩔 맺고, “아! 대학까지 나온 우리 집안에 장남이며 가장께서 그런 것도 모르시는가? 당장 배워 오셔서 답을 주시게.” 하시곤 호통을 치시며 불교공부 할 것을 종용하셨다. 사실, 당시 나는 골프에 입문한지가 얼마 안 되던 터라 달갑지가 않았었는데, 불교 공부를 해야 할 결정적 사건 하나가 터졌다. 그것은 어머니의 둘째 아들, 즉 내 밑 동생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어머니는 그게 다 박씨 대종의 장손이 부처님을 모시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꿈속에서 법정스님이 말씀 하셨다며 내 손을 꼭 잡고 정말 정말, 서럽게 통곡을 하신 일이 있었다.지금에야 동기가 어떻게 되었든, 어머니를 편하게 해 드릴 요량으로 나는 조계사에서 불교기초교리를 배우고 불교대학에도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고, 지금은 조계사 미디어팀에서 봉사를 하며 불교 포교에도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우여곡절로 지금은 우리집안 모두가 불자의 집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얼마나 크나 큰 부처님의 가피인가_2011.11.22 불교신문에 게재된 기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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