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조계사 동안거 입재
▲ 임진년 조계사 동안거 입재진눈깨비가 흩날릴 듯한 차가운 날씨에, 소리 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 조계사 앞마당에 야외용 난로가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면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11월 28일 조계사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오늘은 음력 10월 보름과 함께 시작되는 동안거. 회향식이 있는 다음 해 계사년 정월 보름까지 3개월간 스님네들은 수행에 몰두한다. 남방불교에서는 일년 중 하안거 3개월만 수행기간으로 주어지지만,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혜택으로 동안거가 있어 3개월을 더 수행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고 불교를 믿는다고 유세 떨지 말라"는 회주 스님의 법문처럼 이번 임진년 동안거는 기도에서 영가시식을 하고 방생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형식에서 벗어나, ‘나눔과 수행의 실천’이라는 슬로건으로 준비되었다.▲ 조계사 회주 무진장 큰스님 법문꽃이 피듯 새 생명을 받는 봄,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힌 여름, 가을 낙엽처럼 정신적 육체적 쇠락을 잊은 가을,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는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윤회를 바탕으로 생·사를 피해 갈 수 없다면 나눔과 수행으로 보다 나은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타 종교에서는 매년 추위를 데워주는 행사가 진행되는 반면, 불교에서는 뚜렷한 나눔의 행사가 진행되지 못한 안타까움을 극복하는 동안거 입재 법회였다.광명경에는 ‘보시하는 힘을 수행해 완성하면 이 보시하는 힘으로 인하여 성불할 수 있게 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나눔이 곧 수행이며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족축원과 영가위패, 십시일반 나눔과 온누리 나눔의 후원금이 적립되고, 이 적립금이 실천으로 이어져 승려복지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노스님의 병원비, 선원대중공양 및 창일어린이집, 낙산어린이집,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터 후원금으로 쓰인다. 자리이타(自利利他)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수능결과표를 배부하는 날, 손녀를 위한 노보살님의 간절한 기도처럼 "도를 배운다는 것은 이렇게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는 회주 무진장스님의 법문처럼 많은 신도들도 나눔과 수행을 실천하는 겨울 안거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동안거 입재 법회 끝자락에 불자들이 청수를 올리며 발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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