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 2023년 08월호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저는 지금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가까이 지내는 분들은 기독교인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항상 선교하려고 하는데, 불교의 경우는 불법을 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불교 신도가 가장 많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기독교가 최대 종교라고 합니다. 불교가 더욱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처님 가르침을 잘 전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드립니다.종교인구 숫자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얘기하기 어렵지만, 국가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인구센서스 조사>가 어느정도 신뢰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2015년 조사는 불교 신도가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2000년을 기준으로 한 20년 정도의 흐름은, 천주교 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불교의 감소, 개신교는 정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불교 인구만 줄어들었다고 봐야 정확할 것입니다.오히려 우리불자들이 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한 인구, 즉 전체 기독교인들의 숫 자가 불교를 월등하게 앞서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것은 비록 불교가 우리나라에서 역사와 전통, 환경 등의 모습으로 여전히 최대 종교로서의 위상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또 이 조사와 연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 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지역별 종교인구 분포입니다. 대한민국 국력 대부분이 집중되어있는 서울을 비 롯한 경기, 인천권에서 불교의 약세는 우려할만합니다. 기독인과 불교인의 차이가 거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불교의 교세는 미미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한국 사회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축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불교계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걱정만 크다는 점과 대책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출가와 재가의 구성원 모두가 반성해야 합니다. 교육과 인재불사(人才佛事)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포교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소리는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현실 인식이 부족한 것이, 부끄럽지만 한국 불교의 현재 모습 입니다.그러면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먼저 여러가지 원인 분석을 좀 더 면밀히 해야 할 필 요가 있습니다. 불교 교단 자체의 문제들, 현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종단의 모습,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력, 사회적 이슈나 복지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 포교역량의 미비 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불자들의 지나친 개인 중심의 수행풍토, 체계적인 불교 교육의 부족, 신행의 생활화가 되지 않는 점 등도 들 수 있습 니다. 종단의 문제는 일단 더디기는 하지만,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것입니다. 덧붙여 한 가지 부연하자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심 포교가 더 활성화되고 조직화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종단 차원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있을 듯합니다.불자 여러분들께서도 숫자가 주는 의미가 크긴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양적인 변화’보다 ‘질적인 변화’입니다. 불자가 변해야 불교가 살아납니다. 언제까 지나 ‘불교의 가르침은 훌륭하다’는 말씀 속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현실 속에서 응용 되고 자기의 삶 속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해야지요. 꾸준한 배움, 기도 등의 신행을 통한 체험, 다른 사람을 위한 보살행의 실천 등은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책 몇 권 읽고 불교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며 걱정한다고 해서 진정한 불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설수행공양(如說修行供養)’이라고 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은, 교세가 얼마나 큰 가에 있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살아있는 부처님을 많이 길러내는 일, 사회적으로 불교의 영향 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불사(佛事)입니다. 기초와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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