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완료] 가피가 만난 사람
- 노희순 (자유기고가)
- 2020년 08월호
조계사 나눔의 허브에서 일주문 넘어 대사회 봉사단체로
행복나눔 가피봉사단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상대방을 대할 때 이 사람이 맞는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학식이나 재주가 엄청나게 나아졌다는 뜻이다. 중국 오나라 장군 여몽에게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여몽은 무관이지만 학자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무관도 교양을 갖춰야 한다는 주군 손권의 말에 크게 깨닫고, 이후 학문에 몰두한 결과라고 한다. 그가 “무릇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 만에 다시 만나도 눈을 비비고 대면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달라져야 한다”라고 벗에게 말한 데서 이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행복나눔 가피봉사단’(단장 혜명심 김문주, 이하 가피봉사단)이 그러했다. 1년 만의 만남인데 안팎으로 성장한 모습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인터뷰 당시(2019년 5월호 수록)에 밝혔던 계획들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실행했고, 초창기의 열정에서 한걸음 나아간 의연한 자신감이 기대를 키우게 한다. 2018년 6월 창립한 단체로서. 출범한 지 채 2년이 안 된 시점의 눈부신 결실이다 창립 2년째, 400명 회원 활동 중 가피봉사단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NPO, 제2391호) 지정과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가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제200호), 비영리법인 및 국가기관(고유번호 230-82-64896) 등록, 지정기부금 대상 민간단체 지정(행정안전부) 등, 사찰 소속 봉사단체로서는 규모나 활동 범위가 단연 돋보인다. 창립 당시 250여 명이었던 회원 수는 7월 현재 약 400명에 이르고,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동시에 정기적으로 회비(매달 5천 원 이상)도 내는 정회원이 약 120명에 이른다.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정받기까지는 매우 힘들었다. 서울시청을 네 번이나 오가며 서류를 고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정기부금 봉사단체로 등록한 덕분에 가피봉사단 후원금은 전액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교기부금보다 더 큰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는 뜻이다.또한 2020년 1월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 가입함으로써 봉사관리기관으로 지정되어, 복지관처럼 봉사 점수를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즉 가피봉사단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봉사 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봉사 점수가 필요한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에게 불교를 포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서 불교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가피봉사단의 아주 중요한 사명이기도 하다. ▲ 문화재지킴이 활동 / 집수리 봉사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찾아가는 서비스’의 표상, 집수리팀과 의료봉사팀 가피봉사단은 현재 총재인 주지스님과 상임이사(사회국장스님), 김문주 단장과 부단장(법수 김진여심, 지명화 김명희)을 중심으로, 정회원들은 운영부(덕산 김장배)와 사업부(희담 김제원), 봉사부, 연명의료부(현재 윤미경)로 나뉘어 각각 활동하고 있다. 집수리 봉사는 2018년 10월 9일 첫 삽을 뜬, 가피봉사단의 첫 공식 활동이었다. 일 년에 열 번, 매달 한 차례 종로구청의 추천을 받은 집을 찾아가 도배와 장판, 싱크대, 보일러, 창문 등을 교체해주고 있다. 연 예산 1천만 원은 사중 지원을 받고, 설비와 자재는 기부를 받거나 싸게 구입해서 충당한다. 서울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게 꿈이다. 일정한 기술이 있는 봉사자가 필요해서 정예팀이 활약하고 있다.의료봉사팀(관음행 강영자)은 의사와 약사, 간호사 각각 한 명, 그리고 봉사자 두 명이 팀을 이뤄 매달 둘째 번 일요일에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간다. 약 500명이 거주하는 그곳은 환경이 몹시 열악해서 간혹 약보다 라면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구호품과 생필품, 영양제 등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종로지역 문화재 관리, 문화재지킴이팀 유서 깊고 고궁이 가까운 종로지역에는 문화재가 유독 많다. 조계사에만도 대웅전과 백송이 있고, 우정총국, 보신각, 탑골공원, 원각사지탑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재관리 봉사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12시, 이 문화재들 주변을 청소하고 관리한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팀을 꾸렸다. 어깨띠와 쓰레기 봉지, 집게를 들고 청소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봉사에 참가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이 커 학생들에게 효과적이다.그 밖에도 참 많은 활동을 했고, 또 하고 있다.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저소득층 생필품 지원사업(5.25)연말에는 ‘자비의 김장 나누기’와 ‘자비의 연탄 나눔’, ‘동지팥죽 나눔’ 등으로 분주했고, 올해 정초에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떡국떡 나눔전’(1,200가구)으로 훈훈한 정을 나누었다.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 가입(1.31)했고, 3월 2일에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전국 441곳)되는 뜻깊은 일도 있었다.‘2020 이웃돕기 바자회’(5.23)를 열었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저소득층 생필품 지원’(5.25) 사업도 펼쳤다. 종로구 관내 1,000가구와 김포희망드림 100가구 등 총 1,100가구에 생필품 등을 전달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지정기부금 대상 민간단체로 지정(6.30)되어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세액 공제 혜택을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집수리와 문화재지킴이 등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 돕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신도회사무처 회의실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의향서)’ 상담을 시작했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14퍼센트를 차지하는, 즉 일곱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사회가 고령사회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고령화지수가 14.3%(7,684,919명/ 51,709,098명)로 현재 고령사회라고 한다. 20%를 넘어서는 2025년이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어르신 신도들이 많은 불교계는 어떤 종교보다 이런 현실을 절감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 방편 중 하나가 위의 의향서다. 가피봉사단 연명의료팀의 활동은 거기에서 출발했다.의향서는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어떤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고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했을 때,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뜻이 담긴 당사자 의견서다.2018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작되었다.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해서 존엄하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다는 뜻이다.의향서는 열아홉 살 이상의 성인이 본인 뜻으로 본인 신분증을 들고 직접 상담실에 가서 상담사와 1대 1 상담을 거쳐야만 작성하고 등록할 수 있다. 문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보건복지부 산하)에서 관리하며, 필요한 순간에 그 효력을 발휘한다. 물론 취소도 가능하다.이 문서는 법에 정한 의료기관(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및 건강생활지원센터 등)이나 의향서 관련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 법에 정한 공공기관에 등록해야 효력이 있다. 가피봉사단이 바로 이 등록기관인데, 전국에 총 441곳이 있으며 종로지역에는 다섯 곳뿐이다.7월 중순 현재 등록한 사람은 40명이며 연명의료상담사 열세 명이 돕고 있다. 상담사가 되려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신도회사무처 회의실로, 반드시 신분증을 가지고 본인이 직접 가야 한다.가피봉사단의 폭발적인 활동력은 지역에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나이로 보면 신생 단체이나, 일찌감치 2019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사업 우수봉사단체로 선정되는 등, 체계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활기차게 움직여 주위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칭찬과 부러움이 늘 따라다닌다. 지명화 김명희 부단장이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이다.“작년 연말행사 공식석상에서 한 기관장이 말씀하셨대요. ‘조계사 가피봉사단이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 게 참 놀랍다. 대단하다.’라고. 한 구의원님이 전해줬는데, 그 말을 듣고 무척 뿌듯했어요. 우리 활동을 인정받은 거잖아요.” ▲ 2020 이웃돕기 바자회나누는 이도 받는 이도곁에 있는 이도 모두 행복한 ‘나눔’가피봉사단 설립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하신 지현 주지스님의 말씀은 가피봉사단 설립의 필연성을 잘 담고 있다.“조계사는 안에서는 아주 잘 살았다. 하지만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불교 1번지 맏형답게 사찰 밖에도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종로구를 넘어서 서울시로,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 자비의 손길이 닿을 때 이 땅이 불국토가 된다. 봉사단이 꼭 필요하다”작년 12월, 전기장판 나눔 행사 때의 일이다. 종로구 일대 홀몸 어르신 등 110가구를 찾아가 고급 전기장판을 직접 전달할 때였다. 그간 길에서 주워온 전기장판을 썼다는 87세의 한 어르신은 감격에 겨워 주지스님 손을 놓지 못했다. 조계사 신도라고 밝히며 내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일을 하세요. 정말 고맙고, 조계사가 자랑스러워요”라며 눈물겨워했다. 몸이 불편해서 오래 못 찾아뵌 조계사 부처님을 친견한 듯 기뻐하는 그 모습에 봉사단원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고 한다. 나눔에는 시간도 돈도 필요하다. 자신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니 당연하다. 어쩌면 선열禪悅의 세계는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후원안내538-910007-26004 하나은행예금주 : 행복나눔 가피봉사단--------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되어 조계사는 <주지스님과 함께하는 화엄성중 가피순례>를 내년으로 순연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에 조계사보 <주지스님과 함께하는 화엄성중 가피순례>도 연재를 중단하고 8월호부터 새롭게 사중 소식을 전해드리는 <가피 인연>을 시작합니다. 신도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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