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완료] 가피인연
- 노희순 (자유기고가)
- 2022년 05월호
이제 다시 초심으로!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지역본부 동부지역 좌부터 강동구·광진구·성남시 지역장,윤숙녀 부회장, 용인시·송파구 지역장, 성동구 총무조계사 신도회 지역본부는 2011년 7월 30일 은평구에서 첫 지역모임이 이뤄지면서 정식 출범했다. 뒤를 이어 중랑구, 송파구, 양천구, 동작구, 구로구 등의 순서로 수도권 일대 총 32개 지역에 모임이 결성됨으로써 조계사 신도회의 핵심 신행조직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호에는 지역본부 동부의 윤숙녀 부회장을 비롯, 여섯 개 지역법회와 그 지역장을 소개한다. 머지않아 다가오는 창립 11주년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 서울시 강동구와 광진구, 성동구, 송파구 등, ‘우리동네 조계사’의 불자들이 창립 당시의 오롯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또 한번 힘차게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지역본부 동부 윤숙녀(일법성) 부회장‘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윤숙녀 부회장은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서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저 법회 현장에 불자들과 나란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강한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그때 선명하게 느꼈다. 봉사도 신행도 함께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2년째 지역본부 동부와 중부의 부회장을 겸하는, 막중한 소임을 감당하고 있는 것도 함께하는 열세 명(동부 6, 중부 7)의 지역장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라서 무척 든든하고 고맙다. 윤 부회장은 11년 전 송파구 초대 지역장으로 신도회에 합류해서, 4년간 봉사부장(24~25대)으로도 활동했다. 동시에 조계종 포교사(12기)로서 군 포교에 앞장서는 등, 15년째 대외적인 포교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역본부 동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을 즈음하여 야외 합동법회를 구상하고 있다. 침체된 지역법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적극적으로 회원을 영입하기 위해 홍보 전단을 돌리는 등, 천천히 몸풀기를 시작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맨 앞줄에 윤숙녀 부회장이 함께하고 있다. 강동구 지역법회 오옥필(원행덕) 지역장강동구는 명성교회 등 대형교회는 많은 반면 큰 사찰은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다. 어쩌면 타종교 세력이 강한 이런 지역일수록 ‘우리동네 조계사’와 같은 ‘지역조직’의 역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제3차 모임 날짜(2011. 12. 06)를 기준으로 추정컨대, 강동구 지역모임은 그 두 달 전인 2011년 10월 첫째 주중에 첫 모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모임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는지는 불자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아 있는 관련 사진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강동구 지역법회는 그간 보훈병원, 구민회관, 강동경찰서 등, 법회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어려움 중에도 큰 흔들림 없이 법회를 지속해왔다. 이는 회원들의 남달리 강한 결속력과, 대대로 ‘지역장 소임은 내려놓아도 법회에는 꼭 동참하는’ 강동구 지역법회의 전통 덕분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오옥필(원행덕) 지역장과 회원들에게 ‘이모보살님’으로 불리는 노보살님들의 신심과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모연 성적이 늘 상위권에 오르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상금으로 사찰순례를 가도 후원금이 더 들어와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한 적도 있다. 요즘 법회 참석인원은 18~20명, 그 중 15명 정도는 초창기부터 동참해온 정예 회원들이다. 오 지역장은 그들을 ‘강동구 지역법회의 기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간 미뤄둔 숙제, 지역법회 장소를 마련해야 하는 일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믿는 눈치가 역력하다. 자신보다 불심도 깊고 지역법회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오롯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2020년 퇴직 때까지 26년간, 오 지역장은 인사동으로 출퇴근을 했다.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았는지 2010년 즈음에야 기본교육을 받았고, ‘불교기자단 1기’로 미디어팀 활동을 시작했다. 오 지역장은 아침마다 어머니 기도 소리에 눈을 떴던, 어릴 때의 기억이 자신을 이끌었다고 믿는다. 오래 전이지만 그 행복했던 느낌은 어제 일인 듯 선연하다. 오옥필 지역장은 강동구 지역법회의 순간순간들이 회원들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광진구 지역법회 김호연(연화행) 지역장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까지, 광진구 지역법회는 동대부고 법당을 법회 장소로 이용했다. 조계종 종립학교 법당이면서 교통도 편해서 법회 장소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역 불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좋은 장소가 법회 참석률을 높이지는 못했다. “법회에 처음 나갔던 즈음에는 여섯 명 나온 적도 있어요. 국장스님 뵙기에 낯이 뜨겁고 죄송했지요. 그래서 생명살림방생법회 동참자 명단을 들고, 법회 전에 여러 번씩 전화했어요. 욕도 많이 먹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20명 정도 나와요.”김호연 지역장의 바람은 두 가지다. 첫째는 법회 참석인원을 늘리는 일인데 목표는 30명이다. 둘째는 회비를 아끼고 모아서 두둑한 통장을 다음 지역장에게 넘기는 것이다. 올해 연말, 4년간의 지역장 소임을 그렇게 회향할 생각이다.광진구 회원들은 40대와 50대가 많은 편이고, 60~70%가 직업이 있다. 김 지역장 역시 일을 하고 있고, 타고난 성격이 활달해서 회원들과 잘 통한다. 노보살님들 또한 “어머니, 이번에 꼭 같이 가셔야 해요.”라며 김 지역장이 권하면, 말로는 “난 안 갈란다.” 하면서도 “바쁜 지역장 먹일 음식”까지 챙겨 들고 따라온다. 자신을 잘 따라주고 서로 도우려는 그 마음이, 김 지역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가피라고 한다. 김효연 지역장에게는 그만의 원칙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노보살님들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안부전화를 건다. 그래야 어르신들 근황도 챙기고 법회 안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명~6명의 어르신들이 그 따뜻한 전화를 받는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다는 김 지역장에게는 특효약이 두 가지다. 금강경을 독송하면 남이 알아챌 만큼 얼굴에서 빛이 나고, 절에만 다녀오면 온갖 아픈 데가 다 없어진다. 절에서 봉사하는 시간이 무척 행복해서 통증까지 잊는 것 같다고 한다. 봉사할 수 있을 만큼만 건강한 것, 그 기도가 너무 소박해서 더 깊게 마음을 울린다. 성남시 지역법회 한순홍(청정행) 지역장매달 성남시 지역법회 날짜가 공지되고 법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 회원들에게 어김없이 전화가 한 통씩 걸려온다. 거의 4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라서 누가 걸었는지 대부분 잘 알고 반갑게 응답한다. 한순홍 지역장은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 거는 일을 자신의 임기 동안 지켜야 할 원칙으로 정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회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를 직접 묻고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과는 더 찬찬히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조계사 소식도 전하고 세상 이야기도 나눈다. 그런 정성이 통해서 코로나19 직전에는 법회 동참자가 40여 명에 달했다. 노보살님들의 호응은 모연할 때 더 잘 드러난다. 해마다 봄, 가을로 두 차례씩 사찰 순례를 다닐 수 있을 만큼, 모연 성적이 상위를 달린다. 오히려 순례 비용보다 후원금이 더 들어와서 상금이 고스란히 남기도 한다. 성남시 지역법회는 약 4년간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5명~6명의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란시장 무료급식소에서 음식 조리 및 배식 봉사를 했는데, 급식소가 다시 문을 열면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성남시 지역법회는 당장 넘어야 할 큰 고개를 만났다. 본디 성남시청 소회의실 등을 빌려 법회를 열었는데, 시청의 방침이 바뀌어 더 이상은 빌릴 수 없게 되었다. 그 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한순홍 지역장의 고민이 시작되었다.성남시 지역법회에는 금슬이 남다른 두 쌍의 부부가 있다. 한순홍 지역장과 재무(무애 정기환) 부부로서, 나란히 활동하는 모습이 회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한 지역장 부부는 불교대학과 대학원, 지역법회 활동 등 신행과 봉사를 함께하면서 도반의 금슬을 자랑하고 있다. 한 지역장은 네 명의 손자, 손녀 이름을 모두 스님께 부탁해서 지었을 만큼, 온 가족이 불교와 인연이 깊다. 노후에는 부부가 함께 사찰 순례를 하면서 참선 공부도 할 생각이다. 자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성동구 지역법회 김나연(정도행) 총무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성동경찰서 법당이 비좁을 만큼, 30~40명의 불자들로 북적이던 때가 있었다. 김나연 총무가 처음 참석했던 2014년 무렵의 성동구 지역법회 풍경이었다. 이후에는 이런저런 내부의 어려움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현재 10여 명(정회원 41명)이 법회에 동참하고 있다. 김 총무는 현재 활동하는 회원들을 ‘소수 정예’라고 부른다. 성격들이 조용하고 큰소리 한 번 내는 일은 없지만, 사중 봉사에는 적극 동참한다. 인원이 적은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봉사를 서로 미루지 않는다. 지역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동구 지역법회가 무탈하게 흘러갈 수 있는 건 삼직이 있기 때문이다. 김나연 총무와 한경순 재무, 조순례 교무의 화합과 헌신 덕분이다. 김 총무는 궂은일을 ‘자기 일처럼’ 도맡아 해결해주는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올해 1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소임을 맡았다는 김 총무는 현재 조계사포교사팀 총무부장과 BTN 염불봉사회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찍이 조계사 염불봉사팀에 가입해서 염불 수행을 통해 염불에 몰입하면 온갖 번뇌 망상이 사라지는 순간을 여러 번 체험했다. 어릴 때 김 총무는 아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외골수였다.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던, 수녀를 꿈꾸던 소녀가 불자가 된 사연은 자못 길다. 원인 모르는 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살리고자 15년간 가족과 떨어져 절에서 살면서 부처님께 매달렸다. 남편과 아들을 감동시킨 그 모성애와 불심 덕분에 아들은 건강을 되찾았고, 지금은 학교 교사가 되어 김 총무 부부에게 효도하고 있다. 염불 봉사로 욕심이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지만 유일하게 내려놓지 않은 바람이 있다. 노후에 작은 기도처를 마련해서 염불행자로 살면서 부처님께 받은 가피를 일체 모든 존재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부처님 같은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송파구 지역법회 김정미(현진화) 지역장 송파구 지역법회는 뭔가 가진 게 많아 보인다. 회원도 많고, 법회 외의 활동도 매우 풍성하다. 그리고 카톡방과 SNS, 유튜브 동영상 등 다채롭고 재밌는 소스들이 넘친다. 대부분 김정미 지역장의 손길을 거친 것들이다. 첫째 금요일(오전 11시)에 열리는 법회에 지난달에는 30여 명이 동참했다. 한 달 전에 정리한 카톡방에는 50여 명이 함께하고 있고, 문자로 연락하는 회원까지 합치면 모두 180명이 조금 넘는다.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회원들이 대부분이며, 정기법회 외에 5월 어버이날 기념행사, 8월 창립 기념법회, 송년법회 등을 곁들여 ‘이벤트 같은 법회’를 지향하고 있다. 김정미 지역장은 행사 때마다 회원들 사진을 찍어 소통방에 올리고,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넣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다음 법회 때 함께 맞춰 보는 등,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가끔 ‘나는 이런 법회에 참석하고 싶은가?’라고 자문해봐요. 재미가 없으면 법회에 나오기 싫을 것이고, 회원들도 같은 마음이겠죠.”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심각할 때 한두 번 빼고는 대부분 대면 법회를 했다. 법회를 안 하는 게 아쉽다는 회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법회 때마다 좋은 일에 쓸 기금을 모으고 있다. 법회 직전에 작은 규모의 바자를 열고, 안 쓰는 물건을 가져다가 판매한다. 지역장이 먼저 시작한 지 불과 서너 번 만에 벌써 20여 만 원을 모았고, 동참자가 늘고 있다. 창립 초기에 가입해서 11년째 활동 중인 김정미 지역장은 지금 본인이 서 있는 자리를 건물의 11층에 비유한다. 불교 공부도 그렇고 그간 맡은 소임도 그렇고, 맨 아래부터 시작해서 한 계단씩 올라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김 지역장은 자신이 만든 ‘송파와 함께라면 행복 가득’이라는 글귀처럼, 송파구 지역법회로 인해 회원들이 ‘지금, 여기에서’ 더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용인시 지역법회 김윤희(성광행) 지역장 법회 창립 초기에는 연꽃마을 주간보호센터 법당을 사용할 수 있어서 장소 걱정이 없었다. 연꽃마을 청소와 설거지 봉사 등 지역활동도 함께 하면서 보낸 초기 5년은 비교적 안정된 시기였다. 하지만 연꽃마을 주간보호센터가 건물을 짓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가자 이곳저곳, 법회 장소를 찾아서 옮겨 다녀야 했다. 법회 장소는 아직도 용인시 지역법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용인시 지역 회원은 60대~80대가 주축이다. 60여 명의 회원 가운데 15명 정도가 법회에 동참하는데, 김윤희 지역장은 20명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사람 모으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을 법회 때마다 절감하고 있다.일찍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서인지, 김 지역장은 요즘 부쩍 노보살님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그분들에게서 느꼈던 모정, 연륜과 지혜, 불심을 배울 수 있어서 늘 감사의 마음이 앞선다.“법회를 마치고 나면 하모니카를 연주해주던 하모니카보살님, 부채에 그림을 그려서 나눠주던 그림보살님, 직접 기른 텃밭 상추를 뜯어다가 공양해주던 노보살님 등, 그 보석 같은 분들이 못 나오시는 게 무척 안타까워요.”특히 홀몸어르신들의 경우, 따뜻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점심공양을 함께 하고 차담까지 나눈 다음 귀가하도록,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4년간 총무 소임을 살고, 지역장 소임 4년차인 김 지역장이 2012년, 아들 대학입시기도를 위해 처음 찾아간 절이 조계사였다. 아들은 상향 지원한 대학에 합격해서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조계사에 다니면서 둘째 아이 낳고 생긴 우울감이 줄어들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미움과 갈등이 없어졌다. 지역법회를 이끌면서부터 성격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바뀌는 등,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얼굴빛도 밝아졌다는 걸 스스로도 느낀다.청소를 좋아해서 한 번쯤 새벽녘 조계사 앞마당을 깔끔하게 비질하고 싶다는 김 지역장. 그 색다른 바람이 이루어져, 빗질 자국이 정갈한 그곳에서 푸른 새벽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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