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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동명스님의 선禪심心시詩심心

미래의 부처님은 공동체의 모습으로 오신다

  • 입력 2023.05.26


 

뜰 앞에 한 무더기의 꽃이 피었는데,

그 빛깔 선명하기가 어떤 꽃보다 낫구나.

신농씨(神農氏)는 옛날에 뭐라 이름 지었을까?

사람들이 불정화(佛頂花)라 부르는 게 나는 좋아라!


庭前惟有一叢花 其色鮮明勝雜花

정전유유일총화 기색선명승잡화  

神農昔日名何作 我愛人稱佛頂花

신농석일명하작 아애인칭불정화


용담조관(龍潭慥冠, 1700~1762), 「불두화를 노래하다(詠佛頭花)」 



꽃이 활짝 핀 불두화 나무는 우리나라 사찰 지도 같다. 이 꽃송이는 통도사, 이 꽃송이는 해인사, 이 꽃송이는 송광사, 그리고 저 꽃송이는 신계사 등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사찰들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라. 한 꽃송이 속에 또 수많은 꽃들이 있다. 하나하나 세어보라. 워낙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헤아리기 힘들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찰들마다 얼마나 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선지식들이 탄생했는가? 그들을 어찌 다 일일이 헤아린단 말인가? 스님들과 신도들과 선지식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피운 것이다. 큰 꽃송이 속에 자리한 작은 꽃들도 자세히 보면 참 아름다운데, 참 신통하게도 작은 꽃들은 어떤 주장도 없이 그저 한 송이 꽃을 만드는 것에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 그래서 수많은 꽃들이 모였지만, 한 송이 꽃으로서 완벽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무렵이면 우리 절 마당 여러 곳에 불두화(佛頭花)가 핀다. 커다란 공처럼 생긴 큰 꽃 앞에서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꽃 이름이 뭐래요?”

 

“불두화입니다. 부처님의 머리카락처럼 곱슬곱슬한 꽃잎이 공처럼 둥글게 뭉쳐 있어서 마치 부처님의 두상과 같다고 하여 ‘불두화’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 이름 때문일까? 부처님을 연상시키는 불두화 한 그루쯤 없는 절은 드물다. 불두화를 보고 있으면, 고봉으로 담은 쌀밥이 연상되기도 하고, 잘 뭉친 주먹밥이 연상되기도 한다. 불두화는 또 뜨개질을 위한 실뭉치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솜사탕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꽃이 부처님의 두상을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불두화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참으로 뛰어난 작명이다.

 

동명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광명 금강정사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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