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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굳게 닫혔던 산문이 열리는 날

  • 입력 2025.04.01

 

 

2월 12일 수요일 4층 자율선원에서 교육수행원장 덕 산스님을 모시고 동안거 해제 법회가 있었습니다. 해제(解制)는 3개월 동안의 안거를 마치고 푼다는 의미입니다. 『사분율』에 따르면 안거를 마치려면, ①자 자(自恣)를 행하라. 범어로 ‘Pravarana’라 하며 해제를 하는 날입니다. ②경계[界]를 풀라는 것은 안거 동안 잠시 모였던 승가를 해산한다는 의미입니다. ③경계를 다시 맺는다는 것은 새로운 승가를 구성한 다는 의미입니다.

 

 

우기철 한곳에 모여 집중 수행하는 안거가 끝나고 나면 스님들은 각각 운수행각(雲水行脚)의 길에 올라 흩어져 유행(遊行)을 떠납니다. 이러한 유행의 풍습은 부처 님 당시에도 있었으며, 『유행경(遊行經)』에는 부처님 유행 당시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승려들의 유행은 단순한 여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행은 안거 도중 일어난 여러 공부의 과정을 선지식을 찾아가 점검받아 이전 안거를 반성하고 다음 안거를 준비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참선 수행에서 중요한 3가지는 첫째, 좌선(坐禪) 정진에 게을러서는 안되고 둘째, 경론과 조사어록(祖師語 錄)을 탐독하는 것입니다. 셋째, 만행(행각)하는 것입니다. 

선지식들을 찾아뵙고 수행의 정도를 물어 스스로를 점검하는 것은 수행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행각에서 얻어지는 안목을 ‘행각안(行脚眼)’이라 합니다.

 

 

스님께서는 “수행시간을 어겨서 문을 여닫는데 사한 소음을 일으켜서 개인이 망상을 일으키신 적은 없으셨는지요? 스스로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다짐했지만 3달 동안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내가 나를 가장 잘 살펴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하자고 다짐하며, 정해진 시간에 도반들과 덕담을 나누고 선지식을 찾아 사찰순례를 하며, 불자로서 진지하게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법문을 조금만 듣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것이 실행으로 옮겨져야 함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석 달 동안 두문불출하며 화두 일념의 동안거를 마치고, 굳게 닫혔던 산문이 활짝 열 리는 날입니다.

 

 

 

 

 

선림원동문팀장 관음수 최명수 (신도회 교육·수행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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