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제대로 배워야겠다! 기도만 드리지 말고 부처 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살아보자’는 결심이 들었습니 다. 그렇게 불교기본교육을 등록했고, 이후 불교교리 까지 수료하며 제 불심을 깊이 다질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마친 후, 구로지역법회에 입회하여 교무, 재 무, 총무 등의 소임을 맡아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임 지역장님의 권유로 지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가족과 주변 의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왜 그 힘든 일 을 하려 하느냐”라며 걱정했고, 주변에서도 “집안일 과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만류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 속에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왕 맡기로 한 일, 최선을 다하자. 부처 님의 뜻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자’는 다 짐이 제 안에서 점점 커져 갔습니다. 결국 저는 지역 장직을 수락했고, 부촉장을 받은 날부터 본격적인 소 임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장 소임은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조계사에 나가는 횟수도 자연스레 늘었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조계사 가세요? 잘 다녀오세요!”라고 따뜻 하게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사소한 한마디가 저에겐 큰 힘이자 응원이 되었습니다.
소임을 수행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법회를 준 비하거나 만발공양 봉사를 앞두고는 ‘보살님들이 많 이 나오실까?’ ‘봉사가 무탈하게 이루어질까?’라는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오해와 질책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었지만, 신도님들 께서 건네 주시는 “잘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격려의 말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 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 가르침을 이제 지역장직을 회향할 이 시간이 되니 알 것도 같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공부 또한 혼자 할 수 없다 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법회 신도님들과 지난 2년간 희로애락의 시간을 함께하며 신심과 원력이 증장하여 제게는 크나큰 성장의 기회였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부처님 전 삼배 올립니다. 끝으로 조계사 구로지역 신도님들, 가족들께도 지면 을 빌어 응원과 지지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불기 2569년 을사년에도 조계사 불자님의 모든 가정 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우연히 알게 된 <도반>이라는 멋진 시가 있어 불자님들과 나눔 하고자 올립니다.
< 도반 >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