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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지역장직을 회향하며

  • 입력 2025.01.01

구로지역장 보인 이은주

저는 한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30여년간 시부모님을 모시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님께서 별세하시는 큰 사건을 겪으며 마음의 중심을 잃었던 시기에 우연히 조계사에서 불교 기본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불교를 제대로 배워야겠다! 기도만 드리지 말고 부처 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살아보자’는 결심이 들었습니 다. 그렇게 불교기본교육을 등록했고, 이후 불교교리 까지 수료하며 제 불심을 깊이 다질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마친 후, 구로지역법회에 입회하여 교무, 재 무, 총무 등의 소임을 맡아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임 지역장님의 권유로 지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가족과 주변 의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왜 그 힘든 일 을 하려 하느냐”라며 걱정했고, 주변에서도 “집안일 과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만류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 속에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왕 맡기로 한 일, 최선을 다하자. 부처 님의 뜻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자’는 다 짐이 제 안에서 점점 커져 갔습니다. 결국 저는 지역 장직을 수락했고, 부촉장을 받은 날부터 본격적인 소 임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장 소임은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조계사에 나가는 횟수도 자연스레 늘었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조계사 가세요? 잘 다녀오세요!”라고 따뜻 하게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사소한 한마디가 저에겐 큰 힘이자 응원이 되었습니다.
소임을 수행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법회를 준 비하거나 만발공양 봉사를 앞두고는 ‘보살님들이 많 이 나오실까?’ ‘봉사가 무탈하게 이루어질까?’라는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오해와 질책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었지만, 신도님들 께서 건네 주시는 “잘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격려의 말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 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 가르침을 이제 지역장직을 회향할 이 시간이 되니 알 것도 같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공부 또한 혼자 할 수 없다 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법회 신도님들과 지난 2년간 희로애락의 시간을 함께하며 신심과 원력이 증장하여 제게는 크나큰 성장의 기회였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부처님 전 삼배 올립니다. 끝으로 조계사 구로지역 신도님들, 가족들께도 지면 을 빌어 응원과 지지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불기 2569년 을사년에도 조계사 불자님의 모든 가정 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우연히 알게 된 <도반>이라는 멋진 시가 있어 불자님들과 나눔 하고자 올립니다.

 

 

 


< 도반 >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구로지역장 보인 이은주 (신도회 지역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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