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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총본산 조계사 성역화불사의 주역, 권선각 화주권선팀

  • 입력 2025.01.01
화주(化主)는 원래 중생을 교화하는 주인이란 뜻으로 사용되던 말이며, 사찰에서 진행하는 각종 불사를 신도들에게 안내하고 동참을 유도하여 법연(法緣)을 맺게 해주는 소임을 맡은 분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이번 조계사보 「전법」 신년호에서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장장 38년 동안 권선각에서 화주의 소임을 맡아 수고 해주고 계신 조계사 역사의 산증인, 두 보살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어떻게 봉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혜명심 : 1986년에 현근스님께서 주지로 부임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다니게 되었어요. 2년 정도 다니던 차에 대웅전 개금불사가 있었는데 동참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남편 몰래 다이아목걸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10만원을 보시했죠. 그렇게 당시 화주 소임을 맡고 있던 노보살님들을 만났는데 저희에게 자신들이 하던 일을 이어서 맡아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 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관음성 : 남편이 승진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절에 가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조계사를 오게 되었어요. 그 당시 조계사에서 사무처를 신설하고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도반의 권유로 봉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38년이나 되었네요. 당시에는 봉사자가 많지 않아 후원 공양간 봉사나 성지순례 안내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아 했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신도님이 있다면요?
혜명심 : 1986년에 현대건설이 한국일보 신사옥을 지으면서 지하를 8층까지 팠는데 그 영향으로 조계사 대웅전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다른 신도들을 이끌고 현 대그룹 사주 집 앞으로 몰려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시위를 했었고, 그런 노력의 결과로 보상금을 받아냈어요.

관음성 : 데모를 해 본 경험도 없었지만,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우리가 앞장서서 보살님들과 함께 나섰습니다. 진을 치고 국수를 끓여 먹으며 버티고, 꽹과리도 치면서 열심히 목소리를 냈죠. 그 돈으로 대웅전도 고칠 수 있었고, 사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어요.

혜명심: 조계사를 위해 큰 보시를 아낌없이 해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그분들 대부분이 이제는 연세가 많아 자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시곤 하세요. 오랜만에 방문하셔서 동행한 자녀들을 잠시 탑돌이 하라고 보내고는 저희에게 모아두었던 돈을 건네며 잘 써달라고 부탁하실 때,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관 음성: 어떤 분은 1억 원을 보시하신 적도 있어요. 한 사람이 1억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노보살님들이 오랜만에 오시면 저희는 깍듯이 인사도 드리고 반갑게 맞이하는데, 마음 같아서야 내장이라도 꺼내드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에요. 그분들은 조계사 오셔서 저희가 보이지 않으면 친정에 왔다가 친정엄마를 안보고 가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어서 꼭 손이라도 한번 흔들고 가셔야 한대요. 

혜명심: 어떤 스님은 절보고 “여기 극락 세계가 따로 없으니 바로 곧장 극락세계로 가라” 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죽을 때 까지 봉사하라는 뜻이겠죠, 하하하.

Q. 오랜 세월 동안 봉사일을 하시면서 두 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은 뭘까요?
혜명심: 부처님 힘이죠. 그리고 바깥양반이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 음성: 전 12남매의 장손 종갓집 며느리예요. 다행히 봉사하는 동안 온갖 가정의 길흉사를 부처님의 힘으로 잘 조율하며 해올 수 있었지만, 그 수많은 경조사를 매번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한 건 안타깝네요.

Q. 새해를 맞아 조계사보를 받아 보는 조계사 신도님  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혜명심 : 다 자기가 마음먹은 일이 다 잘 되시고, 소원성취 이루세요.

관음성 : 지금껏 불사에 동참해 준 모든 보살님들, 정말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두 보살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38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계사를 위해 헌신해 오신 두 보살님의 모습에 깊은 존경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자신을 내어주는 봉사의 길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 여정을 웃음과 감사로 채워오신 두 분의 모습은 진정한 자비와 원력의 실천을 보여주셨습니다. 
부처님 가피 속에서 꽃피운 두 분의 삶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길 기원하며, 저 또한 그 마음을 본받아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왼쪽부터 종무지원법회 화주권선팀 관음성 윤분교, 혜명심 박숙자



 

사찰안내팀 법성 엄효섭 (신도회 종무지원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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