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계사 마당에는 수백 년 된 회화나무가 우뚝 서 있습니다. 이 나무는 마치 살아있는 보물처럼, 계 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2월이 되면 눈꽃이 나무에 소복이 내려앉아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바람에 날리는 눈꽃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여름날에는 무성한 잎들이 그늘을 드리워 보살 님들의 기도처가 되어 주고, 장마철 폭우가 쏟아져 도, 겨울날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듬직하게 조계사를 지키는 회화나무는 조계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기도 스님들의 우렁찬 독경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도심 속의 쉼터, 새벽부터 밤까지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바로 저의 본찰이자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입니다.
지역장이 되기 전, 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지역장 소임을 맡게 되면서 법회를 운영하고, 신도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때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불교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도반들과 함께 신행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제 마음속 신심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은 마음을 다해 하는 일들이 잘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가끔 사중 행사와 종단 행사가 연이어 열리면 체력적 으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밤잠을 설치기 도 하고, 많은 고민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 기하게도 행사가 다가오면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닫습니다. 참석이 어렵다던 신도님들까지 불쑥 찾아와주시고, 주변에서도 아낌없는 도움을 주셔서 무탈하게 행사와 봉사를 치를 수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인연들입니다.
요즘 열리고 있는 국화화엄축제에서는 마포지역법회 에서 금박 공양 봉사를 진행 중입니다. 점심시간이면 젊은 직장인들이 패용증을 달고 도심 속 힐링 공간 인 조계사를 찾아옵니다. 꽃을 둘러보며 일상의 피 로를 풀고, 동료나 도반들과 인증샷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이 참 흐뭇합니다.
금박 공양을 하러 온 직장인들에게도 축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승진도 하시고, 모든 일이 형통하시길 바랍니다.” 지역장 소임이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되고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이 시간들이 참으로 행복하 게 느껴집니다.
조계사 교육국에서 기본교육이나 불교대학을 마친 도반님들께서도 함께 법회에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신행활동도 하 며 친교를 다져 나가는 법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포지역법회 신도님과 함께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드리며, 부처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처님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어 늘 마음이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