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 신도회 소식

우리영원한 조계사를 만들자

  • 입력 2024.08.02

내가 조계사에 처음 온 날은 초등학교 2학년 봄이었다. 그 후 삼청동 칠보(七寶)사를 한동안 다녔다. 
그 해 여름 칠보사 담장 옆의 꽈리가 빨갛게 익어 한 개만 따고 싶었다. 
그 때 주지 스님이 사찰(寺刹) 물건의 기억을 일깨워 주셨다. 조계사로 옮긴지 칠십 년이 지났다. 
두산 위브는 당시 종로 초등학교 운동장 자리였다. 지금의 회화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줄넘기를 하며 놀았고 두 명이면 나무에 고무줄을 매고 뛰어 놀았다. “가랑잎 데굴데굴 어디를 굴러가니 벌거벗은 네 몸이 춥고 추워서…….”
깡총 발을 뛰어 회화나무 열매를 따서 손으로 뭉개어 손톱에 바른다. 반짝반짝거리는 것을 비교하며 깔깔 대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회화나무를 난 사랑한다. 반야심경을 외워 1등 상 타던 일, 효봉스님, 동산스님, 청담스님 등 큰스님의 법문을 이해도 못하며 경청하던 많은날을 지냈던 내 마음의 안식처이다. 몇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발로 뛸 생각조차 못하게 자란, 화화나무의 위용(偉容)을 보며 내 초라한 모습과 비견(比肩)해보곤 한다. 
대웅전 측면의 백송나무도 많이 자라서 하늘을 찌를 듯 같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충족시키는 안식처이다. 
백송나무는 천연기념물 제9호이며 수령이 500년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조 계사 는 1395년(태조4년)에 창건되었으며, 일제 강점기까지 태고사로, 해방 후에는 각황사. 
1954년 불교 정화 운동이 일었으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처자식이 있는 스님은 스님이 아니다”라는 
발표에 따라 현재의 조계사가 된 것이다.
그동안 조계사는 총무원의 직영사찰이며, 대웅전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고, 조계종단을 대표하는 사찰이 되었다. 대웅전 안의 고려시대 조성된 목조여래 좌상은 전라남도 영암 도갑사에서 모셔온 부처님이다. 2022년 4월 26일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백송나무, 아름다운 연등, 여름이면 연꽃 축제, 가을의 국화축제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문화재인 대웅전을 관람하려는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동안 많은 주지스님과 스님들이 머무시다가 시절 인연 따라 떠나셨다. 무진장스님에게 배운 동산반야회 4년간의 교육이 불심을 키우며 이타행을 실천하는데 거름이 되고 있다. 살아보니 자리이타는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상대든 나든 이익하면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니까 나를 없애는 이타행(利他行)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6년 전부터 조계사의 신도회 임원이 되면서 안타까움이 많다. 법당의 몇몇 보살들이 자리다툼을 해서 우리 절을 찾는 분들에게 불심이 달아나게 한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조계사가 어떤 사찰인지 알고 이 좋은 곳에 인연 맺음에 감사하고, 백천만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으면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제 불자들도 품격(品格) 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바람이 앞선다. 조계사 신도들이 조계사의 홍보대사이며, 불교계의 얼굴이라는 긍지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스님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어렸을 적을 기억하며. 
“절에 가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부처님의 가피가 인다”고 말했던 엄마, 
“내가 절에 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시며, 이유는 “엄마 또 절에 갔어” 하는 순간 자식이 죄를 짓는다 하셨던 시어머님, 
“법당 안에 들어서서 부처님 면전(面前)에서 기도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내 몸이 있는 곳 어디든지 법당이다” 라고 말씀하시던 큰스님들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작금에 몇명의 보살들의 태도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 이다.

불자들이 줄어들어 청년 불자를 많이 양성함이 시급 하다. 
손가락 하나로 세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살면서 몇십 년 전 습(習)을 고수(固守)하며 힘들게 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어령 교수님은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면 빨리 줄기에서 떨어져야 하듯이 사람도 때가 되면 물러나 앉아야 해요. 새잎이 돋는데 혼자만 남아 있는 건 삶이 아니죠. 파란 잎들 사이에 누렇게 말라 죽어 있는 쭉정 이가 되지 말라”고 하셨다. 나뭇잎도 낙엽이 되면 떨어짐을 안다. 떨어져야만 새순이 돋으니까. 
래서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으니까. 
불자 들은 계(械)를 잘 지키며 물과 같은 마음으로 자비 이타행(慈悲利他行)을 하며 남을 미워하지 않으면, 참 불 자(佛子)인 진정한 보살이 된다. 자기 성찰을 통하여 자성(自省)을 하고 뉘우치고 깨달으며, 방 하 착 ( 放下着)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불자가 되는 것이다.
물러나야 하는 마음이 곧 탐(嗿) 진(眞) 치(恥) 삼독을 내려놓는 자세임을 깨닫지 못하면 수십 년을 부처님께 기도한들 무슨 소용일까? 그동안 조계사는 신도들도 많이 늘었다. 
총무원의 직영사찰이며, 조계종단을 대표하는 사찰임을 잊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우리들 하나하나가 조계사의 홍보대사입니다. 잊지 마세요. 조계사 신도 보살님들께 애원합니다. 
육바라밀 중 첫 번째가 보시입니다.
돈 없이 보시할 수 있는 무재(無財) 칠시(七施) 중 언사시(言事施)와 방사시(坊舍施)가 있습니다.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시고 복덕(福德)을 지으시지요. 
조계사가 1등 사찰이 될 수 있게 뒷전으로 조금 물러 나신다면 보살들은 대우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품격을 업그레이드 하여 존경받는 보살이 되도록 조금씩 변화합시다. 
저도 그 대열에 함께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실 거죠?
우리 모두 조금씩 변화하며 조계사를 1등 사찰로 만들어 보자구요. 
내가 사랑하는 조계사가 영원하길 기원하며 안타까움에……




사회법회장 정선화 심재화 (신도회사회법회)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