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절에 가?”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들이 내게 묻는 말이다. 절에 자주 가는 것은 맞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질문을 받는지 생각해 보았다. 특별한 종교를 가진 적이 없던 나는 2018년부터 남편과 함께 주말 아침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근교에 있는 절부터 시작해서 조금 먼 충청권의 절과 조금 더 먼 전라도권의 절까지 다니기 시작했다. 절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자녀들이 고3이 되면서 수능 100일 기도를 올린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수능 법회에 나가게 되었다. 법회에 참석은 하였지만 이때도 사홍 서원이나 반야심경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고 예불도 너무 낯설었다. 서툴기는 했지만 열심히 기도를 한 덕이었을까? 감사하게도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리셨는지 자녀들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후 본격적으로 절이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어떤 분 이신가, 불교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이 커져서 찾다보니 조계사에 ‘불교 입문 기본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23년 겨울, 기본교육 122기에 신청을 했지만 혼자 가기에 어려움이 느껴져 절에는 나하고밖에 가본 적 없는 27년째 붙어 다니는 친구의 손을 잡아 끌고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기본교육을 시작할 때부터 포교 활동을 했던 것이었다.
2023년 12월 6일, 122기 기본교육의 첫 날이 시작 되었다. 교육 시작 5분 전에 도착했는데 교실에는 친구와 나란히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교육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처럼 불교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우리 담임스님은 당시 교육국장이셨던 성해스님이셨다. 기본교육을 받기 전 까지 스님은 멀게만 느껴지고, 쉽게 인사말도 건넬 수 없고, 함부로 눈길을 보내기 어려운 그런 존재였는데 한 교실에서 인사말을 나누며 따뜻하게 시선을 서로 보낼 수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첫 수업이 끝날 무렵 도반들과 기본교육을 듣게 된 계기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마쳤다. 내 차례가 지나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사연들도 점점 마음에 다가왔다.
첫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약속의 10주가 흐르고 수계식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좀더 적극적으로 122기 도반들과 지낼걸 하는 후회도 생기고, 이제 겨우 눈인사 할까 싶었는데 수계식이라니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드디어 내게도 법명이 생긴다는 설렘도 컸다.
내게 어떤 법명이 생기는 걸까? 두근두근하며 시작 된 수계식에서 많은 스님들이 축하해 주셨고, 담임이신 성해스님께서 직접 마정수기로 수계를 내려 주시는데, 이렇게 내가 부처님의 제자로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부처님이 가신 그 길로 걸어간다는 환희심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수계식을 마치고 드디어 수계증에 쓰여 있는 나의 법명을 확인했다.
“능 운화 (能雲華): 능히 부처님의 세계를 장엄하는 복덕 과 지혜의 구름이 되어 불국토를 장엄하라.” 뜻이 어렵고 낯설어 입에 딱 붙는 법명은 아니었지만, 무엇인가 어떠한 해야 할 일을 주신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불국토를 장엄하기 위한 방편 중의 하나로서의 소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교육을 마치며 도반들은 각자의 예정대로 불교대학이나 반야천수경반 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등 헤어지게 되어 아쉬움이 컸는데, 감사하게도 122기부터 법등회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법등회 덕분에 이제 기본교육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스님들께 배우고, 도반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며 부처님의 길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122기 기본교육생이었음을 감사한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으면 잊혀질지도 모르는 나의 법명이기에 매번 법등회 모임 때마다 나는 나의 법명을 도반들에게 명하고 법명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절에서 도반들은 나를 법명으로 부른다. 처음엔 너무도 어색하고 낯설고, 내 법명을 누군가 불러도 나인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내가 이제는 먼저 말한다.
“안녕하세요. 저 ‘능운화 엄미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