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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6월의 산사 화엄사와 천은사를 가다

  • 입력 2024.08.02

 

 

신록의 계절에 남들은 모르게 조금씩 진초록으로 짙어져 가는 6월의 산사는

노천명 시인의 시 ‘6월의 언덕’이 생각난다.

 

 

(상략)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2024년 6월 21일 조계사 화엄성중 가피순례는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와 천은사로 다녀왔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화엄사는 544년(백제 성왕 22년) 연기 조사가 창건한 절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수줍은 듯 미소를 띠며 반갑게 맞아주는 부처님 세 분이 고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한다.

 

첫 번째 부처님은 불견(不見 ), 눈을 가리고 있다.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두 번째 부처님은 불문(不聞), 귀를 가리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세 번째 부처님은 불언(不言), 입을 가리고 있다.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시인의 시가 달리 생각나는 게 아니다.

말을 안 하는 연유도, 남의 잘못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도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지. 화엄사는 국보문화재 5건, 보물 9건, 지방문화재 2건, 천연기념물 3건 등 천년고찰답게 곳곳에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보물이 모셔져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각황전 앞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오층석탑을 지나며, 백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오층석탑은 천년의 역사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었는지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품어보기도 한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께서는 법문 말씀으로 석축 가운데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며 내 마음을 잘 알고 잘 써야 한다고 하셨고, 선명상도 내 마음을 잘 아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또 화엄사에는 화장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차만 마시고 겉모습인 얼굴만 화장하는 곳이 아닌 내 마음도 잘 화장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화엄사 근처만 가도 행복하다고 하였으니 오늘 오신 조계사 신도님들께도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 

고 가피가 충만하시길 바란다고 축원하셨다. 화엄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무엇이 숨어있어 천은사라 하였을까 생각하며 천은사로 향하였다. 신라 중기 828년(흥덕왕 3년)에 인도의 덕운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 명산을 살펴보고 지리산에 들어와 천은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스님께서 천은사 주지 대진스님께 전법기금을 전달하 

셨다. 천은사는 오래된 선 수행 도량으로 수많은 선사들이 깨달음의 지혜를 터득하였던 곳이니 화엄성중님의 큰 가피를 받으시고 무장무애 하시길 바란다고 대진 주지스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조계사 담화 원명 주지스님께서 회향사로 인연이 깊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이곳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으니 자기 복은 자기가 짓는 것이니 복 많이 지으시고, 화엄성중신중단은 잘못 모시면 안 모시는 것만도 못하니 총본산 조계사의 불자로서 본분과 질서를 잘 지켜주시고 화엄성중 가피순례 시에는 조계사 신도를 알아볼 수 있게 상월결사 모자를 반드시 착용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홍보부장 일성 이현규 (신도회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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