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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정운스님의 경전이야기

천수경

  • 입력 2023.12.01

1. <천수경>은 어떤 경전인가? 

 

<천수경千手經>은 대승불교 중기 이후(4∼7세기)에 성립된 밀교부 경전에 속한다. 중국에서는 7세기 초에 유입되어 650년경 최초로 번역되었고, 천태종의 사명존자 지례(960~1028)가 널리 유통시켰다. 우리나라는 650∼750년경을 즈음해 당나라로 유학을 다녀왔던 신라 승려들이 유입해 ‘관음참법’ 등의 의례가 행해졌다. 고려 중기 무렵, 어느 정도 정형화된 <천수경> 독송의 양식이 형성되어 관음 신앙과 더불어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천수경>은 고려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모든 종파를 초월하여 불공의식 때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천수경>의 본래 명칭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 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千手千眼觀自在菩薩 廣大圓滿無崖大悲心大陀羅尼經>이다. 즉 ‘자비로운 관음보살이 크고 넓으며 걸림 없는 자비심을 간직한 대다라니에 관해 설법한 말씀’이라는 의미이다. 

 

2. <천수경>의 핵심은 무엇인가?


<천수경>을 ‘천수다라니’·‘대비심다라니[끝없는 자비의 바다]’라고도 부른다. 즉 신묘장구대다라니이다. 바로 여기에 경전의 핵심이 들어 있다. 다라니(Dharani)란 진언(眞言, mantra)으로 총지摠持·능차能遮라고 번역한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엑기스[주요핵심]로서 신비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억해 그 힘으로 모든 삿된 기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짧은 어구는 ‘진언’이라고 하고, 긴 어구는 ‘다라니’라고 칭한다. <천수경>은 이렇게 다라니가 있어 일반적으로 밀교부 경전이라고 칭하지만, 현교인 경전에도 다라니나 진언이 들어 있다. <천수경> 내용으로 볼 때, 기복적인 사상이 아니라 수행과 신행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3. <천수경>을 독송하고 수지한 공덕


이 경전은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며, 가장 많이 염念하는 관음보살기도이다. 관음의 의미가 중생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비심悲心을 상징한다. 이에 모든 중생을 안락케 하고, 병을 없애 주며, 장수와 부를 얻게 하고, 일체 악업惡業의 무거운 죄를 소멸해주며, 모든 장애를 차단해 막아주는 공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경전을 수지하면 일체 청정한 법을 얻으며, 모든 공덕을 증장시켜 주고, 일체 모든 일을 성취시키며,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어 뜻하는 바가 원만히 구족되도록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설한 경전이다. 


4. <천수경>의 특징 : 서원 사상 

 

경전 내용은 관음보살이 부처님께 자비로서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내용으로 한다. 경전의 전체 내부는 귀의·찬탄·참회·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전을 세밀하게 나눠 보면 이러하다. 정구업진언 등의 진언·개경게[경의 시작 게송]·대다라니계청·사방찬四方讚·도량찬탄·참회게·준제진언·여래십대발원문·사홍서원·귀명삼보 등<천수경>은 단순히 관음보살에게 복을 비는 타력적他力的인 경전만은 아니다. 관음보살의 화신이 되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이 담긴 경전으로 기도드리는 자신[관음의 화신]이 탐진치 3독을 없애고 타인을 이롭게 하며 깨달음을 이루고 말겠다는 다짐과 발원이 주 내용을 이룬다. 이렇게 복을 추구하는 기도가 아닌 타인을 위한 이타행의 서원으로 <천수경>을 독송하는 것이 올바른 불자의 행이라고 본다. 즉 기복적으로 내가 관음보살님께 복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음이 되어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겠다는 서원을 부처님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다. 

 

5. <천수경>에 관음이 몇 분 등장하는가?


관음보살은 산스크리트로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s′ vara)이며, 관세음·관자재·관음이라고 한다. 관음을 관자재觀自在라고 하는 것은 모든 법을 지혜로 관조觀照하여 자유자재롭게 수행의 묘과妙果를 얻고, 중생구제에도 자재롭다는 뜻이다. 관세음觀世音은 세상의 모든 소리[중생의 고통 받는 것]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세밀하게 관찰한다[살핀다]는 뜻이다. 또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음이라고 하는데, 관음의 손이 천개이고 눈이 천개라는 뜻이다. 천수와 천안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손길과 눈’이라는 뜻으로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살피고 관觀하는데, 그 방법이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처럼 자상하고 빈틈없이 자비롭게 살핀다는 의미이다. 한편 천수천안이라는 말 속에는 중생들의 소원이 모두 제각각 다르므로 그 중생의 원하는 바에 따라 보살펴준다는 자비심이 담겨 있다. 양류楊柳 관음이라고도 하는데, 관음보살이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마치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쏠리는 모양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천수경>에 나오는 대세지보살·천수보살·여의륜보살·대륜보살·정취보살·만월보살·수월보살·군다리보살·십일면보살 등 이름도 모두 관음보살의 이칭異稱이다. 우리나라 석굴암에 모셔진 관음은 십일면보살이다. 십일면(11면)이란 11개의 얼굴을 가진 분인데, 자비로운 모습·분노의 모습·측은히 여기는 모습 등 중생구제의 방편을 11가지 얼굴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6. “정구업진언”의 참 뜻

 

정구업淨口業 진언眞言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이 진언은 <천수경> 첫머리에 나오는 어구이다. ‘정구

업진언’이 <천수경>에 나와 있다고 해서 <천수경>할 때만 이 진언을 독송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경전을 독송하기 전에 이 진언을 세 번 독송하고 기도하는 것을 관례로 삼아야 한다. <천수경>처럼 경전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전들이 첫 부분 혹은 중간부분에 길고 짧은 진언이 수록되어 있다. 정구업 진언은 기도 전에 구업口業으로 지은 죄업을 깨끗이 하고, 경전을 독송한다는 다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언을 해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의 의미를 한번 살펴보자. 

수리, s′r - 길상존吉祥尊 / 마하, maha-- 대大 수 수리, su s′ri - 지극至極한 길상존吉祥尊 사바하, sva-ha- - 구경究竟·원만圓滿·성취成就즉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몇 가지 차원에서 보기로 하자. 

❶ 입으로 지은 악업을 참회하는 의미이다. 과거 무수겁부터 현재 기도하기 전까지 입으로 남을 욕했거나 타인을 비방한 구업을 청정히 한다는 발원이 담겨 있다. 

❷ 나의 입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하십시오”, “훌륭하십니다.” “성공할 것입니다”라고 찬탄하거나 칭찬하며, 축원해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❸ ‘말조심하라’, ‘말에 대한 책임을 지라’, ‘잘못된 말을 참회하라’는 등 입을 통해 지은 모든 악업 소멸에 대한 참회도 있지만 늘 마음 상태를 경각하라는 뜻도 있다.

❹ ‘수리’를 ‘깨끗이 한다’라고 번역해서 ‘깨끗하고 깨끗하게 하였으니 모든 것이 원만 성취케 하소서’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 진언 하나로만 보아도 <천수경>은 자리自利와 이타적利他的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 의식 가운데 다기茶器에 차를 올리거나 물을 올린 뒤에 ‘아금청정수我今淸淨水 변위감로다變爲甘露茶’라는 게송을 한다. 즉 ‘내가 지금 청정한 물을 부처님께 공양하니 이 물이 변하여 감로다가 되어 주십시오.’라는 발원이다. 이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하겠다는 행위를 표하며, 기도 후 그 정성에 감응하여 감로다로 변하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7. <천수경>에서 제시하는 업장 참회 

 

“아석소조제악업 개유무시탐진치 종신구의지소생 일체아금개참회”我昔所造諸惡業 皆有無始貪瞋癡 從身口意之所生 一切我今皆懺悔 “과거세 옛날부터 내가 지은 모든 악업들 이 모든 것들이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음으로 생기어 몸과 입과 뜻, 3업으로 나쁜 행동을 많이 했으니 일체 모든 악업을 나는 지금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위의 내용은 오롯이 참회한다는 뜻이다. 먼저 ‘참회’의 뜻을 보자. 참懺은 범어 ‘ksama’로 인忍을 뜻하며 스스로 뉘우쳐 용서를 비는 일이고, 회悔는 범어 ‘patti-pratideana’로 과거의 죄를 뉘우치고 부처님과 대중 앞에 고백하는 것을 말한다. <천수경>에서 참회 의식은 신구의身口意 3업으로 지은 그릇된 행위들을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겠다고 부처님 앞에서 맹세하는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참회 진언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하고나서 이어서, 12분의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나의 참회를 증명한 뒤, 10가지의 나쁜 행위들을 참회한다. 즉 살생·도둑질·사음·쓸데없고 거짓된 말·그럴싸하게 꾸며대는 말·이간질 하는 말·악담하거나 욕을 했던 것·욕심·성냄·어리석음의 10가지 무거운 중죄를 참회하겠다는 의식이다. 

 

8. 자괴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살아가라

 

“죄에는 본 성품이 없거늘 누가 죄를 짓고, 누가 고통 받는가?”

“죄무자성종심기 심약멸시죄역망 죄망심멸양구공 시즉명위진참회”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是罪亦忘 罪忘心滅兩俱空 是則名爲眞懺悔]

“죄에는 본 성품이 없고 단지 그 마음에 따라 일어나니, 만약 그 마음이 멸한다면 죄도 또한 없어지며 죄와 마음, 이 두 가지가 모두 사라지면, 이를 두고 곧 진실한 참회라고 하네.” 이 내용은 단순한 참회를 넘어 공空 사상이 담겨 있다. 우리 삶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낸 두려움·비굴함·자

괴감·낮은 자존감이 만들어낸 죄의식으로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문제 삼지 않으면 고뇌는 없다. 자기 생각이 만들어낸 고통에 의해 자신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죄의식도 번뇌가 만들어낸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다. 어떤 일이나 사건도 하나하나의 요소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 즉 그 하나하나 요소는 실체가 없는 무자성無自性이다. 그런데 실체가 있다고 착각하고 뜬 구름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 점을 자각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진리를 절실하게 믿고 의지하라. 이러할 때, 진정한 참회가 되는 것이다. 


9. 사홍서원 의미와 중생에 대한 연민심 

 

가없는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衆生無邊誓願度]. - ❶

끝없는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煩惱無盡誓願斷]. - ❷

한없는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法門無量誓願學]. - ❸

위없는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佛道無上誓願成]. - ❹

위의 사홍서원을 총원總願이라고 한다. ❶만 중생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이타적利他的,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의미가 담겨 있고, ❷∼❹까지는 자리적自利的 상구보리上求菩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승불교의 특징 중 하나가 서원이다. 서원이란 보살이 자리와 이타적인 수행을 하겠다고 부처님께 맹세하는 것이다. 서원에도 총원과 각 보살들의 별원別願이 있다. 총원이란 모든 보살이 가지고 있는 공통되는 서원인 사홍서원을 말한다. 이는 천태종 담연(711∼782)이 지은 <지관대의止觀大意>에 의거한다. 별원에는 <화엄경> 보현보살의 십행원十行願, <무량수경>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의 48대원, <승만경> 승만부인의 십대수, 약사여래의 12원 등이다. 10. <천수경> 기도로 깨달음을 증득한 스님 천수다라니 지송으로 큰 증득을 얻은 수월스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수월은 구한말 경허스님의 제자로서 천수다라니를 지송함으로써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수월 음관(水月音觀, 1855∼1928)은 충남 홍성 사람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 29세에 서산 천장암天藏庵으로 출가했다. 천장암은 경허선사의 속가 형인 태허스님이 살던 곳이다. 수월은 출가이후에도 사찰에서 부목이나 다름없었다.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경전을 공부할 만큼 되지 못한 듯하다. 수월은 법당에서 스님들이 염하는 <천수경> 독송을 듣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할 때나 밥 먹을 때, 방아 찧을 때 등 어떤 일을 할 때도 오로지 <천수다라니>만을 지송했다. 한번은 얼마나 열심히 염송에 몰두했는지 밥이 타서 솥이 시뻘게질 정도였다고 한다. 또 한번은 수월이 방앗간에서 염을 하다 잠들었는데, 방앗간의 방앗공이조차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뒤, 수월은 깨달음을 증득하였다[일통일체통一通一切通]. 주지스님이 수월에게 방을 한칸 내주어 수월은 7일 동안 용맹정진에 들어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천수다라니>만을 염송했다. 7일째 되는 날 밤, 수월의 몸에서 빛이 얼마나 광열하게 내뿜었는지 아랫마을 사람들이 천장암에 불이 났다고 뛰어 올라올 정도였다. 이와 같이 수월은 천수다라니 삼매를 증득한 뒤에 선사는 수행공덕으로 몇 가지 힘을 얻었다. 첫째는 글을 모르는데도 학인들이 경전구절의 의심나는 점을 물으면 대답하는 데 망설임 없이 답변해주었다. 둘째는 한 번 들은 축원문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不忘念智]. 즉 글자를 모르지만, 옆에서 축원문에 적힌 이름을 말해주면 그 이름을 각인했던 것이다. 셋째는 잠이 없어져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넷째는 병색이 짙은 환자가 수월이 머물고 있는 곳에 찾아와 한번만 대면해도 환자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조계종은 근본이 선禪이지만, 염불·간경·주력 등을 수행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스님들만이 아닌 재가불자님들도 얼마든지 염불과 주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운스님 (대승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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