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나의 신심고백(信心告白)
나는 불교를 모태 종교로 자라오면서 아버님, 어머님의 염불 소리와 사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버님께서 직지사(경북 김천시)와 가까운 초등학교 교장으로 한동안 재직하셨던 때가 있었다. 유년시절 직지사는 매년 단골로 가는 소풍지였고 부모님께서 어린 나를 데리고 사찰을 방문하면 스님과 함께 차담도 하셨는데 낮가림이 심했던 나는 어머님 등 뒤에 숨거나 도망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아슴아슴 안개꽃처럼 피어오른다.살아생전 어머님께선 사찰 소식들과 답사 이야기, 사경 권유 그리고 동국대 이사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신 녹원 큰 스님 소식도 간간이 전해주셨지만 난 어머님 말씀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직장을 명예퇴직 한 이후에는 시문학과 그림에 매료되어 어느 정도 성취감에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 한편은 허전하였고 삶과 죽음의 명제를 놓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심하게 되었다. 초파일이면 사찰을 돌며 옆 사람 따라하기를 여러 해, 알맹이 없는 허수아비 생활을 하며 보냈었다. 천수경, 금강경, 반야심경, 다라니경을 할 때는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이해하기 쉽
지 않았고 암기하기도 너무 어려웠었다.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다 흘러내려도 콩나물은 자란다는 부모님의 교육 덕분인가! 어느 날 법화경을 사경하던 중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조계사 불교 대학, 불교대학원을 거처 포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23년 2월 선림원에서 ‘참 나를 찾는 참선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어린 시절 스님 무릎에 앉기도 하고 사천왕을 보고 두려움에 엉엉 울던 때를 생각하면 노년이 된 지금 조계사 신도회의 수행본부 소임과 포교사 활동을 하게 될 줄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다.주변 동료들과 신도님들은 다 부처님께서 시키는 일이라고 조언을 해주시니 나름으로 열심히 수행하며 부처님께서 내려주신 가피로 믿어 보지만 불교와의 인연은 부모님께서 나에게 오랫동안 제8아뢰야식에 심어놓은 종자가 싹튼 것이 아닌가!? 하는 예사롭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2023년 3월 23일은 상월결사 43일간의 인도 순례 방문단이 회향하는 날이었다.회주 자승 스님께서 이끄는 순례단을 맞이하기 위해 공평동네거리에 수많은 인파 속에 조계사 자문위원님들과 신도회 회장단들이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었는데 그날따라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구름은 신비를 이루고 있었다. 하얀 구름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이 내려다보시며 계시(啓示)를 주시는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길 위에서 진리를 가르쳤던 것처럼, 부족한 나에게 부처님 법을 배우며 모든 것을 포용하라는 말인 듯하여 나는 그날 숙연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혜초스님처럼 구법 순례 길에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자
승 스님과 순례단을 바로 곁에서 뵙게 되니 가슴 뭉클한 고마움과 뜨거운 감사의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는 “생명체가 지닌 가장 놀라운 능력은 자기 자신이 속해있는 환경 중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선택하며 그 선택한 환경으로부터 필요한 어떤 질서를 만들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능력”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가 있다. 불교를 선택한 것은 어려서부터 잠재된 씨앗이 적합한 환경을 만나서인가?부처님의 말씀과 염불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만약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입으로만 행복을 바라지 말고 ‘복과 선업을 쌓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분별하지 말고 중도(中道)의 마음으로 매 순간 마음의 눈을 뜨고 자신을 지켜보라. 그러지 않으면 볼품없는 육신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법을 배워 수행 정진과 포교로 봉사하고, 함께 정보도 나누며,문제를 해결하면 개인의 영적 성장도 얻기가 쉬워질 것이라 믿어진다.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큰스님의 말씀대로 물과 같이 흘러가되 매사를 긍정적으로 대하고 맞대응하지 말자. 비난하는 자는 업을 쌓는 것이며, 비난받는 자는 복이 온다는 말씀도 되뇌어 보면서, 불교도로서 육바라밀을 행할 수 있기를 발원한다.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여행 온 사람들, 여행을 끝내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면 세월 속에 하나하나 선업(善業)의 실천을 쌓아 나와 타인을 모두 이롭게 하는 깨달음을 얻고자 불교와 조계사는 나의 수행처가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을 다진다.
오늘도 두 손 모아 귀의하오며 사바하! 사바하! 사바하!
이영애 (보일, 27대 신도회 수행본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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