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10.01

 

조계사 대웅전 팔상성도 中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인제 백담사 극락보전 심우도



(질문) 사찰에 가면 법당 내부에는 탱화가 있는데, 외부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벽화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요? 그림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탱화(幀畵)는 종이나 천 등을 사용해 불, 보살님과 성중님들을 그려 신앙적으로 예배하는 

그림입니다. 반면에 법당(法堂)을 포함한 여러 전각(殿閣)의 안쪽, 바깥쪽 벽에 그려 넣는 그림을 통칭해서 벽화라고 합니다. 벽화는 주로 부처님의 일생을 표현한 그림으로 팔상성도(八相成道)나 불교의 마음공부, 깨달음의 구도 과정을 표현한 심우도(尋牛圖), 또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그린 본생도(本生圖), 여러 조사(祖師) 스님들의 이야기 등이 그려집니다. 보통 법당의 불상 뒤에 위치하는 탱화가 예배라는 기능을 강하게 띤다면, 벽화는 주로 교화(敎化)의 목적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벽화는 교훈적이면서도 마음에 간직할 만한 내용을 압축하여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절마다 각각 벽화의 내용은 다양합니다. 그중 많은 것이 팔상성도나 심우도입니다. 팔상성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그린 그림으로 주로 대웅전 벽화로 많이 쓰입니다. 심우도는 마음 닦는 수행을 소를 키우는 목동(牧童)에 비유한 그림입니다. 주로 선종(禪宗) 계통의 절에 많이 그려져 있지요. 우리나라 불교 전통이 조계종의 선종 중심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전통 사찰에는 심우도가 상당히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팔상성도와 심우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팔상성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개의 그림으로 설명한 것으로, 첫 번째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도솔천이라는 하늘 세계에서 호명(護明)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계시다가 이 세상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오셨다는 내용의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입니다. 두번째는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부인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난 모습을 표현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입니다. 태자 시절에 성문 밖으로 유람 나가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보고 출가를 결심하게 되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이 세 번째, 한밤중에 카필라성을 떠나 출가수행자가 되는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이 네 번째이고, 출가수행자로 고행림(苦行林)의 산속에서 6년 동안의 수행을 표현한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이 다섯 번째입니다. 여섯 번째 그림은 보리수 아래에서 깊은 선정 끝에 최고의 진리를 깨닫고 마왕의 무리에게 항복 받는 내용을 표현한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입니다. 일곱 번째는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를 상대로 최초로 설법하신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이고,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는 쿠시나가라의 두 그루 사라나무 아래에서 입멸하시는 모습을 표현한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입니다. 심우도는 주로 선종에서 수행자가 정진을 통해서 본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해서 열 가지로 표현한 그림입니다. 열 가지로 그렸다고 해서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하고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합니다. 첫 번째 그림은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로, 맨 처음 발심한 상태를 표현합니다. 두 번째 견적(見跡)은 소의 자취를 보는 것으로, 마음 작용의 실마리를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그림 견우(見牛)는, 소를 직접 본다는 것인데,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것이지요. 네 번째 그림 득우(得牛)는, 소의 고삐를 잡는 내용입니다.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그림 목우(牧牛)는, 소를 키우며 길들이는 것인데요. 본격적인 깨달음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그림 기우귀

가(騎牛歸家)는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인데 소와 사람이 하나가 된 모습, 깨달음을 안 것이고요. 일곱 번째 그림 망우존인(忘牛存人)은 소를 잊고 사람만이 있는 그림입니다.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성취한 단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그림 인우구망(人牛俱妄)은 소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잊는 것입니다. 자아뿐만 아니라 자아의 대상인 법에 대한 집착까지도 버린 내용입니다. 아홉 번째 그림 반본환원(返本還源)은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와 열반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마지막 열 번째 그림 입전수수(入廛垂手)는 깨달음의 회향으로 세속으로 들어가 방편을 베푸는 내용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