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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불교의 상징 중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만(卍)자가 있습니다. 잘 알고 지내는 미국 친구가 불교의 만(卍)자에 대해 반감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나치즘이 연상된다고 하는데 만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만자는 불교가 발생한 인도에서는 슈리밧사, 스바스티카, 난디아바타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만(卍)자로 번역되었는데, 만은 길상(吉祥)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불교를 상징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만자의 기원과 상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합니다. 태양의 상징이라고도 하고, 혹은 흐르는 물의 상징, 신령한 빛의 상징으로 보기도 합니다. 둥글게 선회하는 모발의 형상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시는 불교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이나교 같은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원래는 인도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태
양의 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종교 학자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표시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의미는 〈화엄경(華嚴經)〉에 잘 나타나 있는데요. 〈화엄경〉에서는 “여래의 가슴에 훌륭한 성인의 특징인 만자 모양이 있다. 이것을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부른다. 조화가 자재로운 마니보주로 장엄 되어 온갖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가지가지의 광염을 둥글게 뿜어내면서 온 누리를 가득 채운다.” 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표식이 관련된 불교의 기록이 등장하게 된 것은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 나오는 부처님의 성도(成道)이야기입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하여 성도(成道) 하실 때 풀방석을 깔고 앉으셨는데, 풀의 끝이 만자 모양의 길상초(吉祥草)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 이 표식은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또 〈장아함경(長阿含經)〉 같은 초기 불교 경전에도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별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에 둥근 법륜 모양을 불교의 상징표시로 사용합니다. 이런 면에서 만자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북방 대승 불교권에서 주로 쓰이던 표시인 것 같습니다. 대승불교의 가르침에는 부처님만이 가진 32상 가운데 하나로 가슴, 손과 발 그리고 모발에 만자의 덕상(德相)이 있다고 합니다. 가끔 길을 가다가 흰 깃발에 붉은색으로 만(卍)자를 새겨놓은 집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불교의 상징인 만자가 새겨져 있어 사찰로 보여지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불자들도 사찰인지 아닌지를 구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마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를 보고 오해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민속신앙과 불교가 서로 융합되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질문하신 것처럼,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 등의 서구권 국가들은 2차 세계 대전 후에 독일의 나치즘을 상징한다고 해서 이 표시를 싫어한답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표시를 주로 쓴 민족으로 먼 옛날 중앙아시아 지방에 살던 아리아인이 있습니다. 이들이 어느 시기에 중앙아시아 지방에서 서쪽으로는 유럽으로 이동하여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되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이란과 인도 쪽으로 이동하여 정착합니다. 그래서 만자의 기원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전쟁의 표시로, 한쪽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종교적 표시로 사용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서구권에서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만자 가운데 교차점을 띄어 내면 영어의 L자 네 개가 나오는데, 이것을 생명(Life), 광명(Light), 자비(Love), 자유(Liberty)를 상징한다고 해석하여 만자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은 적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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