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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은중경』과 백중
왜 백중과 『부모은중경』인가?
우리나라 모든 사찰에서 백중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7월 13일∼8월 30일]. 백중인 음력 7월 보름[8월 30일]은 불교의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백중 기도는 천도재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 내막에 담긴 의미는 조상에게 효를 다하고, 인연 있는 고인들이 좋은 곳에 가기를 바라는 발로에서 시작된다. 이런 의미와 취지가 잘 드러난 경전이 바로 『부모은중경』이다. 이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7월 보름 백중 행사는 자신과 인연 있는 선망부모·형제·스승, 인연이 없더라도 구천에 떠도는 모든 영가를 천도하는 날이다. 이 날을 백종(百種)·백중(白中)·중원(中元)·우란 분절(盂蘭盆節) 등 다양하게 불린다. 우란분절은 ‘죽은 사람이 사후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재를 올린다는 뜻이다. <불설우란분경>에는 목련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 청제부인을 구제하기 위해 7월 15일 자자(自恣)하는 대중에게 우란분재(盂蘭盆齋)를 베풀어 삼보의 위신력으로 어머니를 구제하고, 부모와 과거 7세 부모를 위하여 공양하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일본 등에서 백중이 발달했던 점은 유교와도 관련된다. 즉 인도불교가 중국에 전해지면서 유교적인 사상을 절충하면서 효를 강조하는 경전이 유행했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목련경』·『부모은중경』 등이 성행하였다. 7세기 초, 당나라 때부터 속강승(俗講僧)이라 불리는 스님들이 있었다. 이들은 글자를 모르는 일반 서민들을 위해 알아듣기 쉽도록 통속적으로 설법해주는 스님들이다. 속강승들의 단골 주제는 도덕성과 효를 겸비한 풍자성이 담겨 있는데, 단골 주제는 목련존자 이야기다. 또한 목련존자 이야기는 경극의 주제거리 중 가장 인기 있는 내용이다. 이렇게 발달한 불교의 효 사상은 백중과 더불어 동아시아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규봉 종밀(780~841) 스님이 <우란분경>에 대해 해설하였는데, 효 사상 강조로 인해 백중의식이 발달하는데, 한 몫 하였다.
우리나라와 『부모은중경』
『부모은중경』은 우리나라에 여러 번역본이 유포되어 있다. 또한 부모은중경에 담긴 내용이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널리 일반화되어 그림·서예·문학 작품의 주제로 인용되고 있으며, 노래 가사로도 인용되고 있다. 한국의 현존 최고 판본은 1381년(고려 우왕 7)22에 간행된 고려본이다. 1790년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수원에 용주사를 창건하고, 『부모은중경』을 인쇄하였다. 그곳에 『부모은중경』 목판과 김홍도 그림을 동판에 새겨 모셔놓았다.
불자들은 어떻게
백중기도를 하면 좋은가?
첫째, 49일 동안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49재를 미리 지낸다는 지극한 마음을 갖고 기도를 한다.
둘째, 어떤 기도든 그러하지만 백중도 참회하는 마음으로 하여야 한다. 『천수경』에 “내가 옛적부터 지어온 모든 악업이 탐진치 3독으로부터 시작해 신구의 3업으로 지었으니, 일체 모든 악업을 지금 참회한다[我昔所造諸惡業 皆有無始貪瞋癡 從身口意之所生 一切我今皆懺悔]”고 하였다. 늘 이 참회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셋째, 당연히 이 기도는 부모와 조상, 고인이 된 지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때, 독송도 좋지만, 『부모은중경』을 사경하거나 10종대은(十種大恩) 변상도(變相圖)를 모사하는 것도 좋은 기도방법이라고 본다.
『부모은중경』의 전체 요약
『부모은중경』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라고도 하며,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설하는 경전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 길가에 쌓인 뼈 무덤에 절을 하면서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는 동안 6도중생이 나의 부모·형제·친척 아님이 없다’고 말씀하시고, 부모의 10가지 큰 은혜[十種大恩]를 설하셨다. 또한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이 경의 특징이다.
『부모은중경』에 담긴 부처님 말씀
❶ 옛적부터 이생에 이르는 동안 6도중생이 부모·형제·친척.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 길가에 쌓인 뼈 무덤을 보고 절을 하신다. 이때 제자 아난이 물었다. “세존께서는 3계(三界)의 큰 스승이요, 4생(四生)의 아버지로서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성인이신데, 어찌 부처님께서 하찮은 뼈 무덤에 절을 하십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의 제자가 된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구나. 이 뼈 무더기가 나의 전생에 조상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다.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는 동안 육도중생이 나의 부모·형제·친척 아님이 없느니라. 모든 이들과 서로 서로 인연으로 얽혀 있느니라.”
❷ 여자는 자식을 낳을 때 서 말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젖을 먹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뼈무더기를 둘로 나누어 보아라. 남자의 뼈는 희고 무거운 반면,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울 것이다.” “부처님, 남자는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 큰 옷을 입고 띠를 두르고 신을 신기 때문에 남자인줄을 압니다. 여자는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려 여인의 몸인 줄 알지만, 죽은후 백골이 된 것을 가지고 어떻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까?”“남자라면 세상에 있을 때 절에 가서 법문도 듣고, 경전도 외우며, 삼보에 예배하기 때문에 그 뼈는 희고 무거울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세상에 살면서 자식을 낳을 때 서말 서되나 되는 많은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네 말이나 되는 흰 젖을 아기에게 먹인다. 이렇게 몸의 기운을 다 뽑아 버리게 되니, 여자의 뼈는 남자의 뼈보다 검고 가벼우니라.”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치 칼로 가슴을 베인 듯 눈물 흘리며 슬피 울었다.
❸ 10개월 동안의 아기 성장과정.
아난이 부처님께 ‘어머니의 은혜를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느냐?’고 묻자, 부처님께서 엄마가 아기를 잉태했을 때의 10개월 과정을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아기를 잉태한지 열 달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첫 달째의 태아는 마치 풀잎 위의 이슬이 아침에 잠시 맺었다가 저녁에 사라지는 것처럼 이른 새벽에는 피가 모여 있다가 낮이 되면 흩어진다.
두 달째의 태아는 마치 우유를 끓였을 때 엉킨 우유와 비슷한 형태이다.
세 달째의 태아는 마치 엉겨 있는 피와 같다.
네 달째의 태아는 점차 사람 모양을 닮아간다.
다섯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다섯 부분의 사람 형체가 형성된다. 즉 머리와 두 팔, 두 다리이다.
여섯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여섯 가지 정기[6정六情]가 열리게 된다. 즉 눈·귀·코·입·혀·뜻이 만들어진다.
일곱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3백 6십 뼈마디와 8만 4천 모공이 생긴다.
여덟 달째의 태아는 뜻과 앎이 점점 발달하고, 아홉 구멍이 뚜렷이 형성된다.
아홉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무엇인가를 먹기 시 작하는데, 복숭아·배·마늘은 먹지 않고 오곡만을 먹는
다. 어머니의 생장[生藏 : 심장·간장·비장·폐장]은 아래로 향하고, 숙장[熟藏 : 창자·위장·방광·대장 등]은 위로 향해 있다. 이 생장과 숙장 사이에 산(山)이 하나 있는데, 이 산은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첫째는 수미산, 둘째는 업산, 셋째는 혈산이다. 이 산이 한번 무너지면, 한 덩어리의 엉킨 피가 되어서 태아의 입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렇게 잉태한 지 열 달이 되면 비로소 아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아기가 효순한 자식이라면 주먹을 모아 합장하고 태어나 어머니 몸을 상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불손한 자식이라면 아기가 세상에 나오려 할 때, 어머니의 포태를 깨치고 손으로는 어머니의 염통이나 간을 움켜쥐고 발로는 어머니의 골반 뼈를 밟아 어머니로 하여금 마치 1천 개의 칼로 배를 찢는 것과 같으며, 1만 개의 칼로 염통을 쑤시는 듯 어머니에게 고통을 준다.”
❹ 자식을 낳아 기르는 열 가지 은혜.
부처님께서 태아 성장 과정을 설명한 뒤에 아버지 은혜보다 어머니 은혜가 매우 진중하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경전에서 어머니가 자식을 기르는 열 가지 은혜를 서술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은 뒤에도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자식을 위해 힘쓰는 열 가지 은혜[十種大恩]가 있다. 첫째, 어머니가 언제나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오롯이 자식을 품에 안고 자식을 지켜주는 은혜이다[懷耽守護恩].
둘째, 임산부는 아기를 낳기 전, 진통이 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아기를 낳는다. 그만큼 산통을 이기면서까지 자식을 낳는 은혜이다[臨産受苦恩].
셋째, 아기를 낳은 이후부터 줄곧 자식이 병나지 않을까(?)노심초사하며 근심을 잊지 않는 은혜이다[生子忘憂恩].
넷째, 쓴 것은 자신이 삼키고, 맛있고 단 것만을 뱉아내어 자식에게 먹이는 은혜이다[咽苦吐甘恩].
다섯째, 아기가 누워 있는 자리가 젖어 있는지 살피고, 자리가 젖었거든 마른 자리로 옮기어 자식에게 병이 생기지 않도록 보살피는 은혜이다[廻乾就濕恩].
여섯째,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이다[乳哺養育恩].
일곱째, 자신의 손발이 부르트고 닳도록 자식을 깨끗이 씻어주는 은혜이다[洗濯不淨恩].
여덟째, 자식이 장성해 먼 길을 떠났을 때, 늘 걱정하고 염려하는 은혜이다[遠行憶念恩].
아홉째, 자식이 나쁜 짓을 했을 때,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감당하는 은혜이다[爲造惡業恩].
열째, 당신이 이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자식을 연민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이다[ 究竟憐愍恩].”
『부모은중경』을 통해서 본
백중에 대한 현대적 의미
첫째, 인연의 소중함이다. 미국 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 1958~)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라는 책 속에 부처님과 똑같은 말씀이 있다. “우리가 인연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전에 한번쯤은 만난 사이며 서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또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이다.”
미치 앨봄이 말한 것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떤 사람이든 소중한 인연으로 관계지어 있다는 의미이다. 『부모은중경』에서 부처님은 길가에 쌓인 뼈 무덤에 절을 하면서 ‘이 뼈 무더기가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는 동안 6도 중생이 나의 부모·형제·친척 아님이 없다.’고 하셨다. 모든 것이 서로서로의 얽히고설킨 인연으로 관계 지어 있다. 어떤 인연이든 소중한 법이다. 어떤 사람이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존재가치가 있다. 내가 남을 하찮게 한다면, 어느 누군가로부터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고 역지사지해보라. 잠깐 스치는 인연도 소중하거늘 부모·자식·형제 인연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둘째, 효 사상을 통해 불교 사상의 의미를 저변화하자. 효사상에 대한 언급은 『부모은중경』뿐만 아니라 『옥
야경』·『육도집경』·『반야경』·『법화경』·『열반경』·『화엄경』등 여러 경전에 효를 설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도 효를 실천하셨는데, 마야부인에게 법을 설하기 위해 도리천에 올라갔다가 세 달이 지나 하강하시는 장면이 초기경전에 전한다. 또 『증일아함경』11권에 전하는 효에 대해 이런 내용이 있다. “부모의 은혜는 매우 위대하다. 우리들을 안아 길러 주셨고, 수시로 보살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병을 살펴주셨기에 저 해와 달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모의 은혜가 위대하므로 부모의 은혜 갚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부모에게 공양해야 할 것이요, 항상 효도하라.” 또한 『화엄경』에 “부모를 섬길 때는 부모가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셔야 한다.”고 하였고, 『범망경』에서는 “부모 형제가 돌아가시면, 법사를 초청해 보살의 계율경전을 강설해 망자의 명복을 빌어주라.”고 하였다.
셋째, 백중을 통해 불교의 자비적인 측면이 드러나 있다. 백중은 자신과 인연 있는 선망부모·형제·스승, 인연이 없더라도 구천에 떠도는 모든 영가를 천도하는 날이다. 과거세, 현재세에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계기가 된다.
정운스님 (대승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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