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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0.05.01
 

 <질문> 올해 윤달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다니고 있는 절에서 이런저런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생전예수재가 궁금합니다. 예수재는 불교의 전통 의식인지요? 왜 윤달에 지내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올해 2020년은 윤년(閏年)에 윤달이 들었다고 합니다. 윤년이나 윤달은 태음력이나 태양력의 오차를 보정(補整)하기 위해 삽입하는 날 혹은 달이 들어가는 경우를 말합니다. 윤년은 올해처럼 양력으로 2월에 29일이 든 해이지요. 윤달은 음력으로 한달을 맞추게 됩니다.

질문하신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는 말 그대로 생전, 살아 있을 때 미리 수행과 공덕을 닦아두는 재(齋) 의식입니다. 다음 생을 대비해 죽은 후에 행할 불사(佛事)를 미리 닦는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49재를 미리 지내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천도재가 사람이 죽은 후에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조상님들이나 영가를 위한 의식이라면 예수재는 살아 있는 사람, 즉 나 자신을 위한 의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생전예수재는 삼칠일 정도의 기간을 정해 기도, 정진하고, 등을 켜고 번을 달며 스님들을 청하여 경전을 읽고 복을 지으면 한량없는 복을 이루고 소원대로 과보(果報)를 얻는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경전을 읽어야 할 빚과 돈으로 인한 인색함이 만든 두 가지의 빚이 있어서 이것을 생전에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생년월일을 따져 경전의 빚은 경전을 직접 독송하거나 구입해서 보시함으로써 갚고, 돈의 빚은 지전(紙錢)을 시왕전(十王殿)에 올리는 것으로 갚지요. 이렇게 빚을 다 갚으면 일종의 영수증 격인 증표를 받아 하나는 불에 태우고 다른 한 조각은 가지고 있다가 죽은 후에 명부(冥府)의 시왕들에게 보여 주어 빚이 없음을 인정받고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 생전예수재에 관한 대략의 내용입니다. 

 

불자님의 질문과 연관해서 생전예수재에 대해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하나는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관점입니다. 불교의 철저한 인과법(因果法)은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행위 하느냐에 따라 다음 생의 삶의 방식이 정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언제나 나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항상 최선대로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의 삶이기 때문에 잘못되었을 경우, 그것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재를 지내는 목적이기도 하구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나의 후손들이 죽은 나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생전에 나 스스로가 행하는 수행이나 공부, 미리 닦는 공덕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질문하신 것처럼 윤달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봅니다. 윤달은 ‘공달’입니다. ‘덤달’이라고도 합니다. 요즘 말로 바꾸면 ‘보너스 달’이라고 하면 쉽겠네요. 윤달은 평년의 12개월 보다 한달이 더 보태진 달로 몇 년마다 한번 씩 듭니다. 예로부터 이 달에는 하늘과 땅의 모든 신(神)들이 인간에 대한 감시를 멈추어서 무엇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윤달에는 아무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다고 합니다. 수의(壽衣)를 만들어도 불효가 안 되고, 이장(移葬)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답니다. 절 집에서는 윤달에 불사(佛事)나 재를 올리면 공덕이 더욱 뛰어나다고 보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월급 말고 보너스를 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사실 평소의 삶은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으로 잘 꾸려 나가야 합니다. 그러다가 들어오게 되는 보너스는 자칫 잘못하면 불필요한 곳에 쉽게 쓰여질 수 있겠죠. 공짜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이것을 평소에 하기 어려운 일, 특히 좋은 일에 써보면 어떨까 합니다.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윤달이라고 하는 보너스 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쉽게 생각하고 저질렀던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그런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뜻 깊지 않을까요? 예수재는 살아 있는 동안에 진 빚을 참회하고 미리 업장을 해소시켜 청정한 몸과 마음가짐으로 죽음에 대비하는 불교의 수행의식입니다. 요즘 웰-다잉(Well-dying)이라고 해서 죽음을 잘 준비하자는 취지의 사회적 현상이 유행입니다. 미리 유서도 써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많이 갖는데, 웰-다잉의 대표적 방법으로 예수재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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