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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0.08.01
 <질문> 주변에 불교를 믿는 분들 중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성인의 사상이나 훌륭한 가르침, 혹은 삶에 필요한 지혜를 얻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런 경우도 불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질문처럼 불교를 종교가 아니라 철학, 사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장황한 답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윤리倫理적인 면과 종교宗敎적인 면으로 나누어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평소에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종교라기보다는 윤리적인 삶의 형태입니다. 불교에서는 지악수선止惡修善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분들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중요한 것은 착하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삶은 특별하지 않은, 말 그대로 보통의 삶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살면서 지켜야 할 도덕道德이고 덕목인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치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자랑할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보통 생활이 요즘은 날이 갈수록 특별한 삶이 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둘째는 어떤 종교든 열심히 믿어 나름대로의 신앙을 가지고 교훈을 얻으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평범한 종교 신앙의 형태입니다. 사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좋은 일만 한다고 해서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도 할 수 없지요. 이런 모습을 잘못 이해하면, 착한 일을 하고 사는데 왜 잘 살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오히려 남을 위해 봉사하고 착한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행복하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이때는 좋은 인연因緣을 많이 지으면 그것은 모두 좋은 결과로 나에게 돌아와 복福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종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시다시피 종교란 괴로움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이것을 신앙, 혹은 신행信行생활이라고 합니다. 윤리적인 삶만으로는 부족한 면을 종교적인 삶으로 보완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셋째는 불교에서 강조하는 수행修行의 삶입니다. 수행이란 일반적인 신앙과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일정한 의지처나 절대자를 통해 구원받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불교는 스스로가 주인主人이 되는 종교입니다. 깨달음을 통한 완전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불교는 성불成佛이라는 표현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된다는 것은 부처님처럼 살고자 하는 것이고 그 삶의 과정과 완성 안에서 우리는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찾는 것이지요.

위의 세 가지 경우는 모두 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도 불교에서 말하는 삶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당연한 것임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중생들을 위해 많은 생활의 교훈을 남기셨습니다. 초기 불교의 경전에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는 좀 더 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불교는 좀 더 크고 넓게 바라 보는 세 번째인, 수행의 관점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질문은 불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자님 질문의 경우로만 본다면 불자라고 할 수 없겠지요. 왜냐하면 불자는 불교적인 신행을 하는 분이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준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불교적인 성향을 가지면 모두 불자라고 봤습니다. 기준이 좀 너그러운 면도 있고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불자의 기준을 제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 수지受持, 정기적인 기도와 법회의 참석, 보시와 수행과 전법傳法의 삶을 실천하는 불자의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조건을 가지고 불자냐 아니냐를 규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불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아닐까요? 언제나 불국정토佛國淨土를 염원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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