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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하림스님의 마음여행

강아지를 키우다

  • 입력 2020.08.01
 절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습니다.
아주 작지 않지만 크지도 않아서 크기를 표현하기엔 애매한 덩치입니다.
엄마개가 작고 얌전해서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길래 그의 자식은 엄마를 닮은 줄 알고 새끼를 데려왔습니다.
헌데 점점 커가더니 엄마보다 두 배 정도의 크기로 커버렸습니다. 엄마를 닮지 않은 아들 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아빠가 잘생긴 개였는지 털도 늑대 털처럼 이쁘게 나고 꼬리도 딱 말아 올린 것이 보기는 좋아 보입니다. 다들 귀엽다고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 마음이 이해가 조금은 됩니다. 남들이 자식을 이쁘다고 하면 은근히 키우는데 신경 써온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매일 밥을 챙겨야 하고 물도 늘 채워줘야 합니다. 시간 맞추어서 산책도 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응가를 참아서 머무는 집 주변에는 용변을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데리고 나가면 여기 저기 고르고 고르다가 용변을 봅니다. 그 용변을 치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습니다. 참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가끔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매일 누군가의 밥을 챙기고 용변을 받아준다면 그는 얼마나 고마워할까 싶습니다. 이 놈은 그저 꼬리 치고 좋아하고 반가워만 합니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부지런하게 벌써 일어나서 제 방의 창문이 열리기만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한 치도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저렇게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그는 아마도 지금 도인이 되었거나 판사나 회장님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어찌 그렇게 일심으로 매달릴까 싶습니다. 그것이 안쓰러워서인지 돌아서지 못하고 억지로라도 밥을 챙기고 물을 챙겨줍니다.

아마도 집안 식구들을 챙기는 어머님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 그제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저녁에 번개가 치면 무서워서 꼼짝을 못합니다. 할 수 없이 방에 들여둡니다. 그러면 다음 날에는 안 나갈려고 떼를 씁니다. 먼저 내보내려고 하면 머리를 낮게 깔고 들이밉니다. ‘날 어떻게 할려면 하세요!’ 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입니다. 또,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이고는 버팁니다. 이리저리 달래서 엉덩이를 밀면서 내보냅니다만 마음이 쓰입니다.

강아지를 묶을 때마다 내가 한 생명의 자유를 구속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울타리를 사다가 주변을 두르고 끈을 풀어주었습니다. 제가 하는 게 어설펐는지 그 사이로 나갔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집 나간 식구가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해가 져가니 더 걱정입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옵니다. 개가 돌아다닌다구요. 혹시 어디 가서 다치진 않을까, 큰 개에 물리진 않을까, 사람들에게 발길에 차이진 않을까, 차에 치이진 않을는지, 혹 사고나 치지는 않을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주려고 기다렸습니다. 가까이 오더니 웬걸 바로 돌아서서 가버립니다. 먹고는 싶지만 묶이는 것보다는 싫다는 말입니다. 좀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매일 밥 주고 물 주고 응가도 치워 준 게 얼마인데 집을 불편해하고 싫어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눈앞에까지 다가옵니다. 빗물에 흙이 묻어서 엉망입니다. 또 얼굴도 초최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집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싫은 모양입니다. 실컷 놀다가 지치고 배고프면 다시 돌아오겠지요.

이번에 돌아오기만 하면 그동안 애 끓인 것 생각하면 다시는 풀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그러나 사실은 저번에도 몇 번 풀어주었다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늘 다시는 풀어주지 않아야지 합니다. 그런데 묶여있는 모습을 보면 또 그 마음은 작아지고 자유를 주고 싶고 맘껏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풀어주게 됩니다. 사람 마음은 이렇게 묶고도 싶었다가 풀어주고도 싶었다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기쁨과 걱정이 오고 갑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좀체로 알 수가 없습니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그 자리를 지키듯이 마음이 불어오는 데로 기쁨과 걱정에 흔들리면서도 그 마음 자리에서 살아가야겠습니다. 누군가 나의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유연하게 살아가는 구나!’ 라고 보이게 말입니다.


하림스님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명상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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