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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0.09.01
 <질문> 절에 다니다보면 경내에서나 법당에서 스님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스님을 부를 때는 어떤 호칭을 쓰는지요?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절에서 사용하는 스님들의 호칭이 많기도 하고 그 뜻을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불자들은 스님들의 이름을 부르는 그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혹시 잘못 부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보통 재가 불자들이 스님들을 호칭할 때 법명法名보다는 직함을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맡은 일, 직함을 소임所任이라고 하는데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주지스님입니다. 주지住持는 한 사찰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주지라는 의미는 절에 거주하면서 재산과 수행자들을 보호하고 유지시킨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안주호지安住護持, 구지호지불법久持護持佛法에서 나온 말입니다. 주직住職이라고도 합니다. 사실상 절의 모든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행정 책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지스님을 보좌하는 기능으로 삼직三職이라 해서 총무, 재무, 교무의 소임도 있습니다. 총무는 사찰 업무 전반과 사찰 종무원의 인사, 재무는 재정, 교무는 법회나 행사, 교육 등을 주관하는 소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삼직은 원래 율종律宗에서 계화상戒和尙, 갈마사羯磨師, 교수사敎授師를 의미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사찰령 때 감무監務, 감사監事, 법무法務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교구 본사나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여기에 사회, 포교, 호법, 문화 등을 더해 7직을 두기도 합니다.
 
회주스님의 회주會主는 커다란 한 회상會上의 주재자라는 의미입니다. 회상은 큰 법회를 의미하기도 하고 스님들의 모임인 문도門徒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런 법회나 모임을 대표하는 큰 어른스님입니다.
법주法主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법의 도리에 도달한 사람, 진리의 주인을 가리키는 말로 구사론具舍論같은 초기 불전佛典에서는 부처님을 의미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스님들의 관직인 승관僧官의 하나였고, 지금은 회주와 마찬가지로 불법佛法을 잘 알아서 어떤 불사佛事나 회상의 큰 어른으로 추대된 스님을 말합니다. 법회를 주관하는 설법주說法主이기도 합니다.
 
큰 절에 가면 방장方丈스님이 계십니다. 유마경維摩經에 유마거사의 거실이 일장사방一丈四方이었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로 사방으로 한 자가 되는 방을 말합니다. 유마거사가 4방10척이 되는 방에 3만2천 사자좌獅子座를 벌려 놓았다는 일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선종禪宗 사찰의 주지가 쓰는 거실을 의미했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총림叢林의 최고 어른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원주院主스님은 원래 사찰의 사무일체를 주관하는 소임으로 주지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는데 임제록臨濟錄에서는 감원監院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암자나 작은 규모의 사찰에서는 주지대신에 원주만 두기도 합니다. 큰 사찰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후원의 총 책임자입니다. 원주스님을 돕고 행자를 통솔하는 별좌別座라는 소임도 있습니다.
도감都監스님 역시 사찰의 살림살이를 총감독하는 스님입니다. 예전에는 사찰의 재정이나 곡식 같은 것을 맡아보는 일을 했고 각종 불사, 작업을 지휘하는 소임입니다.
노전爐殿스님은 향로전香爐殿의 줄임말로 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에서 부처님께 향과 초 공양을 올리며 염불과 의식을 맡아보는 스님의 숙소를 가리키던 말인데 점차 변하여 스님의 직함이 되었습니다. 노전을 보좌하는 부전副殿스님도 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시대가 바뀌면서 스님들의 직함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 종류가 사찰마다 상당히 많고, 또 소임을 두는 경우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찰의 규모나 업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 조계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스님들이나 제반 업무의 지원을 담당하는 행정, 신도님들의 신행을 지원하는 신도담당 스님 등 다양한 소임이 있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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