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0.10.01
  <질문> 지난달 ‘가피’지에서 스님들의 소임과 호칭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하안거 해제 기사를 보다가 용상방이란 것을 보았는데 스님들 소임이 더 다양하게 적혀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 불교의 특징, 혹은 큰 동력 중 하나는 아직도 안거安居의 전통이 잘 이어져 오고 있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안거는 여름 안거와 겨울 안거가 있는데 안거 기간 동안 소임은 ‘대중공사大衆公事’라는 회의를 통해서 정해집니다. 소임이 결정되면 선원에는 스님들의 법명과 소임자의 명단을 적은 표가 붙는데 이를 용상방龍象榜이라고 하지요. 용상이란 수행자를 물에서 으뜸인 용龍과 뭍에서 으뜸인 코끼리(象)에 비유한 것입니다. 원래 용상방이란 절에서 불사가 있을 때 각자의 맡은 일을 써서 붙이는 안내문의 역할을 했는데,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미로 붙였습니다.
 
안거 때 소임을 정하는 일은 부처님 당시부터 있던 전통이었고, 오늘 날 한국 선원의 소임은 중국에서 총림叢林제도가 생기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총림은 선원뿐만 아니라 강원, 율원 등이 있기 때문에 소임이 매우 세분화 되어 있고 용어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지난 달 가피에 소개한 소임에 이어서 선원 중심으로 소임 몇 가지를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선원에서는 조실, 방장을 비롯해 수좌, 선덕, 유나 등의 소임을 어른 스님들이 맡아 여러 스님들을 지도합니다. 수좌首座는 선원의 가장 큰 어른을 가리키는 말인데 요즘은 선원에 다니는 스님들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고, 어른 스님이 법랍이 낮은 스님들을 부르는 명칭으로 쓰여 지고 있습니다. 더욱 정진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높여주시는 것입니다. 선덕禪德은 훌륭한 선의 수행자란 의미로 수행을 지도하는 어른 스님의 소임입니다. 유나維那는 총림에서 주지 격으로 여러 규율을 총괄하는 소임으로 역시 어른 스님이 맡습니다. 입승立繩은 큰 규모의 사찰인 총림에서는 열중悅衆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원의 대중을 통솔해 가는 실질적인 소임자로 반장(?)의 역할을 합니다. 선현禪賢은 법랍으로 보면 선덕이지만 소임을 보느라 그에 맞는 안거 수를 채우지 못한 스님들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선감禪監은 선원의 도감으로 절 살림을 총괄해서 운영해 가는 소임이고, 병법秉法은 의식과 법요에 관계된 일을 맡은 소임입니다. 헌식獻食은 사시예불을 마치고 나서 마지를 모아 아귀에게 주는 소임, 명등明燈은 절 안의 전등을 관리하는 소임으로 불을 켜고 끄는 일입니다. 화대火臺는 불을 때고 방 안의 온도를 알맞게 맞추는 소임입니다. 청중淸衆은 찰중察衆이라고도 하며 열중이나 입승을 보좌하며 스님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잘못을 찾아 시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전知殿은 예불을 주관하고 대중 방을 정리 정돈하는 하는 소임으로 병법과 비슷합니다. 간혹 지전持殿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지전知殿이 맞습니다. 지객知客은 손님을 접대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간병看病은 아픈 스님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소임입니다. 타종을 담당하는 종두鐘頭, 정통淨桶은 화장실을 청소하는 소임, 욕두浴頭는 목욕탕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소임입니다. 다각茶角은 차를 달이고 과일을 내는 역할인데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하심下心과 인욕忍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소임입니다. 시자侍者는 어른 스님들을 모시는 소임이고 서기書記는 문서나 우편물, 여러 잡다한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소임입니다. 고두庫頭는 절의 물건을 관리하며 마호磨糊는 무명옷에 먹일 풀을 쑤는 소임입니다. 이 밖에도 밥을 짓는 공양주供養主, 반찬 만드는 채공菜供, 국 끓이는 갱두羹頭, 물을 관리하는 수두水頭, 땔감을 준비하는 부목負木 등 여러 가지 소임이 있습니다. 모두 열거하면 약 80여 가지의 소임이 있다고 합니다.

대중들에게 알맞은 소임을 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소임은 주어지면 하는 것일 뿐, 일의 경중輕重이나 편하고 고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소임의 명칭과 역할은 사찰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또 큰 사찰과 대중이 적은 사찰에서는 각각 필요한 소임만을 두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대중으로서 동참하게 되면 누구나 한 가지씩의 소임을 맡아 대중을 시봉하는 역할을 합니다. 절은 수행과 신행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지요.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