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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해탈, 과연 양자택일의 대상인가
인도에는 오랜 고행 전통이 있었다. 싯다르타 당시에도 그랬다. 몸에서 올라오는 욕망을 참고 또 참는 걸 통해서 에고를 죽이려 했다. 그래서 온갖 방식의 고행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싯다르타의 수행 역시 고행의 전통,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보드가야의 네란자라 강으로 오기 전에도 싯다르타는 고행을 자처했다. 싯다르타가 바이샬리 도시의 서쪽에 있는 숲에 머물 때였다. 그는 가부좌를 튼 요가 자세로 수행을 했다. 끼니는 숲에서 나오는 나무 열매 등으로 생식을 했다. 이러한 싯다르타의 수행 기록이 후대의 불교 수행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걸까. 성철 스님도 출가 후 꽤 오랫동안 생식을 했다고 한다. 송화 가루와 곡식을 빻은 가루를 먹으며 끼니를 이었다고 한다.
성철 스님을 시봉했던 원택 스님은 “나중에는 영양 부족으로 인해 손톱이 휘는 등 영양 실조 증세가 나타났다. 향곡 스님이 찾아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고 하자, 성철 스님은 ‘내 먹는 건, 내가 알아서 한다’며 크게 개의치 않으셨다”며 “당시에는 요즘처럼 제품으로 출시되는 생식이 없었다. 일일이 직접 곡식을 빻아야했다. 준비하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성철 스님은 화식火食으로 바꾸셨다”고 말했다. 어쩌면 성철 스님도 부처님 출가 초기의 수행담을 읽었던 것은 아닐까.
▲ 인도의 힌두교 수행자가 기도를 하고 있다. 바닥에는 꽃으로 '만(卍)'가 그려져 있다.
사실 생식이냐, 화식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건 결기의 문제다. 음식을 먹으면서,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어지는 욕망을 아예 싹부터 자르겠다는 수행자의 옹골찬 결기 말이다.
요즘도 사람들은 스님이나 목사님, 신부님을 집으로 초청해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한다. 좋은 법문을 청하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싯다르타 당시에도 그랬다. 많은 사람이 숲으로 찾아와 싯다르타를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자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이 모든 초대를 거절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아예 음식을 숲으로 싸 가지고 왔다. 싯다르타는 이 음식마저 거절했다.
싯다르타는 최소한의 음식만 먹었다. 처음에는 하루 한 끼, 나중에는 며칠에 한 끼만 먹었다.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열매나 나무뿌리, 심지어 풀잎까지 먹었다. 그렇게 최소한의 생식으로 육신의 생명을 유지했다.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자 싯다르타는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당시 인도의 숲에는 호랑이를 비롯한 맹수들이 많았다. 싯다르타는 그런 숲에서도 목동이나 양치기, 나무꾼 등과 마주치면 수행처를 옮겼다. 숲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갔다. 밀림에서의 수행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인도의 국립공원이나 밀림에는 호랑이가 꽤 많이 서식했다. 그러니 2600년 전에는 오죽했을까.
당시 싯다르타는 숲의 묘지에서도 종종 잠을 잤다. 팔리어 경전에는 ‘죽은 사람의 뼈를 베개 삼아 묘지 옆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는 싯다르타의 말이 기록돼 있다. 당시 인도는 고대 힌두교인 브라만교를 믿었다. 브라만교 전통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火葬을 했다. 시신을 헝겊으로 감싸서 장작더미 위에다 놓고 태운다. 인도는 산이 드물고 나무가 귀하다. 그래서 장작이 무척 비싸다. 그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신을 모두 태울 만큼의 장작을 구하지 못하면 시신은 타다가 만다. 그럼 새와 짐승이 와서 해치운다. 싯다르타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을 터이다.
그걸 통해 인간의 육신이 어떻게 소멸되는지 낱낱이 목격했을 것이다. 깨달음을 이룬 후 붓다는 한동안 제자들에게 공동묘지에 가서 수행할 것을 권했다. 시신이 어떻게 썩고, 해체되는지 관찰하라고 했다. 그걸 통해 육신의 허망함을 깨우치라고 했다. 자아에 대한 제자들의 집착을 떼어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심약한 일부 제자들은 그걸 견디지 못한 채 큰 충격을 받았다. 더러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이 수행법을 금하긴 했지만, 숲에서 수행하던 싯다르타는 묘지에서 지켜본 시신의 부패와 소멸을 통해서 육신의 허망함을 절감했다
▲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보드가야 보리수 경내에서 외국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다.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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