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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하림스님의 마음여행

묶은 사람이 없습니다

  • 입력 2020.10.01
  

  법당 뒤편에 앉았습니다.

앞에는 광복동 시내이지만 뒤편에는 용두산 공원이 바로 접해 있어서 뒤에 있으면 산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절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습니다. 봄에 왔다고 해서 이름이 봄입니다. 우리의 대화를 멀리서 가만히 엿듣고 있습니다. 묶여 있는 모습이 너무 미안해서 커다란 울타리를 치고 풀어놓았습니다.

 

거사님이 그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풀어놓은 개는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사납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그 말씀이 옳아 보입니다.

한동안 묶여 있을 때는 사람이 오면 짓기도 하더니 요즘은 놀아달라고 꼬리만 흔듭니다. 짧은 끈에 묶여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습니다.

 

사람도 한동안 묶여 있으면 움직이고 싶어서 어딘가로 여행을 나서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는 어딘가에 묶여서 벗어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속적인 여행은 여행의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아침에 방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 상쾌한 느낌이 있지만 계속 열어놓으면 춥기만 합니다.

가끔 짜증이 찾아오면 내가 어떤 생각에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가 분명합니다. 그럴 때는 내가 어떤 마음을 꼭 묶어두고 있는지 살피고 잠시라도 풀어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왜 무엇에 얽매어서 화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고집입니다. 그런데 그 고집은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일들이고, 옳은 일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생각들입니다. 혹은 정의라고도 평화라고도 불립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평화라는 것에 속아서 고통을 경험했는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가족의 평화는 가족을 평화롭게 해야 한다는 그 생각을 내려놓을 때에 체험하게 됩니다. “착하게 살아야 해!”라는 고집을 놓을 때에 순해진 나를 만납니다.

생각하되 고집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모두 탐욕이고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금강경에서는 매 품마다 “선하게 살되 그렇게 한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내 삶이 되지 못한다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생각들에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롭지 못하고 갑갑한 경험 속에서 짜증이 난 상태로 있습니다. 자책하고 후회하며 잠 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를 원망하고 공격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왜 그럴까요?

 

강아지를 보면 배울 수 있습니다. 묶여 있을 때는 화를 잘 내지만 풀어놓으면 순해집니다.

나도 내가 해야 된다고 하는 생각들에 스스로 묶여 있을 때에는 마치 묶어놓은 강아지와 같습니다. 그 생각들을 내려놓을 때에 우리는 순해집니다.

상대를 제압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기를 내려놓을 때 상대도 무기를 쓸 곳이 없어지고 공격성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어딜 가면 먼저 이곳이 안전한가를 살핍니다. 가능하면 식당도 지하를 잘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한다고 해서 자유로워지진 않습니다. 안전한 것을 원하는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고 살펴봅니다. 안전하지 않은 장면을 보았을 때에 이제는 약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까? 그러더라도 내가 걱정하는 만큼 큰일은 아닐 거야! 또,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전에 그래 왔던 것처럼 정신 차리고 있으면 그곳에서도 새로운 길이 찾아질 거야! 하고요.

 

이제는 걱정스러운 상황이 오더라도 예전만큼 그것을 고집하거나 내 스스로를 그곳에 묶어두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생각의 차이이지만 훨씬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다른 고집하는 생각들도 많이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살펴보면 무엇에 묶여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풀려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만이 헤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묶었지 아무도 묶은 사람이 없습니다. 끈도 실제론 이미 없습니다. 스스로 묶여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한 강아지가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순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묶여 있지 않다는 자유를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은 스스로 자유로운 느낌을 한 번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하림스님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명상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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