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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2.01.18

<질문>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아파트같은 주택문제나 노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일수록 박탈감도 큽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58점이라는 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지금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잘 살지요. 그런데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50% 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많은 분들이 상대적인 박탈감, 소외감 등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저축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인연에 따라 작은 행복을 찾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능력에 맞지 않게 소비하고 낭비하면서 항상 부족을 느낍니다. 어려운 삶이지만 적은 것에 만족하고 남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이 있다면 행복지수는 올라갈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경제에 관련된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는 재산을 모으는 일보다 탐욕을 경계하며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소유하고 잘 쓰라는 가르침이고, 다른 하나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아닌 영원한 우리의 재산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수행하라는 말씀입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과연 재산을 모으는 것, 부富의 축적은 우리에게 좋은 것인가요? 나쁜 것인가요? 선善과 악惡의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적 풍요로움은 물처럼 배를 뜨게 할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재산의 많고 적음으로 인한 행복은 재산을 소유하고 부리는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주택 가격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어느 대학 여교수가 150여 채의 아파트를, 어떤 분은 1000여 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기사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집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 기사는 모두를 허탈하게 합니다. 저도 순간, 마음 속으로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그 분들의 재주(?)에 관심이 가는 분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아파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것은 나에게도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요? 역시 문제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재산을 모으는 것, 정당한 부의 축적은 권장하셨습니다. 영리를 추구하고 재산을 모으는 것을 권장하신 것은 결국 이웃과 대중에게 회향廻向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탐심은 항상 경계하셨습니다. 이치에 적합하면서 순수한 노력에 의해 재산을 획득하는 가르침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쓰는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은 재물을 4등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중 1/4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씁니다. 또 1/4은 생업을 영위하거나 자본의 재투자를 위해 쓰라고 하셨는데, 요즘 말로 얘기하면 펀드투자같은 것일까요? 부처님의 경제적 안목도 대단하셨던 것 같네요. 다른 1/4은 부모와 수행자를 위해서, 나머지 1/4은 자신과 이웃의 빈곤에 대비하는 저축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좋은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인 재산이 아니어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영원하고도 한량없이 누릴 수 있는 재산도 있습니다. 성자聖者의 재산이라고 하는 칠성재七聖財입니다. 칠성재는 7가지의 법의 재산(法財)입니다. 신信재, 계戒재, 참斬재, 괴傀재, 문聞재, 사捨재, 혜慧재가 그것인데, 이것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약간 변형해서 적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혜의 평화로움과 안락의 재산을 가지고 그 안에서 신심과 진리의 가르침이라는 재물을 늘리고 부리면서, 참회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으로 늘 이웃에게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재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부의 가치는 사회적현상이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잘 사용할 줄만 안다면 내가 가진 것, 나의 가능성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재산이 됩니다. 남들과 비교하는, 또는 비교되는 삶보다는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면서 즐겁고 만족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그런 불자의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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