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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사모곡

  • 입력 2020.12.15
  “어머니! 
어머니의 막내딸이 참된 불자로 살다가 어머니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유년시절 제가 자란 고향 ‘밀양’은 맑은 강물이 마을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농촌 읍 소재지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끝나갈 무렵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이사 오기 전까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논밭을 지나 작은 산 아래 있는 작은 암자에 갔던 기억들이 그리움이 가득한 풍경으로 펼쳐집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가슴속에 그 시절을 묻고 살아온 지금도 89세로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고향 풍경과 함께 자주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칠순이 되시면서부터 저를 앞세우고 고향에 있는 산골토굴의 허름한 처소에서 수행정진 하시는 학승들을 찾곤 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어머니의 그 힘든 여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동행하였습니다. 불교에 대해 누구로부터 제대로 가르침도 받지 못했던 어머니가 스님을 뵙기 위해 교통이 불편한 시골길을 지인에게 물어물어 찾아가셨던 그 길은 진정 불심으로 가득한 승보공양의 순례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불심과 순례길 여정은 누군가 이어서 풀어가야 할 숙제처럼 저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어머니의 깊은 신심을 생각할 때마다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머니는 생전, 산촌에서 조실부모하고 혼례청도 없었던 결혼식과 시집살이의 애절한 사연을 제게 들려주시며 당신 마지막 길은 번을 세우고 스님들의 염불을 들으며 가시길 염원하셨습니다. 6년 전 조계사에서 스님께 날을 받아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정성껏 천도재를 올린 후 위패도 함께 모셨습니다. 천도재를 올리고 도반들과 기도 드리러 남해 보리암을 다녀오던 날 밤, 꿈속에서 어머니를 뵙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하얗게 소복을 입으시고 저만치서 저를 향해 미소지으시던 어머니의 인자하신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후 어렵게만 여겨졌던 불교공부를 하기 위해 조계사에 입문하였고 지금까지 어여삐 거두어주신 부처님의 가호지력으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보람된 신행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뒤를 돌아보며 부족함을 다스리고자 하지만 아직은 진정한 참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을 봅니다. 저에게 불연佛緣을 지어 주신 어머니와, 삼보에 귀의하는 참된 불자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스님들께 감사드리며, 함께 신행생활을 하고 있는 도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으로 기도하며 오늘도 조계사를 향해 집을 나섭니다.

 


 

지명화 김영희 (사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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