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얼마 전 산사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발우공양이 아주 힘들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절제하면서 환경도 생각하는 부처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스님들께서는 하루에 한 끼만을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스님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인가요?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 전에 몇 가지 불교적 상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밥 먹는 것을 불교에서는 공양供養이라고 합니다. 원래 공양의 의미는 삼보三寶나 부모, 스승, 망자亡者에게 음식물이나 옷 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보통은 어떤 대상에게 베푸는 물질적, 정신적인 혜택을 공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양은 부처님께서 행하셨던 걸식乞食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현재는 밥 먹는 행위를 발우鉢盂공양이라고 해서 엄격한 수행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발우공양 할 때 암송하는 경을 소심경小心經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예배하면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중생의 노고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 자신의 하루 수행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질문하신 하루 한 끼만을 먹는 공양의 원칙은 일종식一種食이라고 해서 부처님 재세在世 시 생겨났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육신을 지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식만을 섭취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비롯된 수행이었지요. 오후불식午後不食이란 말도 비슷한 의미로 정오가 지난 후에는 먹지 않는, 그러니까 정오 이전의 하루 한 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도 남방불교에서는 오후불식의 원칙을 지키는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하루 세끼 먹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일종식을 지키는 수행자들도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찰 스님들의 공양에 관한 원칙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개는 아침에 죽, 점심에는 밥 공양을, 저녁은 약석藥石이라고 해서 아주 조금 먹는 것이 상례입니다.
수행자들 사이에는 복팔분腹八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꽉 차 있는 배를 만복滿腹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분二分 정도가 모자라는 것입니다. 양껏 먹는 것보다는 항상 모자란 듯 먹었죠. 음식의 부족이 수행자의 삶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경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이 깊어가는 것에 불안해진 마魔의 무리들은 먹을 것이 없으면 승단僧團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마을 사람들을 꼬드겨 탁발 나온 스님들께는 아무것도 주지 않게 했습니다. 승단은 다음 날부터 배가 고프게 되었지요. 그런데 마의 무리들이 생각한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승단이 힘을 잃기는커녕 오히려 수행이 깊어가고 더욱 융성해졌단 말이죠. 고민 끝에 마구니들은 작전(?)을 바꿔서 수행자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펑펑 퍼주도록 마을 사람들에게 시켰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수행자들은 타락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전에 어른 스님들께서 춥고 배고프면 도 닦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신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물질이 풍요해지면 게을러지고 마음 다스리기가 어렵다고 하셨죠. 실제로 우리 삶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인간들의 온갖 추한 모습은 욕심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데서 오는 필연적 현상입니다.
많이 먹거나 잘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것이 수행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먹는 횟수보다는 먹는 방식과 예법에 따른 규율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별하게 양이나 횟수를 정하지는 않고 각자의 형편대로 먹는 편이지요. 그러나 음식을 남기지 않는 원칙은 절에 들어오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불문율不文律입니다.
다만 요즘 우리 종단의 행자교육원行者敎育院에서는 오후불식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수행자로 첫발을 내딛는 분들에게는 중요한 수행의 방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