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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하림스님의 마음여행

지혜가 필요할 때

  • 입력 2020.12.16
 어제 늦은 밤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아서 한 층위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오르자 마자 다가오는 하늘은 깊은 밤이지만 맑고 깊어 보이는 하늘입니다. 그 위에 뭉게뭉게 한 웅큼씩 하얀 솜 털같은 구름들이 뭉텅이 뭉텅이 흩어져 있습니다. 아! 밤하늘도 가을에는 이렇게 아름답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저희 절은 시내 한 복판에 3층 건물이 있고 그 위에 법당이 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법당 처마와 하늘빛은 낮에도 밤에도 보는 이의 기분을 기쁘게도 하고 때론 슬픔에서 벗어나게도 합니다. 법당 뒤에 용두산 공원이 있어서 앞에는 시내이고 뒤에는 숲이 있어 일상에 빠진 모습과 일상에서 벗어나는 자연의 모습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있는 곳입니다. 어제도 새벽이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세상을 내려다보니 토요일 밤이어서인지 좀체로 그 열기가 식을 것 같지 않습니다. 

혼자 법당 마당을 하염없이 돌면서 밤하늘을 쳐다보고 감사하고 중간 중간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고마움을 만납니다. 요즘 며칠 어떤 일 때문에 고심이 깊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이것을 해야 할 것 같고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하면 안될 것 같은 일입니다. 부정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자꾸 내가 억울해 지고 섭섭해집니다. 그래서 그 일을 안 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큰 도움을 받았고 또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일입니다. 다만 내가 그 일을 감당하기가 이젠 힘이 들어서 지쳐있는 시간입니다. 아마도 내가 힘이 있을 때라면 용감하게 다가가겠지만 저도 이젠 조금씩 그런 자신감이 줄어들어가나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도 싶지만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남에게 설명하는 일이 더 힘이 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 내 마음을 봅니다. 내가 이 짐을 질수 있는가 없는가는 지게를 지는 짐꾼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모르면서 짐의 양만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들 그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세상일은 정으로만 할 수도 없고 일로만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동전이 앞면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갈등을 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두 길을 다 가고 싶어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놓아야 하는데 정情도 유지하고 싶고 일은 피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니 둘다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 욕심이 틀림이 없습니다. 

이렇게 욕심이 많아서 갈등하는 저를 돌아보니 부끄러워 집니다. 이래 저래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을 찾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듭니다. ‘기도를 해야 겠구나!’ 이럴 때 기도를 하는 것이 욕심을 내려놓을 용기가 생기고 어떻게 해야할지 길을 알려주는 지혜가 나기 때문입니다. 

좀 있으면 3개월 동안 스님들과 불자들이 공부하는 동안거가 시작됩니다. 동안거 기간에 수행을 더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묘해서 그렇게 마음 먹는 순간 다른 생각들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모든 일은 잠시 멈추면 다 지나갑니다. 

수행은 멈추는 시간이고 기다리는 시간이고 나를 잘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시간입니다. 결국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기운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염불이든 참선이든 절이든 사경이든 하는 동안에 내가 나타납니다. 내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그냥 어떻게 바꾸려고 하지 않고 분명하게 바라봅니다. 이것이 반야심경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임을 잘 비추어보면 모두 무상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동지가 다가옵니다. 불자들에게는 갈등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그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기도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마음을 함께 나눈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하림스님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명상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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