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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공양(供養)

  • 입력 2021.07.15

밥솥 뚜껑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김이 훅~ 퍼져 올라옵니다. 고슬고슬 윤기가 나는 밥을 향해 고개 숙여 두 손을 모으고 ‘이 한솥의 밥을 거룩하신 부처님께 공양 올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 하고 주걱으로 밥을 골고루 섞어 밥을 뜹니다.

 

십수 년 전 그날도 불교방송 라디오의 신행상담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습니다.

“스님! 공양물은 어떤 것을 올리면 좋은지요. 그리고 식사하기 전에 기도는 어떻게 하나요?” 

청취자의 질문에 스님(몇 해 전 원적에 드신 K스님)께서는 공양게를 비롯하여 공양의 의미와 공덕 등에 대해 자상하게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그날 스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의 말미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뭐든지 우선 부처님께 공양 올리세요, 커피 한잔을 드시더라도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올리고 드시고, 식사를 할 때도 ’이 음식을 거룩하신 부처님께 공양 올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하고 드시면 절대 살이 찔 염려도 없어요.’ 

당시 계속 체중이 늘어나 점점 뚱뚱해지는 외모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살이 찔 염려가 없다니!’ 따지거나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날부터 당장 실천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날 이후 차 한 잔, 사과 한 개라도 먼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립니다. 그렇게 먹을 것이 주어질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양 올리고 난 후 먹다 보니 늘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처님이 항상 제 곁에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한결 든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뿐만 아니라 지금은 새롭게 구입하거나 주어지는 것은 뭐든, 어떤 물건이든 부처님께 먼저 공양 올리고 사용합니다.

 


언제부턴가 화가 나는 경계에 부딪칠 때면 저도 모르게 눈 질끈 감고 부처님!을 부릅니다. 그리곤 욱! 하고 거칠게 일어나는 감정, 느낌, 생각들조차 죄다 올립니다. 무조건 부처님께 올리고 난 후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돌아보면 저의 조급함, 경솔함, 이기적인 생각들이 사납고 추한 모양 그대로 볼품없이 놓여져 있는 것을 봅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집니다.

‘부처님! 죄송합니다.’ 

부처님의 은은한 미소 아래, 누추하게 올려져 있는 일그러진 감정의 공양물들을 주섬주섬 거두고 그 자리에 참회의 기도 공양을 올립니다.

 

각기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지극한 예를 갖추어 부처님 전에 올리는 공양. 

부처님께서는 여래에게 올리는 제일(第一)의 공양은 여래의 가르침대로 수행정진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불쑥 나타나 세상을 마구 휘젓고 다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는 올해. 이처럼 혼란스럽고 고단한 세상에서 저는 어떤 공양물을 올리며 어떤 불자로 살았는지, 부처님 도량에서 어떤 봉사자로 지냈는지 돌아봅니다.

더 늦기 전에 저도 부처님께 제일의 공양을 올리고 싶은 마음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 집니다.

 

 

혜명심 김문주 (신도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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